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가을의 청와대를 다녀왔네요.
아름드리 소나무들과 잘 가꾸어진 다양한 꽃, 나무들이 어우러진 정원과 주변의 산책로에서 가을의 깊이를 느끼게 했습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나무들은 아직은 따끔한 한 낮의 햇살 아래서 가을의 색채로 물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우람한 건축물들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그 우아함을 뽐내기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항상 신비에 쌓여 있어야하고 고즈넉해야 할 구석구석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어서 왠지 좀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답니다.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홍식이는 이번 동창회에 오려고 30만원이란 거금의 페널티를 물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날짜를 주말에서 갑자기 주중으로 바꿀 예정이라는 집행부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서 홍식이의 고집으로 주말을 고수했으니 페널티를 물고라도 안 올 수가 없었다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귀중한 행보라서 한 3리터는 됨직한 큼직한 불로주 한 병까지 가져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귀한 불로주를 얼마 먹어보지도 못하고 방바닥의 이불위에 몽땅 쏟아버렸던 것입니다. 이 보약은 작년에 누군가가 하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자기가 1년 동안 자연인이 되면서 채취한 온갖 자연산 약재에 수십 년 생의 산삼과 더덕을 넣어서 1년 동안이나 지극정성으로 빚어온 불로주라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게 술이 웬수이지요. 저녁식사 때부터 홀짝거린 소주의 양이 제법 되었던 모양인지 방안에 둘러앉은 친구들에게 돌아가면서 한잔씩 따라 주다가 연열이가 무서웠던지 그 앞에서 그만 넘어졌던 모양이지요.
청와대의 그 비경을 우리 같은 필부가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속살을 파헤친 것보다도 더 아까웠겠지요. 아니, 여학생들은 옆방에다 저녁 8시도 못된 시간부터 따돌림 해 가둬놓듯이 방치해 두고 남자 즈그들끼리만 그 귀한 불로주를 먹다가 죄받아서 그랬을 것이라는 영아의 너스레가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식사 때 영아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앞에 앉은 태길이가 황태국이 맛있다고 하면서 몸에 좋으니 많이 먹으라고 하자 ‘몸에 좋기만 하면 뭘 해? 아무리 기름칠을 잘 해도 공장이 돌아갈 줄을 모르는데...’
이 불로주를 조금이라도 입에 못 댄 것이 억울해서인지 그만 현수와 윤석이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티격태격하더니 나중에 강원도 고성까지 갔다 왔다는 것 아닙니까. 역시 술이 웬수이지요. 불로주가 웬수였다니까요. ‘윤석이 니가 내년에 안 오면 나도 안 올 것이라는’ 한 내말을 윤석이가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주연배우는 태길 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나 누구하고나 좌중을 아우르는 그의 순발력 있는 말솜씨는 과연 우리 동창회의 홍보대사로 내 세울 만합니다. 이번에도 그 재기 넘치는 너스레로 여성동무들을 줄줄이 꿰차고 다녔다는 것 아닙니까. 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된 구구단을, 세상에, 국민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인 5학년 때 이미 마스터를 했다니까요.
내년의 거사일은 2025년 11월 7일(금요일)-8일(토요일)로 정했고 장소는 울산지방으로 낙점이 되었습니다. 회장은 작년 모임 때의 결의대로 홍원자님이고, 제가 가문에 영광스럽게도 통산 4번째의 수석총무로 당선이 된 것입니다.
참석자입니다:
강원혁 고영아 김대옥 김성자 김유복 김윤석 김종태 나기옥 나미순 나상희 박태길 배영애 서화란 양지수 오명진 오연열 오주영 이귀선 이말님 이형주 안홍식 임현수 정옥님 정해만 진영숙 한승열 홍원자 27명입니다. 김경덕 이만열 이부단 문병준 정해택님은 마음을 보내주었습니다. 이형주회장님이 50만원, 재경동창회가 30만원, 재목동창회가20만원 상당의 물품을 보내주셨습니다.
동창회비 통장 잔고가 갑자기 너무 많이 다이어트를 하는 것 같습니다.
2024년 11월
울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