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꺼리는 중학생 겨울방학 독서 지도 - 만화면 어때, 끌리는 대로 읽어봐!

[유담]

책 읽기 꺼리는 중학생 겨울방학 독서 지도

만화면 어때, 끌리는 대로 읽어봐!

겨울방학을 앞두고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독서 계획과 실천일 듯하다. 특히 자녀가 책을 읽지 않거나 좋아하는 분야만 편식해 고민이라는 토로가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녀가 ‘독서=지겹다’는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우선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선택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eil.com
도움말 김종헌 교사(대전과학고등학교)·진해숙 원장(가온국어)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조사 자료집’ 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 자료집’

중고생 60.85%, 독서량 부족하다고 느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2015년)에 따르면 중고생의 60.8%가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학생 가운데 중학생은 53.7%, 고등학생은 6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상당수 학생은 독서량 부족의 원인으로 과중한 학업에 따른 시간 부족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자신의 취향이나 진로, 독서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가온국어 진해숙 원장은 “아직도 상당수 학교나 사교육 현장에서 권장 도서 목록을 바탕으로 책을 갖추고 독서를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또한 청소년 독서량 감소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진 원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라는 책은 무려 16년 전에 출간됐다. 물론 지금도 좋은 책으로 꼽히는 건 맞지만, 일반적인 독서 수준을 가진 중학생들이 완독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한다.
문제는 지금도 일부 중학교에서 상당수 학생이 다소 어렵게 느끼는 책을 필독서로 지정해 읽게 하거나 내신시험 출제용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독서력이나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자칫 해당 분야는 물론, 독서에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쉽고 재미있는 책 선택, 정독과 완독에 목표 두기
그렇다면 과학에 흥미가 있지만 과학책 읽기를 꺼리는 중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할 방법은 없을까?
대전과고 김종헌 교사는 “최근 출판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신간이 나오는 분야가 과학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고 섬광처럼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관한 정보를 담기 바쁘다는 얘기다. 종전의 나이나 대상을 국한 하는 필독 도서에 묻히지 말고 그냥 읽고 싶은 과학책을 선택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과고 재학생 가운데 우수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독서 습관이라는 게 김 교사의 전언이다.
또 많이 읽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정독과 완독하길 권했다. 그러려면 흥미가 있는 분야의 읽기 쉬운 책 선택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내신 지필고사를 위해 교과서에 있는 문학이나 비문학 작품을 억지로 읽게 하는 것도 권장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책이 즐거움의 원천이 아닌 학습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이 100권이라도 읽어야 보배  

 중학생 4인이 추천, 이 책 정말 재미있어요! 

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
글쓴이 사마키 다케오
옮긴이 김정환
펴낸곳 더숲 값 1만2천 원

“일상 속 화학 원리를 설명해 읽기 쉬워요”
과학을 좋아했지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마법의 화학-화학자와 떠나는 시간여행>이란 학습 만화를 읽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화학을 좋아하게 됐어요. 최근에 읽은 <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현상을 화학과 연결해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설명해줘요. 껍질이 있는데 짭조름하게 간이 밴 편의점 달걀의 비밀을 풀어내는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박성욱(서울 상명중 1)

원리가 보이는 과학실험 2
글쓴이 오사와 사찌코
옮긴이 한동순
펴낸곳 성안당 값 1만2천 원

“요리에 숨은 과학의 원리가 신기해요”
주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제가 추천하는 책은 <원리가 보이는 과학실험 2>에요. 학교 도서관에서 봤는데, 처음에는 책이 낡고 표지가 촌스러워 읽을까 말까 고민했어요.
한데 실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아주 쉽게 설명하더라고요. 원래 1권, 2권으로 구성됐는데 이틀 만에 두 권 모두 읽었어요. 특히 평소 좋아하는 달고나와 솜사탕 만드는 법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이다윤(서울 창일중 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글쓴이 요나스 요나손
옮긴이 임호경
펴낸곳 열린책들 값 1만3천800원

“흥미로운 모험 통해 배우는 현대사, 일석이조”
평소 판타지와 무협 소설을 즐겨 읽어요. 허구의 세계를 마치 현실처럼 생생하게 표현해 한 번 책을 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파란색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독특해 호기심에 구매했죠. 100세 생일을 맞은 노인이 요양원을 탈출해요. 젊은 시절부터 모험을 즐기던 노인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죠.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이 에피소드로 나와 역사 공부까지 할 수 있어요. 백다영(서울 영란중 1)

물고기가 왜?-
청소년을 위한 바다 인문학
글쓴이 김준 그린이 이장미
펴낸곳 웃는돌고래 값 1만5천 원

“슬로 피시 용어 알게 돼 보람있어요”
지난 추석 명절에 충남 서천에 사시는 외할머니 댁에 갔다가 온 가족이 국립생태원을 방문했어요.
그곳에서 생태학자라는 직업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돼 <물고기가 왜?-청소년을 위한 바다 인문학>이란 책까지 읽었어요.
바다 생물이 미래의 식량 자원인 만큼 ‘슬로 푸드’처럼 ‘슬로 피시’ 원칙을 적용해 잘 지켜야 한다는 문구가 기억에 남아요. 최현태(광주 하남중 3)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