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기> 정열의 나라 스페인(Spain/España)<5>
1. 주도(州都) 세비야(Sevilla)
<1> 알카사르(Alcázar) 성채와 플라멩코(Flamenco)
알카사르 성채 / 소녀의 중정(中庭)
세비야의 또 다른 자랑꺼리의 하나는 관광객들이 표를 사기위해 항상 장사진을 이루는 곳으로 알카사르성채(城砦)가 있다. 알카사르(Alcázar)는 스페인어로 성(城)이라는 의미이다. 이 궁전은 12세기 후반 이슬람인들이 세운 성채라고 하는데 대부분 없어지고 현재의 것은 14세기 페드로 1세가 건설한 ‘페드로 궁전’이라고 한다. 스페인 특유의 이슬람 양식인 무데하르(Mudejar)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로 알려졌고,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과 비슷한 채색 타일 장식과 격자(格子) 천정, 패티오(Patio/안 뜰) 등이 유명하며 항상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아기자기한 아라베스크 문양이 새겨진 아치형 문과 건물 가운데 패티오가 있는 제법 아름다운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의 이름이 ‘소녀의 중정(中庭)’이라고 하며 좀 서글픈 사연이 있다.
이슬람 무어족들이 이 지역을 점령했을 때 매년 스페인 소녀 100명을 시녀로 바치라고 했다고 한다. 기하학적으로 꾸며진 아담한 정원은 모양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가지가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데 내 허리보다 낮은 난쟁이 무화과나무에는 탐스런 무화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또, 예전에는 수영장이나 목욕탕으로 사용했었던 듯 작은 풀장도 있는데 오래된 돌계단이 매력적이다. 또 좁은 통로를 따라 성벽 위로 오르면 좁은 전망대가 있고 도시 일각이 내려다보인다.
◐ 집시 예술 플라멩코(Flamenco)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단어 플라멩코(Flamenco)!!
전통 플라멩코 공연
플라멩코는 사실 춤이라는 뜻이 아니라 ‘공연예술’을 말하는 것으로 플라멩코(Flamenco)라는 이름은 불꽃, 열정이라는 의미의 플라마(Flama)에서 왔다는 설, 또는 붉은 홍학 플라밍고(Flamingo)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 플라멩코의 발상지가 바로 이곳 세비야(Sevilla)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주인에게 플라멩코 공연을 하는 곳을 물어보았더니 가까운 곳에 정통 플라멩코 공연장이 있다며 약도를 그려주는데 ‘Casa de la Memoria(추억의 집)’으로 저녁 7시 30분 공연이란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공연장으로 찾아갔는데 공연은 조그만 무대 앞에 3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조촐한 공연장인데 이미 발 들여 놓을 틈조차 없이 관객들이 들어차 있다. 그러나 용케도 가운데쯤에 빈 좌석이 있어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 되고난 후 완전히 플라멩코 춤과 음악에 빠져들고 말았다.
공연하는 예술인은 딱 4명으로 처음에는 무대와 출연자 인원을 보고 조금 실망 했었는데... 공연이 시작되자 완전히 최정상급 기능보유자(?)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플라멩코는 춤(Baile), 기타(Toque), 노래(Cante), 손뼉과 추임새(Jaleo)의 4 가지로 구성되는데 춤이 남녀 2명, 기타 1명, 노래 1명으로 모두 4명이 공연하는데도 완전히 청중을 압도한다.
화려한 의상도 아니고, 과도한 몸짓도 아닌, 절제된 동작과 춤, 노래, 기타반주가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어 공연하는 내내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가슴을 쥐어뜯는, 피를 토하는 듯 비장한 어조의 노래, 온몸이 부서질 듯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동작의 몸짓, 현란한 발 구르기와 손가락 튕기기(캐스터네츠), 그리고 박력이 넘치는 발 구르기와 리드미컬한 박수, 거기에 신들린 듯 얹어지는 현란한 기타선율과의 완벽한 조화는 청중의 숨을 멈추게 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한다. 약 1시간 30분 정도의 공연이 끝나자 관중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멈출 줄 모른다. 공연 중에는 일체 사진촬영이 금지이고 공연이 끝난 후 잠시 사진촬영이 허락된다.
몇 번 길거리에서 녹음에 맞추어 플라멩코를 추는 소녀들을 보았는데 전연 차원이 다르다. 그네들은 푼돈을 벌기 위해 어설픈 흉내만 내고 있었다는....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 바로 옆의 자그마한 방은 플라멩코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는데 주로 포스터와 무대 의상들이다. 숙소 주인 말대로 정통 플라멩코를 감상할 수 있어서 매우 만족... 나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2> 황금탑(Torre del Oro)
세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황금탑(黃金塔:Torre del Oro)이 있다. 이 황금탑은 시내 가운데를 관통하며 흐르는 과달키비르(Guadalquivir) 강가에 있는 자그마한 탑인데 AD 13세기 초 이슬람인들이 과달키비르 강(江)을 통과하는 배를 검문하기 위해 세웠다고 하며, 강 건너편에는 은의 탑이 있어서 두 탑을 쇠사슬로 연결하여 세비야에 들어오는 모든 배를 막고 검문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황금탑만 있다.
황금탑이라는 이름은 처음 탑을 세울 때 금 타일로 탑의 외부를 덮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16~17세기 신대륙에서 가져온 금을 이곳 지하창고에 보관하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느 것이 사실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황금탑 / 황금탑 외벽 / 탑 내부 / 과달키비르 강
또, 이곳은 콜럼버스(Columbus)의 신대륙 항해의 시작점이며, 마젤란(Magellan)이 세계 일주를 위한 항해를 떠났다고 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지금 은의 탑은 없지만 조금 떨어져 건설한 다리를 건너가면 고만한 탑이 또 하나 있는데 올라가면 주변이 한눈에 보이고 두 탑 내부는 역사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다.
<3> 스페인 광장
세비야의 볼거리로 스페인 광장을 빼 놓을 수 없다.
광장의 분수대 / 건물 앞의 수로 / 스페인 역사를 타일로 / 돈키호테와 산초판사
처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겸 덜렁덜렁 갔는데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다.
마치 왕궁처럼 반달형으로 지어진 건물은 수없이 많은 아치가 있고 그 뒤는 끝없는 회랑으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뾰족한 첨탑이 당당히 솟아있는 성당이 있고 건물 앞으로는 물이 흐르도록 작은 수로를 만들어 관광객들은 보트를 타고 한가하게 물놀이를 즐긴다.
이 거대한 건축물은 1929년에 열린 에스파냐아메리카 박람회장인데 건축가 곤잘레스(Aníbal González)가 건축했다고 한다. 또 광장 쪽 건물의 아치 밑 벽면에는 스페인 각 지역의 역사적 사건들을 타일 모자이크로 묘사하여 붙여 놓았는데 볼만하다. 건물 앞의 광장 한가운데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도 인상적이지만 광장은 그냥 텅 비어있고 나무그늘 하나 없어서 더운 여름철이면 땀깨나 흘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정문을 나서면 상당히 넓은 수목의 공원지대로 많은 사람들이 그늘 밑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