4월의 첫날 , 일찍 서둘러 뜸사랑봉사실에 갔어요.
친한 봉사자 언니가 나를 보자마자 자신이 미국에 가서 살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기에 너무 서운하다고 언제 가느냐고 물었지요.
언니의 아버님이 미국에 있으니 언니가 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내가 너무 서운해하고 있는데 "오늘이 4월1일이야" 하더군요.
4월 1일, 만우절! 얼마만에 듣는 만우절 거짓말인지 모르겠네요.
중학교 다닐 때 학급끼리 교실을 서로 바꾸어 앉아있다가 선생님들께 혼나던 생각도 났어요.
좋은 언니가 미국에 안간다니 기쁘기도 하고 학창시절 즐겁던 생각도 나서 한참을 깔깔 웃었답니다.
항상 곁에 있어서 귀한 줄 몰랐던 소중한 인연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도 하게 됐지요.
오후에는 구당선생님이 봉사실에 들릴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봉사자들은 긴장을 했지요.
특히 나처럼 덤벙대는 사람은 구당선생님께 혼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니까요.
환자가 침상에 올라가면 환자의 신발을 가지런히 해서 침상 밑에 잘 놓는 것도
봉사자가 해야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랍니다.
그러지 않으면 뜸뜨느라 왔다갔다 하면서 신발을 툭툭 건드리게 되니까요.
봉사실의 침상은 환자가 엎드리면 숨을 쉴 수 있도록 얼굴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나도 처음에 봉사실에 가서 치료를 받을 때 봉사자들이 내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주면 안심이 되곤 했지요.
환자의 옷도 뜸을 뜨는 동안에 환자가 불편해하지 않으면서 흘러내리지 않도록 잘 여며주어야하고
쑥과 선향, 라이터, 솜 등의 물건이 작은 함지 안에 정해진 자리에 꼭 놓여 있어야하지요.
구당 선생님이 여며주면 차분하게 접혀져서 흘러내리지 않는 환자들의 옷이
내가 손을 보면 술술 풀려 내려오고
함지 속의 물건들은 어느새 뒤죽박죽 섞여있기도 했지요.
지나가던 구당선생님께 물론 지적 받았지요.
깜빡하고 환자 신발을 가지런히 놓지 않고 툭툭 치고 다니다 혼도 났었고요.
구당선생님은 첫째도 환자 ,둘째도 환자, 모든 것은 환자 중심이지요.
내가 잘 못해서 실수를 해서 혼나고는
환자 먼저 생각하는 구당선생님께 속으로 삐지기도 했었습니다.
환자보다 봉사실 나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해 주면 더 좋겠다 라는 철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요.
구당선생님은 항상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니 봉사실에 오신다면 나같은 사람은 긴장이 되곤합니다.
늘 예고없이 오시는데 오늘은 왠일인가 싶었는데 그것 또한 만우절 유머였어요.
하얀 거짓말이라는 말도 있고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책도 있던데
모처럼 즐겁게 웃을 수 있었고
긴장하면서 꼼꼼하게 하루를 잘 보냈으니 좋은 만우절이었습니다.
첫댓글 구당 선생님 존경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