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1. 마침내 그곳(낮)
(15회의 마지막 씬이 이산의 시점으로 보여진 상황이라면 지금은 살아남은 희경, 용수, 무열의 시점으로 보여진다)
천장위로 뭔가가 굴러내리는 굉음이 계속된다.
이산을 제외한 사람들이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고개를 든다.
이산은 뭔가에 홀린 듯 서류를 뒤지는데, 광기마저 느껴진다.
문득 정신을 차린 희경이 닥치는대로 황금을 집어 주머니마다 집어넣고, 배낭속에도 우겨넣는다.
무열은 황금쪽으로 가려다가 기절한 은재쪽으로 다가간다.
용수는 벽에 손을 대본다. 벽이 흔들린다.
백민철이 주변의 위험을 느끼며 이산을 부른다.
백민철 : 아저씨!!
이산 : (홀린 듯이) 이게 아닌데....이것도 아니고...여기 있어야 하는데...분명히 여기 있는데..
진동이 점점 심해진다.
이산 : (마침내 찾는다) 찾았다.
이산이 환한 얼굴로 돌아보는 순간. 子자의 부조가 터지면서 모래가 이산을 강타한다.
이산이 구멍으로 빠진다.
백민철 : 아저씨!!!
백민철이 이산이 빠진 구멍으로 달려간다.
12간지의 부조가 펑펑 터지면서 모래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모래가 쏟아진다.
무열이 은재를 안고 모래를 피해 달아날 구멍을 찾는다.
마지막까지 황금을 우겨넣는 희경을 잡아끌며 용수가 무열의 뒤를 따른다.
용수에게 잡혀 달아나면서도 희경은 손에서 떨어지는 황금을 안타까지 쳐다본다.
모래가 그들의 앞뒤로 쏟아진다.
이산의 몸은 그 짧은 순간에 반쯤 모래에 잠겼다.
백민철이 배를 깔고 구멍속으로 손을 내민다.
백민철 : 아저씨!!
이산이 문서를 잡은 손을 내민다.
백민철이 이산의 손목을 잡아끌려고 하는데, 하반신이 모래에 묻혀 나오지를 않는다.
온힘을 다해 잡아끌지만 힘에 부친다.
백민철 : 손을 잡으세요. 그걸 놔요.
이산이 고개를 흔든다.
백민철 : (울부짖는다) 내손을 잡아요. 제발.... 아저씨!!
이산의 얼굴이 모래에 묻힌다.
이산 : (마지막으로) 이걸...
모래가 이산의 얼굴을 덮는다. 뻗어올린 손끝 서류만이 솟아있다.
포기하지 못한 백민철의 손이 이산의 손과함께 모래에 묻힌다.
용수에게 끌려가던 희경이 백민철을 발견한다.
순간적인 패닉에 빠진 백민철을 희경이 잡아끈다.
모래속에서 빠져나오는 백민철의 손에 서류가 잡혀나온다.
용수 : (희경을 부른다) 이쪽이야!
희경이 백민철을 잡아끌면서 모래폭포속에 얼핏 보이는 통로쪽으로 도망간다.
모래가 눈앞을 가린다.
S#2. 다른 통로(낮)
통로속에도 모래가 쏟아진다.
모래를 피해가며 용수가 도망가고, 그뒤를 이어 희경과 백민철이 마지막으로 은재를 안은 무열이 도망온다.
무열이 마지막 모래에 맞아 쓰러진다. 무열이 몸으로 은재를 가린다.
입구가 막히면서 화면이 완전히 어두워진다.
-----타이틀 (의뢰 NO16. 그러나 삶은 계속된다)-----
S#3. 크리스마스 몽타쥬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보여지는 크리스마스의 행복하고 신나고 무엇보다 환한 몽타쥬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상점을 장악한 크리스마스 소품들 선물들, 목도리. 옷들
-제과점의 크리스마스 케잌
-산타클로즈 장식물. 사슴. 썰매
-크리스마스 시즌 의상을 입은 아기.
-가로수를 장식한 꼬마전구
-교회의 십자가......
바야흐로 공간은 크리스마스로 채워져 있다.
들여다보면 고민도 있고, 좌절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행복하고, 왁자하고, 웃고 떠든다.
그러다가 문득 다섯 살쯤 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이상하다는 듯...커다란 눈이 호기심에 반짝인다.
그 모습 스틸잡힌다.
S#4. 비밀통로(낮)
앞씬과 대비되는 어둠. 완벽한 어둠이다.
딸깍. 핸드폰 액정이 켜진다. 용수의 겁에 질린 얼굴이 작은 불빛속에 들어난다.
모래가 섞인 침을 뱉고 얼굴에 묻은 모래를 걷어낸다.
용수 : (죽었다가 살아난 후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무열아...희경씨? 아무도 없어? 어이!!
(점프)
다른곳.
용수가 부르는 소리가 지하통로에 부딪쳐 메아리친다.
'박무열. 정희경 다 죽었어?'
딸깍. 역시 핸드폰 액정의 불빛이 들어온다. 이번엔 희경이다.
희경이 액정 불빛으로 주변을 비추는데, 패닉에 빠진 백민철이 보인다.
백민철은 멍한 얼굴로 이산이 마지막으로 남긴 둘둘 말린 종이를 들고 있다.
저쪽에서 무열이 대답하는 소리. 용수가 다가가는 소리가 들린다.
무열이 묻는 '희경이 누나는?' 소리에 희경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그때까지 잡고 있던 백민철의 손을 놓는다.
희경 : (무열과 용수쪽으로 다가간다) 나 여기 있어.
(점프)
용수가 모래에 반쯤 깔린 무열을 도와 빼낸다.
은재를 안고 보다 안전한 쪽으로 온 무열이 희경 뒤의 백민철을 발견하고는 다짜고짜 달려든다.
백민철은 아직도 자기 눈앞에서 죽어버린 이산의 영상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무열과 백민철이 한덩어리가 되어 구른다.
무열 : (백민철을 되는대로 때리며) 이 나쁜새꺄...너 때문이잖아. 어떡할거야. 어? ...죽여버린다. 너 이 개새끼
패닉상태의 백민철을 무열의 주먹이 깨운다.
정신을 차린 백민철이 이마로 무열의 얼굴을 강타한다.
무열 : (순간적인 역습에 코를 잡고 뒷걸음질쳤다가) ...너? 너 죽었어!!
다시 달려드는 무열을 용수가 말린다.
용수 : 좀 참어..
무열 : (방방뛴다) 참어? 뭘 참어? 어떻게 참어? 다 저새끼 때문인데...!!
희경은 안다시피 백민철의 두팔을 잡고 말리고 있다.
백민철 : (경멸하듯) 수다스럽기는.... (무열을 보며 입안의 먼지를 뱉어낸다)
무열 : 너 이 개새....
분기탱천한 무열이 용수를 뿌리치고 달려들려는 순간.
짝!!
백민철의 얼굴이 홱 돌아간다.
희경이 백민철의 뺨을 그야말로.... 갈겼다.
무열과 용수마저 할말을 잃을 정도로 강렬한 귀.싸.대.기!!
백민철이 혀로 입안쪽을 훑으며 희경을 본다.
'이거 재밌네' 싶은 백민철의 시선을 지지 않고 맞받아 보는 희경.
희경 : (백민철과 무열에게) 싸울려면 나가서 싸워!! 다 죽고 싶어? 두 바보가 열 내는 바람에 이안의 공기가
얼마나 축 났는지 알어? 난 살아 나갈 거야. 내가 살아나가는데 걸리적거리기만 해봐. 둘 다 가만 안둬.
(매고 있던 배낭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놓는다. 생수가 두병. 손전등이 한 개. 초코파이가 한상자...)
내가 이런데서 죽을 줄 알어? 안죽어. 핸드백 할부도 겨우 끝났는데 어떻게 죽어? 억울해서 못 죽어.
무열이 니 가방도 이리 줘봐.
희경의 박력에 밀린 무열이 배낭을 말없이 건네고, 은재 옆에 앉는다.
은재의 얼굴에 묻은 모래를 털어준다.
백민철은 좀 떨어진 곳, 맞은편 벽에 기대 앉는다.
용수가 핸드폰으로 사방을 비춰본다. 완전히 갇혔다.
용수 : (혼잣말처럼)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카메라는 이 다섯 사람을 지나 어둠속을 응시한다.
앞쪽은 모래로 완전히 뒤덮였다.
갑자기 빛이 환해진다. 무열의 가방에 있던 '꺽는 플라스틱 손전등'을 희경이 켠 것이다.
희경은 확보한 것들을 늘어놓는다.
생수가 세병. 손전등이 세 개. 초코파이가 한 상자.
그리고 황금조각 몇개.....
희경 : 걱정할거 없어. 우리가 없어졌다는 걸 알면 경찰이든 어디든 수색이 시작될 거야.
용수 : (혼잣말처럼) 우리가 없어졌다는걸... 누가 알까?
S#4. 2층 복도(낮)
만화가게 앞.
츄리닝 백수가 문을 흔든다. 잠겨있다.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뿔테백조다.
꾸벅 인사하는 두사람.
츄리닝 : 크리스마스라고 쉬나봐요
뿔테 : 그래요?
츄리닝 : (딱히 할말이 없어서 머뭇대다가 돌아선다)...지겹지 않아요? 크리스마스. 갈 데도 없고.
(뿔테) : (역시 돌아서 복도를 빠져나간다) 그러게요
그들이 빠져나가자 복도는 다시 조용해진다.
만화가게앞도 흥신소도, 찌라시 광고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바닥에 떨어져있어 오래전부터 비어있던 집 같다.
(무열) : 맞다!!
S#5. 비밀통로(낮)
손전등 불빛을 가운데 두고 각자 벽에 기대앉은 다섯 사람.
무열 : 내일 아침부터 공사 시작한다면서, 지하실이 그 모양이면 찾으러 올거 아냐?
(시계를 본다. 오후 1시를 넘고 있다) 대충 19시간만 기다리면 돼.
용수 : (먹을 것들을 가리킨다) 이 정도면 일주일도 살아. 우리가 또 굶는 거 하나는 잘하잖어. 안그래?
무열 : 굶는 건 자신 있지.
희경 : 근데 다른 사람들이 오면 금은 어떻게 돼?
무열 : ....
용수 : ...
희경 : 우리가 발견한 걸로 해줄까?
손전등이 통로 반대쪽을 비춰본다. 빛의 영역 밖은 어둠에 묻혀있다.
무열이 기절한 은재를 내려다본다.
희경 : ...(어둠속으로 뚫린 통로를 본다) 이쪽으로 가면 어떻게 돼?
용수 : (지도를 꺼낸다) 글쎄...
무열과 희경이 용수앞으로 모여 지도를 본다.
희경 : 길이 이렇게 많은데 밖으로 나가는 길 하나가 없겠어?
용수 : ....그래. 있을거야. 일단 확인해 보고 올게.
용수의 대답이 어쩐지 시원치 않음을 백민철은 눈치챈다.
용수가 평범한 손전등을 들고 일어선다.
무열 : (은재를 안으려고 하며) 같이 가.
용수 : 있어봐. 나 혼자 갔다 올게. 일단 체력을 아껴야 되니까. 희경씨도 여기 있어. 알았지?
희경 : (고개를 끄덕인다)
용수가 손전등을 들고 모래로 막힌 입구 반대쪽으로 간다. 백민철이 따라간다.
무열이 그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관둔다.
플라스틱 조명에 비친 무열과 희경의 얼굴이 불안하다.
기절해있던 은재가 순간 꿈틀거린다. 무열이 은재를 내려다본다.
S#6. 비밀통로2(낮)
벽돌로 만들어진 사각형 통로가 계속된다.
지도를 이정표 삼아 계단을 올라가고, 오른쪽으로 꺽어걷는 용수는 어쩐지 불안해보인다.
용수의 손전등이 여기 저기를 비춘다.
문득 왼쪽에 뚫린 굴을 발견한다. 벽돌로 만들어진 통로와는 달리 흙을 뚫어 만든 작은 굴로 60센티정도 안쪽에서 막혔다.
용수가 실망한채로 돌아 나온다.
백민철이 용수를 응시한다.
용수는 무시하고 다시 앞으로 간다.
백민철 : (용수뒤를 따라가며) 아저씨가 전에 말한적이 있어요. 이 통로는 그 자체로 부적이라구.
용수 : (손전등으로 여기저기를 비출뿐 대꾸하지 않는다)...
백민철 : 이게 보통 지도상의 길이라면 이곳은 어딘가로 통하겠지.
용수 : 무슨 뜻이죠?
백민철 : 이 길은 막혔다는 겁니다. 그쪽도 짐작은 하는 것 같은데...?
용수 : .....확인해 보기 전까진 몰라.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통로는 끝이 난다. 앞이 막혀있다.
낙담한 용수가 벽돌을 만져본다. 벽돌은 견고하다.
S#7. 비밀통로(낮)
무열이 은재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걸, 벽에 기대 앉은 희경이 바라본다.
무열과 희경의 눈이 문득 마주친다.
희경 : (농담하는) 자리 피해줄까?
무열 :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
희경 : 이 상황이 뭐? 어차피 긴 인생의 무용담일 뿐인데... 남들은 늙어서 크리스마스 얘기하면 기껏해야 해외여행일텐데,
우리는 땅속에서 죽음과 싸워 이겼다고 말할수 있잖아. 굉장하지?
발소리가 난다. 안쪽에서 용수와 백민철이 나타난다.
희경 : 어때? 어디로 가면 돼?
용수 : 그게......막혔더라구
희경 : (실망스럽지만 애써 밝게) 그래....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되나
희경이 다시 실내를 둘러본다. 불안하긴 하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다.
S#8. 기원(낮)
재미도 없는 크리스마스 특집 프로그램들이 몇 개, 채널을 바꿔가며 보여지다가 뚝 꺼진다.
집주인 : 크리스마슨지 뭔지....
집주인 할아버지가 냉장고에서 찌개그릇을 꺼내 뚜껑을 열어본다. 바닥에 깔린 김치찌개가 남아 있다.
집주인 할아버지가 한숨을 푹 쉰다.
(무열) : 신김치 먹고 싶다.
S#9. 비밀통로(낮)
기절한 은재를 제외한 네명이 초코파이를 먹고 있다.
희경 : 내일 아침에 먹어.
무열 : 어우...퍽퍽해. (물을 마신다)
문득 어딘가에서 삑소리가 난다.
소리를 따라 모두의 시선이 돌아간다.
용수의 목에 건 '잔류산소측정기'에서 불빛이 깜박인다.
용수가 기계를 빼낸다. 10을 가리킨 숫자가 깜박인다.
희경 : 뭐야?
아...뭔가를 깨달은 용수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버튼을 몇 개 조절하자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마치 시한폭탄의 남은 시간처럼...
무열 : 뭔데?
용수 : .....
백민철 : 산소가 부족한가?
무열 : (백민철을 본다)...
희경 : 무슨 소리야?
용수 : (생각못했던 문제다) 산소가 줄어들고 있어. (주위를 둘러본다) 밀폐된 공간이라...
무열 : 얼마 남았는데?
용수 : (줄어드는 숫자를 본다) 9시간 58분
희경 : (갑자기) 내일 아침까지 못가잖아. 그걸 지금 얘기하면 어떡해?
갑자기 죽음의 공포가 몰려든다.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진 것 같다. 안의 공기가 희박해진것처럼.
희경이 숨을 헐떡이다가 곧 마음을 다잡는다. 입구를 막은 모래쪽으로 다가간다.
희경 : 뭐해? 안 나갈거야? 여기서 살거야?
희경이 맨손으로 입구를 막은 모래를 파기 시작한다.
무열과 용수, 백민철도 모래를 파기 시작한다.
무열 : 이럴줄 알았으면 삽부터 챙길 걸.
모래는 파면 팔수록 위에서부터 다시 쏟아지는 것 같다.
희경 : 그래도 모래라서 다행이지? 자갈이었으면 손톱 다 나갔을걸.
벗어놓은 산소잔류측정기의 시간은 9시간 57분으로 줄어든다.
네사람이 정신없이 모래를 파헤친다.
(점프)
산소잔류측정기의 시간이 8시간 11분으로 줄었다.
모래는 파내면 파낼수록 위에서 쏟아진다. 얼마나 많은 양의 모래가 쌓여있는지 알수없어서 더 지친다.
용수와 백민철의 시선이 마주친다. 이일이 가망없다는걸 그들은 느끼지만 말을 할수가 없다.
무열도 지쳐가기 시작한다. 희경만이 필사적이다.
은재가 깨난다.
어둠을 응시하다가 일어나 앉는다.
모래를 파내는 무열, 용수, 희경, 백민철을 멍하니 바라본다.
무열이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은재가 깨난걸 발견한다.
무열 : 은재씨
은재 : (주위를 둘러보며) 어떻게...?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은재가 문득 산소잔류측정기를 발견한다. 8시간 2분...
은재가 순간 숨을 멈춘다. 은재는 상황을 파악했다.
순간적인 공포가 은재의 눈에 나타난다.
희경 : (계속 모래를 파헤치며 은재에게) 걱정할거 없어. 곧 나갈거니까...
희경이 서두르다가 모래를 밟고 그대로 미끄러진다.
용수 : 희경씨!!
희경 : (자신도 가망없다는걸 알면서도) 난 나갈거야. 이런데서 안죽어. 우리 할머니가 그랬거든. 내가 명은 길다구.
구십살 백살. 벽에 똥칠할때까지 살거야. 말이 돼? 내가 어떻게 죽어. 내가 얼마나 소중한데.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죽을수가 있어. 내가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 ...안죽어. 못죽어. 죽어도 안죽어. (말소리가 점점 흐느낌으로 바뀐다)
무서워서 어떻게 죽어.
용수 : (잡는다) 그만해
희경 : 왜? 힘들어? 포기했어?
용수 : 팔수록 모래가 쏟아져. (벽에 손을 대본다) 봐봐, 벽이 흔들려. 아직도 쏟아질 모래가 남아있다는거야
희경 : 그게 뭐? (용수의 팔을 뿌리친다) 시간없어. 이거 놔. (다시 판다) 난 나갈거야. 밖에 나갈거야. 나갈수 있어.
이런데서 죽을려고 태어난줄 알어?
희경은 패닉상태다. 미친 듯이 모래를 파낸다. 온몸이 엉망이다.
무열도 용수도 절망에 사로잡혔다. 희경을 말리고 싶지만 공포에 질려 무력해졌다.
그때 희경의 몸이 번쩍 들린다. 백민철이 희경을 안아 모래에서 떼어낸다.
희경 : (발버둥친다) 이거 놔. 놔!! 안놔.. 이 나쁜새끼야. 놔!!
희경이 백민철의 팔뚝을 깨문다. 백민철이 고통을 참으며 희경을 힘으로 제압해 꼼짝못하게 한다.
발버둥치던 희경이 차츰 진정된다.
S#9-2. 서울 번화가 아무데나(낮)
크리스마스 시즌의 길거리.
화려하고, 활기에 넘쳐나는 길. 한쪽편에 할아버지가 벤치에 홀로 앉아있다.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누구나 다 행복한건 아니다.
S#10. 비밀통로(낮)
멍하니 앉아있는 다섯사람. 모래 때문에 땀 때문에 무엇보다 죽음의 공포때문에 모두 엉망이다.
플라스틱 조명이 실내를 파랗게 비춘다.
누군가의 손목시계 초침소리가 째깍째깍 커다랗게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침묵이 고통스럽다.
은재는 폐쇄공항이 있어 이 공포가 더 견딜수 없다. 비명이 나오는걸, 울고싶은걸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
무열 : (은재를 보다가) 무슨 얘기라도 좀 해봐.
그러나 모두 짓눌려 있다.
겨우...
용수 : 그거...(큼...잠긴 목을 푼다. 백민철이 들고 있는 둘둘 말린 종이를 본다) 그게 뭐요?
백민철 : ....
용수 : 인사동 할아버지는 황금보다 그거에 더 관심 있던 것 같은데...
백민철 : 잘은 몰라요. 고종이 남긴 밀서라는 것 밖에는... (용수에게 건넨다)
용수가 종이를 펴본다. 한자투성이다.
밑에 광무 1년이라는 한자와 붉고 네모난 도장이 찍혀있다.
용수 : (봐도 모른다. 혼잣말처럼) 뭔데 목숨을 건거야?
백민철 : 그것만 있으면 친일파의 자식에서 벗아날 수 있다고 그랬어요. 족보에 다시 들어가고, 죽어선 선산에 묻힐 수 있다고.
무열 : (마음에 안든다) 그게 다 뭐야? 친일이 언제적 얘기라구?
백민철 : (피식 웃는다) 아버지 죄를 물려받지 않은 놈들은 모르는 얘기야.
무열 : (발끈한다) 지는 뭘 알아서...
희경 : (기운없이) 그만해!!
무열이 입을 다문다.
희경이 백민철을 슬쩍 본다. '살인자의 자식'이었던 그를....
용수가 다시 건넨 종이를 받아 백민철이 품에 갈무리한다.
또다시 정적속에...갑작스런 삑삑 소리!!
산소 잔류측정기의 숫자가 5:00에서 몇 번 깜박이더니 4:59로 바뀐다.
은재가 흠칫 몸을 떤다.
무열이 산소잔류측정기를 집어던진다. 모래에 박힌다.
은재가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쉰다. 터지려는 울음을 은재가 손으로 틀어막는다.
그런 은재를 바라봐야 하는 무열의 눈이 충혈된다.
백민철 : (무열에게) 뒷목을 만져봐.
무열 : ....?
백민철 : 움푹 들어간 곳을 치면 기절할거야.
무열 : (으르렁거린다) 입 다물어!!
S#11. 수선집앞(저녁)
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
3인 가족이 외식을 가는 모양이다. 엄마 아빠 손을 양쪽에서 잡은 아이가 스프링처럼 깡총 깡총 뛰어간다.
강모가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 뒤에서 수선집 여자가 강모를 바라본다.
같은 쪽을 바라보는 둘다 쓸쓸한 얼굴인데,
강모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강모는 늘 같은 표정인 시큰둥한 얼굴이 되고, 수선집 여자는 딴데를 본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자신의 쓸쓸함을 숨기고 싶어진다.
S#12. 비밀통로(저녁)
은재를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모두들 멍하니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용수가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용수 : 미국에서 9.11때, 가족한테 문자메시지 남기고 그랬다잖아. 할말들 없어?
희경 : 통화권이탈이잖아.
용수 : 나중에라도 발견되면 혹시... (하다가 말을 멈춘다)
희경 : (내내 말이 없다가) 난...미안하다고 하고 싶어.
백민철 : (희경을 본다)....
희경 : 경미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어. 아주 오래전부터....
희경이 어둠 속 먼곳을 본다.
S#13. 시골 방앗간집 마당(희경의 과거-낮)
감나무쯤 나무 밑에서, 일곱 살 희경이 어딘가를 바라본다.
표정없는 얼굴로 희경이 바라보는 것은 같은 또래의 악을 쓰며 우는 여자아이다.
그 옆에는 여자아이의 오빠로 보이는 남자애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다.
(희경) : 살면서 가끔 생각이 나. 그때 경미 엄마가, 다리 밑에서 방앗간집 아저씨하고 만났단 얘길 하는게 아니었는데...
그랬으면 경미엄마가 쫓겨나지 않았을텐데...
가방을 든 경미 엄마가 끝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어린 남매가 통곡하며 운다.
감나무밑 희경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오소소 떤다.
S#14. 비밀통로(밤)
희경이 옛날을 보듯 먼 곳을 보며 오소소 떤다.
희경 : 그랬으면 경미 오빠가 본드를 불지도 않았을테고, 경미가 열일곱살에 집나갔다가 애를 배오지도 않았을텐데...
용수 : 희경씨 잘못이 아니잖아.
희경 : 아니 내 잘못이야. (추운 듯 팔을 문지른다) 경미가 미웠거든. 나보다 예쁜 신발을 신는 애가 미웠어.
고무줄할 때 나만 빼놓자고 하는 애가 아주 미웠어.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는데...언젠가 꼭 말할려고 했는데..
...결국은 못하게 됐네.
희경이 다시 오소소 떤다.
백민철이 그런 희경을 쳐다본다.
은재는 무릎을 감싸안고 몸을 잔뜩 움크린채 조용하다.
무열 : (문득) 별게 다 후회되네.
용수 : (쳐다본다)...
무열 : 지난번에 아버지랑 통화하다가 싸웠거든. 꿔간 돈 이자라도 갚으라고 하도 그래서... 다른집 아빠들은 사업자금 대주고
아파트도 사준다는데 아빠가 되서 그게 뭐냐고 그랬거든... 아빠한테 한 마지막 말이 그거라니... (마른 세수를 한다)
용수 : 후회되는게 그 정도면 니 인생 괜찮은거야.
무열 : 형은 뭐가 후회되는데...?
용수 : 나 산 거 전부다. (한참동안 맞은편 벽을 본다) ............. (피식 웃는다) 하지만 또 딱히 후회 되는건 없네.
다시 시작하랜대도 별 뾰족한 수도 없을 것 같구..
백민철은 문득 자기 손을 바라본다.
S#15. 요양원(저녁)
노을이 지는 창밖....
백민철의 노모가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본다.
노크소리와 함께 20대의 젊은 여자 직원이 들어온다.
직원 : 누구 기다리는 사람 있어요?
노모 : ....
직원 : 아드님 기다려요?
노모 : (딴소리한다)......우리 아들은 고물 장수 따라갔어요.
직원 : (노모를 부축해 침대로 옮기며) 네.......저녁 드셔야죠.
S#16. 비밀통로(밤)
백민철 : (중얼거린다) 그나마 다행인건가
백민철이 손을 내려다보며 쓸쓸하게 미소짓는다.
다시 조용해진다.
그때 흐느끼는 소리...은재가 몸을 잔뜩 움크린채로 흐느낀다.
참을려고 해도 어쩔수가 없는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다.
은재의 울음소리가 후벼파는것처럼 괴롭다.
보는 것이 괴로워서 은재를 외면하던 희경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은재를 쳐다본다.
희경의 눈이 점점 커지는걸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 다가오는것처럼 희경의 몸이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손마디가 하얗게 튀어나올정도로 주먹을 움켜쥐고 있던 무열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백민철에게 다가간다.
무열 : (백민철을 보는것도 아니고 은재를 보는것도 아니고 작은소리로) 아까 말한거...대신 해줄수 있어?
백민철이 무열을 올려다보다가 일어선다.
은재에게 가려고 희경앞을 지나가는데, 희경의 고개가 순간적으로 뒤로 꺾였다가 돌아온다.
백민철이 은재 뒤에 선다. 무열이 외면한다. 용수도 고개를 떨군다.
백민철이 막 은재의 뒷목을 치려는 순간, 어느새 희경이 은재앞에 무릎꿇고 앉아있다.
희경이 은재의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겨준다.
은재가 눈물 가득한 눈으로 희경을 올려다본다.
희경은 아주 슬픈 눈으로 은재를 본다.
무열 : 누나아...?
용수 : ...?
희경 : (마치 겨우겨우 말하는 것처럼 어눌한 소리로) 은재야!!
은재 : (이상하다)...희경씨?
희경 : (웅얼웅얼하듯).... 조만기는... 벽속에서.... 죽었다.
은재 : (무슨소린지 모른다) ....?
무열 : (희경을 잡는다) 누나. 왜이래?
용수 : 희경씨?
희경 : (오로지 은재만을 본다) 조만기는... 황금빌딩... 벽속에서... 죽었어.
모두들 희경의 의도를 모른다.
희경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은재 : (희경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기도 모르게) 아빠? (자기가 말해놓고 부정한다) 거짓말....
희경 : (은재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은재야!!
은재 : (믿기지가 않는다. 희경의 손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마요. 나한테 왜 이래요?
은재가 무서워서인지, 몸을 떨면서 무열을 바라본다.
무열이 은재의 어깨를 잡아준다.
용수가 희경을 잡아 자리에 앉히려는데...
희경은 집요하리만치 은재를 바라본다.
희경 : (문득) 아빠는 은재를....?
희경을 외면하려던 은재가 그대로 숨을 멈춰버린다. 은재가 희경을 본다.
희경의 몸주변이 은은한 오오라를 띄는 것 같다.
은재 : ....(울것처럼 간헐적으로 숨을 토해낼뿐 대답하지 못한다. 눈물이 차오른다)
희경이 용수에게서 빠져나와 은재앞에 앉는다.
희경 : (눈물 가득한 눈으로 웃는다) 사랑해....
숨도 못쉴정도로 놀란 은재 눈에서 눈물이 굴러떨어진다.
희경 : 은재는 아빠를....?
은재 : .......
희경 : .......
은재 : (간신히)... 너무 사랑해요.
은재가 울면서 희경에게 안긴다. 희경이 은재를 안아준다.
떨리던 희경의 몸이 잦아들면서 희미한 오오라가 꺼져간다.
희경이 스르르 쓰러진다. 무열이 희경에게서 안 떨어지려는 은재를 안아서 떼어낸다.
백민철이 희경의 뺨을 두드린다. 희경이 눈을 뜬다. 깨나고도 멍하게 천장을 바라본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수가 없다.
(*희경의 말은, 마치 억지로 고장난 장난감을 작동시키는 것처럼 어눌하다.
말하자면 은재 아빠의 영혼이 희경에게 빙의되어 처음 움직이는 로봇을 조정하는 것과 같다)
S#17. 거리(밤)
술취한 젊은 남자가 경찰에게 잡혀 식당에서 끌려나오며 발버둥친다.
남자 : (울분에 찼다) 내가 뭘...내가 뭘 어쨌다고...왜 날 무시해? 내가 만만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남자를 잡고 있는 장택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후배경찰이 경찰차 뒷문을 연다.
장택수 : 조용히 해. 임마. (후배에게) 잡어. 다리 잡어. (휘두르는 팔꿈치에 얻어맞는다)
아야...이 자식이 진짜...(차안에 밀어넣고) 공무집행방해로 확!!
경찰차에 탄 젊은 남자. 이제까지 날뛰던것에서 돌변해 갑자기 앞좌석 등받이에 얼굴을 묻더니 흑흑 흐느낀다. 엄마!!
그 모습을 보니 또 안쓰럽다.
에잇. 경찰차 문을 꽝 닫는다. 몸을 툭툭 터는데, 치치직 무전소리...
'인사동 출동바람. 폭행사건 발생...취객끼리 싸움을 벌이고 있음'
장택수 : (경찰차에 타면서) 이놈의 크리스마스...커피한잔 마실 틈을 안주네.
경찰차가 출발한다.
S#18. 비밀통로(밤)
은재는 아직도 간헐적으로 흐느낀다.
용수 : (생각한다) 조만기는 황금빌딩 벽에서 죽었다....?
무열 : (희경에게) 기억안나?
희경 : 기억은 있는데...그러니까 그게 내가 한 말이 아니라...아니 내가 하긴 했는데...
그냥 저절로 흘러나왔다니깐. 난 그냥 시청자였고.
무열 : 정말. 진짜...은재씨 아빠의.......(눈치를 보며) 귀신이..아니 혼령이.... 왔던거야?
희경 : (확신할 수가 없다. 은재를 본다)....
은재 : (아직도 감정이 남아 있다)...
용수 : 무슨 뜻일까? '조만기는 황금빌딩 벽에서 죽었다!!' 다 알고 있는 얘기를...왜 한걸까?
은재씨 아빠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무열 : 정말 아빠 맞아요?
은재 : (고개를 끄덕인다)...
무열 : (다시한번 희경을 본다)....
희경 : (자기도 놀랐다)...그렇다니까
용수 : (뭔가 생각날 듯 간질거린다. 백민철을 향해) 뭐 생각나는거 없어요?
백민철 : 뭐가?
용수 : 뭐든지...그때 상황을 얘기해봐요.
백민철 : (잠깐 생각하다가) 17년전 당시...우리에겐 두장의 지도와 덕수궁 어느 전각이 입구라는 것 정도의 정보가 있었소.
그런데도 조만기는 황금의 위치를 알아낸 거요.
무열 : 어떻게?
백민철 : 그건 몰라. 그러더니 황금빌딩 반지하로 이사를 왔소.
용수 : 왜 하필 황금빌딩이죠?
백민철 : 덕수궁이랑 가까운 곳에 있는데 편하다고, 조만기가 그랬거든.
용수 : 그래서?
S#19. 황금빌딩 지하실 계단-입구(낮)
17년전의 백민철, 은재의 아빠, 이산이 들어온다.
백민철이 문을 두드린다. 문은 안에서 잠겨있다.
(백민철) : 연락이 안돼서 찾아갔는데.... 문은 안에서 잠겨있었소.
(점프)
백민철이 연장을 이용해서 문을 억지로 연다.
S#20. 지하실(낮)
철제 침대가 하나 (이 침대는 벽을 가리고 있다) 책상이 하나.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고는 그뿐이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S#21. 비밀통로(밤)
백민철 : 말 그대로 사라진거요.
무열 : (툴툴댄다) 말이 돼? 문이 잠겨있었다면서...
용수 : (중얼거린다) 조만기는 벽속에서 죽었어
백민철 : ...?
용수 : 분명히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그랬죠?
백민철 : (고개를 끄덕인다)
용수 : (다시한번 중얼거린다) 조만기는 황금빌딩 벽속에서 죽었어
S#22. 지하실(낮)
이산, 백민철, 은재의 아빠가 방안을 둘러보고 다시 나간다.
카메라는 침대를 향해 줌인해 침대너머를 향한다.
침대너머에는 시멘트가 파헤쳐저 있고 흙이 무너진게 보인다.
S#23. 비밀통로(밤)
용수가 조만기의 지도를 꺼내 펼친다.
방위를 확인하기위해 위치를 바꾸더니, 통로의 반대쪽을 가리킨다.
용수 : 이쪽이 황금빌딩이야.
희경 : ....
용수 : (퍼즐을 맞추듯) 조만기는 정식 입구를 통해 들어간게 아니야
백민철 : ...?
용수 : 그랬다면, 오얏꽃 다섯장이 그대로 남아 있을리도 없고
(인서트)
오얏꽃 무늬가 박힌 중명전 지하실 벽
-다시 비밀통로
용수 : 청동거울의 트릭도 깨졌어야잖아.
(인서트)
청동거울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유리관.
용수 : 조만기는 황금빌딩 지하실을 파서 (지도의 한곳을 가리킨다) 여기로 들어온거야.
은재, 무열, 백민철이 용수의 이야기를 이해한다.
희경은 빙의 뒤의 두통 때문에 아픈 머리를 감싸쥔다.
용수 : 산소, 얼마 남았어?
무열이 모래에 박힌 산소잔류측정기를 빼낸다.
무열 : (잔류산소측정기를 본다) 1시간 12분
용수가 먼저 뛰기 시작한다.
무열이 가방을 챙겨 은재와 함께 그 뒤를 따른다.
희경과 백민철이 그 뒤를 따른다.
S#24. 비밀통로2(밤)
흔들리는 불빛이 선행한다.
용수를 따라 일행이 도착한다.
용수가 왼쪽벽을 훑는다. 벽돌로 만들어진 비밀 통로와는 다른 흙으로 만들어진 굴이 나타난다.
아까전에 용수가 확인했던 그곳이다.
용수 : 여기야
무열이 '플라스틱 조명'으로 안을 비춘다. 안은 흙으로 막혀있다.
무열 : 막혔잖아?
용수 : 파야지
용수가 기어서 굴속으로 들어간다.
은재 : (중얼거린다) 지반침하
(인서트)
흥신소
언젠가 창문이 안닫힌다고 은재가 물어왔을때, 용수가 했던 말이다.
용수 : 덕수궁쪽 창문이죠. 약간 들어주면서 열어야돼요. 전에 지반침하가 있었거든요.
-다시 비밀통로
(용수) : 땅을 팔만한 거 없어?
무열이 가방을 거꾸로 들고 흔든다.
초코파이, 물병. 희경이 주머니에서 금조각을 꺼내 용수에게 건넨다.
S#25. 굴속(밤)
(*이후에는 음악이 흐른다. 신의 은총이 가득한 캐롤이어도 좋고, 우리가 익히 아는 클래식한 음악이어도 좋다.
땅굴속에 있을때. 대사가 없을때는 음악이 커진다)
용수가 금조각으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파낸 흙을 배낭에 담아 줄을 흔들면, 밖에서 끌어당긴다.
S#26. 비밀통로(밤)
백민철과 무열이 줄을 잡아당긴다. 그사이 빈 배낭이 안으로 들어간다. 일초 일초가 시간과의 싸움이다.
무열이 흙을 거꾸로 턴다.
잔류산소측정기의 숫자가 한시간을 깨고 59분으로 바뀐다.
S#27. 중명전 경비실(밤)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밤의 거리에서 조금만 돌아서면,
경비실안.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라면을 끓이고 있다.
꼬마김치를 자르고, 그릇도 없어, 라면 봉지를 접어 라면을 덜어먹는다.
후루룩......크리스마스에 먹는 라면이 어쨌거나 맛있다.
S#28. 비밀통로2(밤)
산소잔류측정기의 남은 시간은 38분
어둡다.
플라스틱 불빛이 점점 어두워진다. 다른 손전등은 땅굴속에 들어가 있다.
용수가 기어 나오고 백민철이 들어가려고 준비한다. 통로 한쪽에 파낸 흙이 수북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백민철과 희경의 시선이 엇갈린다.
용수의 손은 엉망이다. 황금쪼가리도 그것이 황금인지 호민지 알아볼수 없을정도로 엉망이다.
S#29. 땅굴속(밤)
백민철이 땅을 판다. 절박하다.
흙으로 꽉찬 배낭이 끌려가고, 새로운 배낭을 잡아당긴다.
쉴새없이 흙을 판다.
S#30. 강승호의 집(밤)
강승호 딸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강승호가 핸드폰으로 백민철에게 전화를 한다. 통화권이탈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강승호의 아내가 과일을 깎아가지고 온다.
S#31. 비밀통로(밤)
산소잔류측정기의 남은시간은 20분
용수와 희경이 흙이 가득찬 배낭을 빼낸다.
무열 : (굴속에 대고) 교대해!!
무열이 들어갈 준비를 한다. 은재가 무열의 옷자락을 잡는다.
무열이 은재를 돌아본다.
용수와 희경은 백민철을 빼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듯 은재가 머뭇댄다.
무열이 은재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더니 짧게 입을 맞추고 은재의 머리를 자기 가슴에 묻는다.
무열 : (은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걱정할거 없어요.
절대로...절대로.....................................절대로!!!
은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무열이 심호흡을 하더니 백민철이 금방 빠져나온 굴속으로 들어간다.
은재가 벽에 기대 주저앉는다. 굴속으로 사라지는 무열을 보면서...
용수가 '산소잔류측정기'를 흘깃 바라본다. '19분'남았다.
S#32. 굴속(밤)
무열이 땅을 판다. 은재를 이안에서 죽게 할 수는 없다. 그는 필사적이다.
S#33. 12분을 위한 몽타쥬
-무열이 땅을 판다.
(인서트-산소잔류측정기)
'11분남았다.'
-크리스마스 거리.
빨갛고 초록색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커플 목도리를 한 남녀가 꼭 끌어안은채 장난처럼 입을 맞추며 지나간다.
'10분남았다'
-흙이 꽉찬 배낭이 끌려간다.
'9분남았다'
-백화점에 걸린 썰매를 끄는 사슴이 움직인다.
'8분'
-용수와 백민철이 흙을 쏟아붓는다.
'7분'
-크리스마스 트리의 맨꼭대기 별이 반짝인다.
'6분'
-희경이 은재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기댄다.
'5분'
-수선집. 수선집 여자가 잠든 강모의 양말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준다.
'4분'
-숨쉬기가 곤란하다. 용수가 괴롭게 숨을 쉬며 안을 둘러본다.
'3분'
-무열이 필사적으로 흙을 판다.
'2분'
-그순간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튄다.
금조각이 뭔가에 닿았다.
무열이 좁은 공간에서 겨우 움직여 손전등을 비춘다. 다시한번 긁어본다. 벽이다.
무열 : 다 왔어!!
S#34. 비밀통로(밤)
산소잔류측정기는 1분을 가리킨다.
(무열) : 벽이야!! 다왔어. 다 왔다구.
희경이 은재를 끌어안는다. 은재의 얼굴이 환희로 일그러진다.
백민철과 용수의 얼굴이 환해진다.
그런데...
(무열) : 젠장할!!
용수 : 왜?
조용하다.
용수 : 박무열 왜?
S#35. 굴속(밤)
손전등 불빛 속에 들어난 것은 벽돌이다.
무열의 얼굴이 순간 절망한다.
S#36. 지하실(밤)
언젠가 무열, 용수, 희경이 고양이를 찾아낸 그 지하실 벽은 시멘트로 막혀있다.
갑자기 쿵소리가 들리며 벽이 흔들린다.
다시한번 쿵소리...
S#37. 굴속(밤)
무열이 주먹으로 벽을 친다. 엎드린 자세에서 힘을 낼 수가 없지만, 그래도 친다.
한 번. 두 번. 세 번...주먹을 감싼 수건에 피가 배어나온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무열이 이를 악문다.
(용수) : 박무열 왜 그래?
S#38. 비밀통로2(밤)
쿵. 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희경 : 무열아?
부르려는 희경을 백민철이 만류한다.
그들은 이 소리의 의미를 이해한다.
산소잔류량은 0을 표시한다.
용수 : (주저앉는다) ...나는 별볼일 없이 살다가 안방에서 늙어 죽을 줄 알았는데... (우는것처럼 희미하게 웃는다)
그사이에도 쿵. 쿵. 벽을 두드리는 소리는 괴로울 정도로 계속된다.
무열의 이를 악무는 신음소리도 들린다.
희경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문득 백민철이 아무렇지도 않게 희경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은재가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으면서도 시선은 무열이 들어간 굴속에서 떼지 않는다.
손전등으로 쓰고 있는 용수의 핸드폰이 '밧데리가 부족합니다'라며 삑삑댄다.
용수가 문자 메시지 판을 연다. 통화권 이탈 표시!!
용수가 보낼 수 없는, 문자를 찍는다.
'엄마 아버지....' 한참동안 망설이자 '밧데리가 부족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다시 뜬다.
S#39. 용수 엄마의 집(밤)
병색이 짙은 용수 엄마가 누워있다가 부스스 일어나 창을 열어본다.
텔레비전을 보던 용수아빠가 눈으로 용수엄마를 따라간다.
용수아빠 : 왜?
용수엄마 :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아니...꼭 누가 온거 같해서...
아무도 없다는걸 알면서도 다시한번 창밖으로 돌아본다.
S#40. 비밀통로2(밤)
'엄마 아버지....미안해요' 용수가 문자를 저장하고, 눈을 감는다.
숨쉬기가 괴롭다. 폐가 찢어질 것 같다.
희경도 눈을 감는다. 백민철은 어둠을 바라본다. 은재의 눈에서 끝내 눈물이 흘러내린다.
계속되는 쿵. 쿵 소리.
S#41. 굴속(밤)
무열은 이미 정신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무열의 주먹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눈을 감은채로 주먹은 계속해서 벽을 친다. 쿵! 쿵!
S#42. 지하실(밤)
벽은 그저 벽이다. 쿵! 쿵!....
그때 벽에 소리없이 금이 번지더니, 다음 주먹이 벽을 뚫고 나온다.
S#43. 땅굴속(밤)
반쯤 감겨있던 무열의 눈이 떠진다.
작은 구멍이지만 밖에서 들어온 공기를 가슴이 터지도록 호흡하는 무열.
S#44. 비밀통로2(밤)
포기했던 그들. 갑자기 숨쉬기가 편해진다.
아무렇게나 쓰러져있던 용수, 희경, 백민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슴이 터져라 숨을 들이킨다.
보는 사람이 같이 숨을 쉬고 싶을 정도로 절박한 호흡이다.
S#45. 지하실(밤)
지하실바닥에 벽돌조각이 떨어진다.
백민철이 사람이 통과할 정도의 구멍을 만들고 있다.
S#46. 비밀통로2(밤)
손전등 불빛아래 무열의 오른쪽 손이 엉망이다. 용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다.
은재가 조심스럽게 피떡이 진 손수건을 풀르고, 자기 손수건으로 다시 묶어준다.
용수와 희경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은재 : 아프죠?
무열이 은재를 바라본다. 그 얼굴위로
(용수) : 당연하죠. 죽을 것 같해요. 호해줘요....
좀 떨어진 곳에서 용수와 희경이 무열의 예상답안을 중얼거리고 있다.
용수 : 안아줘요. 뽀뽀해줘요. 찐하게...
희경 : 그 분위기는 아니야.... (느끼하게) '은재씨를 위해서라면 아파도 아프지 않습니다' 이게 맞을걸.
그러나 무열은 손수건을 묶어주는 은재를 보고만 있다.
은재가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무열이 자기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무열 : (그제서야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듯 멍하게)...정말 다행이에요. 하마터면 포기할뻔했는데...
(한숨을 쉬며 은재를 본다) 정말 다행이예요.
안전해지고 나서야 뒤늦게 두려움을 느낀 듯 무열의 손이 덜덜 떨린다.
은재가 손수건 붕대 끝에 조금 나와있는 무열의 손가락을 잡아준다.
용수와 희경...뜻밖이다.
이때 굴안에서 들리는 소리...
(백민철) : 나와!!
S#47. 지하실(밤)
백민철이 희경이 나오는걸 도와준다.
그 뒤를 이어 은재, 무열, 용수가 나온다.
용수와 희경이 문쪽으로 달려간다. 문은 밖에서 잠겨있다.
희경이 문을 쾅쾅 두드린다.
희경 : 할아버지!! 강모야!! 아무도 없어요!
S#48. 강모방(밤)
강모는 잠들었고, 수선집 여자는 잘 준비를 한다.
멀리서 희경과 용수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수선집 여자는 듣지 못한다.
불을 끄려고 벽에 손을 대다가 수선집 여자가 멈칫한다. 벽에 손을 대본다. 쿵쿵대는 소리...
수선집 여자가 밖을 쳐다본다.
S#49. 지하실 계단(밤)
잠옷차림의 할아버지와 수선집 여자가 내려온다.
집주인 할아버지가 지하실 문을 연다.
할아버지 : 이게 무슨 일이야?
문을 열자마자 용수, 희경이 뛰쳐나온다.
할아버지와 수선집 여자는 어리둥절하다.
S#50. 황금빌딩앞(밤)
지하실 계단에서 올라오는 다섯사람. 밖의 공기를 가슴이 터지도록 들이마신다.
백민철이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게 얼핏 보인다.
집주인의 묻는 소리가 아득하다. '왜 그안에서 나와? 뭔짓을 한거야?'
그때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숨 쉬기에 여념이 없던 다섯사람이 그제서야 하늘을 본다.
이상한 짓을 한 세입자 때문에 화가난 집주인 할아버지도,
잠옷위에 쉐타하나만 걸치고 나와 추워하던 수선집 여자도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눈이 동화처럼 비현실적이다.
살아있다는건 이런거구나 모두들 그 느낌에 빠져있다.
차가 멎고 아디다스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준다. 백민철이 차에 타면서 슬쩍 돌아본다.
용수, 무열, 은재를 거쳐 희경을 본다.
백민철의 차가 출발한다.
S#51. 백민철의 차(밤)
백민철이 차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S#52. 경찰서유치장(밤)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던 20대 젊은 남자가 창살 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S#53. 경찰서 현관앞(밤)
커피잔에서 솟아오르는 하얀 김.
장택수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S#54. 용수 엄마의 밤(밤)
잠이 든 용수 엄마와 아빠...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걸 모른다.
S#55. 눈이 내리는 몽타쥬
강승호의 집앞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멈춰선 짱께의 헬맷위에도, 혼자있던 할아버지의 중절모에도,
시골에도, 도시에도, 나무위에도 바다에도, 산에도 눈이 펑펑 쏟아진다.
(f.o)
S#56. 중명전 1층(낮)
문이 열리고,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깐깐한 경비'가 순찰중이다.
1층을 둘러보고, 2층으로 간다.
잠시후 내려와서 지하실 문을 연다.
S#57. 중명전 지하실(낮)
중명전 지하실 문이 열린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왔던 경비가 우뚝 멈춰선다.
노트북이 중앙에 놓여져있다. 손전등 불빛이 노트북을 지나 벽으로 향한다.
무너진 벽. 비밀통로...!!
카메라는 통로쪽으로 줌인한다.
(점프)
통로쪽에서 줌아웃하면, 덕수궁 직원, 학예사, 전문가같은 사람들이 통로를 들여다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S#58. 중명전 전경(낮)
기자가 멘트중이다(기자는 전에 나왔던 사람일수도 있다).
기자 : 중명전 지하실에서 발견된 비밀통로의 깊이와 넓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 통로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관한 학계의 다양한 주장이 제기 되는 가운데....
S#59. 비밀통로몽타쥬
전문가들이 이곳저곳을 검사하고 있다.
벽돌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청동거울의 무늬를 탁본하고,
사진을 찍는 가운데 기자들의 멘트가 엇갈린다.
(기자) : 일제 시대때 만들어진 통로라는 이제까지의 예측과는 달리 16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기자) : 현재까지 알려진 비밀통로의 총 길이는 1킬로미터가 넘는 것으로 확인이..
(기자) : 풍수설에 입각해 만들어진 거대한 형태의 부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기자) : 매몰된 구간의 복원작업이 미뤄지는 가운데...
S#60. 대학교 조교방(낮)
택배직원이 들어온다.
20대의 조교가 '뜻하지 않은 택배'를 수령한다.
뭘까? 궁금해하며 교수실 문을 노크한다.
(기자) : 덕수궁 중명전의 거대한 비밀통로의 매몰된 구간이 복원되면서 고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고종의 친필 비밀문서가 발견되었습니다.
S#61. 교수실(낮)
문제의 택배 상자안에서 둘둘 말린 오래된 종이를 꺼낸다.
언젠가 나왔던 조동희 교수가 종이를 편다.
조교가 살짝 넘겨다본다.
(기자) : 가로 50센티. 세로 35센티크기의 밀서에는 고종이 독립자금을 운영하기 위해 황금 85만냥을 조성하고,
이를 위해 왕실 종친중 한사람으로 하여금 거짓 친일을 지시하는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왕실 비사가 기록되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S#62. 공동묘지(낮)
이재승의 묘.
두루마기를 입은 왕실 종친과 기자들이 묘앞에 섰다.
무덤을 배경으로 기자가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한다.
기자 : 문제의 왕실 종친은 해방이후 1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친일종친이라는 오명을 쓴 채 왕실 족보인 선원록에서도
그 이름이 지워지는 불명예를 당하다가 이번 고종의 밀서를 통해 신원을 회복할것으로 보입니다.
(점프)
이재승의 묘와 떨어진곳.
백민철이 이 소동을 지켜보다가 돌아선다. 강승호가 그 뒤를 따른다.
S#63. 납골당(낮)
은재가 사진을 바라본다.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진속 아빠는 젊은시절 그대로 환하게 웃으며, 일곱 살 어린딸을 바라보고 있다.
(아빠) : 아빠는 은재를...
(어린은재) : 사랑해요.
(아빠) : 은재는 아빠를...
(어린은재) : 사랑해요
은재 : (동시에) 사랑해요.
은재가 사진속 아빠 얼굴을 바라본다.
어린딸을 안고 아빠는 환하게 웃고 있다.
S#64. 흥신소(낮)
무열, 용수, 희경이 TV를 보고 있다.
또다른기자 : 한편 문화재청은 대규모 학술 조사단을 파견 조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KBA뉴우스 연보흥입니다.
무열이 TV를 끈다. 무열의 오른손은 아직 치료중이다.
용수 : 인사동 할아버지는 아직 안나왔나 봐?
희경 : 그러게...
무열 : 그 황금은 어떻게 될까?
희경 : (억울하다)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우리거잖아. 지금이라도 당장 떨치고 일어나서 우리가 발견한거라구.....
용수 : (수갑채우는 시늉을 하며) 당신을 문화재 훼손혐의로 체포합니다. 철컥
무열 : 그래. 훼손했어. 훼손한건 훼손한거고 금은 금이잖어. 죗값은 치루고, 금은 갖고. 선명하잖아?
용수 : 그게 그렇지가 않다니까....
희경 무열 : (동시에 버럭) 왜에?
용수 : (움찔놀란다) 말했잖아. 일단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테고, 왕실종친회에서도 가만 안있을테구...
결국은 문화재청에서 가져갈 확률도 있고... 소송만 몇십년이라니까...
희경 : 몇십년이면 어때? 자그마치 7천억인데...
무열 : 그럼. 7천억인데... 누나 우리끼리라도 가자.
희경과 무열이 일어난다.
용수 : (느긋하게) 잘 생각해? 까딱 잘못하다간 이것마저도 뺏기는 수가 있어.
용수가 못보던 거대한 산세베리아 화분을 툭툭 친다.
왠일인지 무열과 희경이 어물 어물 주저앉는다.
카메라가 마치 내시경처럼 화분안으로 들어가면, 돌, 그밑에 황금이 십여개 쌓여있다.
황금이 '나는 황금이예요' 라며 번쩍 빛난다.
(w.o)
S#65. 황금빌딩 전경(낮)
햇빛이 번쩍 빛난다. 여름이다.
물줄기가 카메라를 덮는다.
집주인 할아버지가 물을 뿌린다.
S#66. 태권도장(낮)
호돌이 태권도장. 완전히 바뀌었다.
세련된 인테리어, 최고급 자재. 한쪽벽면이 거울로 되어 있어 더욱 넓어보인다.
최신형 락커까지 겸비되어 있다.
자신만만한 표정의 태권사범 무열이 아이들 곁을 지나가며 품새를 봐준다.
무열 : (박수를 짝짝치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태권!!
아이들 : (구령하며) 태권!!
아이들 일사분란한 동작으로 인사를 하면
무열도 멋있게 그 인사를 받는다.
아이들이 태권도장을 빠져나간다.
관록이 붙은듯한 무열이 아이들을 보며 일일이 인사한다. '내일 늦지 말고''태권!'활기찬데...
(소리) : 박사범!!
무열 : (급 공손모드로) 예!! 관장님
돌아보면, 오너가 등장한다.
새오너 : 오늘 비품 들어오기로 한거 확인해요
무열 : (씩씩하게) 알겠습니다!!
오너가 나가면, 그 뒤에 대고
무열 : (씩씩하게) 태권!! 다녀오십시오!!
S#67. 아란샤(낮)
인테리어는 대동소이하나,
이상하게 별자리 그림이 많아졌다.
노트북을 앞에 둔 희경이 남녀손님에게 별자리를 봐주는 중이다.
희경 : 여자분은 귀신이 사람으로 태어난 형상, 1과 12의 별자리를 타고 났습니다.
남자분은 죽음의 8하우스. 귀신의 집에 해당하죠.
어두운 얘기에 희경앞의 여자와 남자 우울해진다.
희경이 흘깃 그 눈치를 보면서
희경 : 그래서 두분은 못헤어집니다. 귀신은 귀신의 집에 머물러야죠. 남자분 아니면 여자분은 머물데가 없어요.
8월이 되면 목성이 강해져서 두분의 연애운은 더욱 강해지고...
희경앞의 남녀, 운세가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희경 : 9월로 접어들면서.. (여유있게 자판을 툭 두드리는데)
갑자기 화면에 에러가 뜬다.
뜨아...
그러나 희경이 누구인가? 씨익 웃으며...
희경 : 9월로 접어들기 전에 정신을 맑게 해주는 아로마 차한잔...?
남녀, 고개를 끄덕인다.
노트북의 재부팅 버튼을 누르고 차를 끓이기위해 일어나는 희경 돌아서면서 휴우~ 안도한다.
S#69. 만화가게(낮)
용수가 엎드려 자고 있다.
츄리닝 백수, 뿔테 백조가 각각 떨어져서 만화책을 본다.
'쯧쯧쯧...' 혀 차는 소리와 함께 강모가 들어온다.
마치 주인인양 테이블위의 만화책을 서가에 꽂고, 빈 캔도 버리고 한다.
빈깡통이 내는 소리에 눈을 뜨는 용수, 입맛을 다시며 일어난다.
용수 : (게으름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언제 왔냐?
강모 : 아저씬 어째 발전이 없어요? 작년이나 올해나 달라진게 없잖아요?
용수 : 이 나이 들어서 변하면 그거 조심해야돼.
기지개를 켜면서 밖으로 나간다.
S#70. 복도(낮)
용수가 당연하게 흥신소로 들어간다.
S#71. 황금빌딩앞(낮)
짱께(그는 바로 오토바이를 묘기수준으로 타던 그 녀석이다)가 급한 s자로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배달통을 들고 황금 빌딩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72. 흥신소(밤)
짱께가 들어와 배달통안에서 음식을 꺼내 셋팅한다. 그는 만리장성 유니폼을 입고 있다.
짱께가 짜장을 꺼내자 맨먼저 희경이 받는다.
희경 : (짜장면 그릇의 랩을 벗기며 짱께가 꺼내는 짬뽕을 본다) 짬뽕 먹을걸 그랬나?
용수 : (짱께에게서 짬뽕을 받으며) 바꿔먹을래?
희경 : (갈등생긴다)...
용수 : 인생이란 그런거야.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잃게되지.
무열 : (볶음밥을 받으며) 누나, 짜장 소스 남으면 나줘라. 밥 비벼먹게.
끝났나 싶은순간, 마지막으로 짱께가 울면을 꺼낸다.
울면을 가져가는 손, 은재다.
은재 : (짱께한테) 만두는요?
짱께 : 시키셨어요?
은재 : 서비스요
짱께 : 탕수육은 시켜주셔야 서비스가 나오죠 맛있게 드세요 (나가려다가 문득 멈춰선다)
무열 : (먹으며) 왜?
짱께 : (다시 돌아와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저기요. 진짜 이상한 일이 하나 있거든요.
다들 먹으면서 짱께를 본다.
짱께 : 저 위에 빌라 한 채 있는거 알죠? 단독빌라. 우중충한거. 거기에 맨날 짜장 세그릇을 시키는 집이 있어요. 304호!!
S#73. 빌라 현관(밤)
어쩐지 음산하다.
짱께가 주변을 흘깃거리며 조심스럽게 짜장 세그릇을 내려놓는다.
괜히 긴장했다.
(무열) : 그게 뭐?
(짱게) : 근데 여자 혼자 살아요
여자의 치마가 보인다.
여자가 만2천원을 건넨다.(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짱게) : 근데 식사는 꼭 세그릇을 시킨단 말이죠
S#74. 흥신소(밤)
먹으면서 듣고 있는 네사람.
일순간 이야기에 빠진터라 동작 그만 상태다.
무열 : (그 상태를 풀 듯 후루룩 먹으며) 많이 먹나 보지 뭐?
희경 : 애완 동물을 키울 수도 있고.
용수 : 짜장면에 대해 뭔가 연구중일 수도 있고.
은재 : 누군가를 사육중일 수도 있죠
무열, 희경, 용수가 은재를 홱 쳐다본다.
은재...왜? 하는 시선으로 맞받아치며 울면을 먹는다.
무열 : (다시 본래모드) 잘했어요
용수 : (다시 본래모드) 많이 컸어
희경 : 언제 키워서 우리 대화에 집어넣나 싶었는데...
짱게가 배달통을 들고 나간다. '이 사람들 뭐야?'싶다.
S#75. 빌라(낮)
짱께가 이상하다고 말했던 그집의 빌라.
세 개의 짜장면이 놓여져 있다.
치마를 입은 여자가 짜장 한그릇을 들고 간다. 그녀는 뿔테 백조다.
뒤를 이어 또하나의 짜장면을 들고 가는 여자..? 그여자도 뿔테 백조다.
마지막 짜장면...어라? 그여자도 뿔테안경.
(패션보다는 편한 것을 추구하는 펑퍼짐한 옷들이 이들을 쌍둥이처럼 분간못하게 만드는거죠.
작가의 일상이 그렇게 피폐하다는걸 보여주듯이)
S#76. 뿔테백조의 작업실(낮)
뿔테 세명이 짜장면을 먹는다.
세 개의 노트북이 켜져있고, 자료가 붙어있다. '광무황제 황금 12통'이라는 제목.
역사속 인물 '고종. 이용익...' 가상의 인물 '이재승...'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야마시타 골드''고궁역사기행''고종과 명성황후' 자료조사에 쓴 책들이 다 있다.
먹으면서 하는 대사들.
'정관헌에 구들장이 없대. 오늘 덕수궁에서 항의왔어.'
'어? 이상하다. 분명히 확인했는데...어떤책에서 봤어'
'그보다 땅속에서 나온 황금은 찾는 사람이 다 갖어?'
'반띵하지 않을까?'
'찾아보라 그랬잖아'
'어디서 찾어?'
'만화책에 있을걸'
'금의 유통은 국가에서 관리한대. 함부로 못팔어'
그런 대사들이 두서없이 진행된다.
S#75. 번외편(제목: 얼렁뚱땅 흥신소)
16회의 번외편은 메이킹 필름. 혹은 현장의 목소리. 혹은 NG장면. 혹은 배우들의 한마디로 대신 하겠습니다.
(혹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일수도 있죠. 당신이 갖고 있는 보물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스탭들의 대답을 듣는다면)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