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면 못 가지만 눈이 많이 오면 반드시 나가죠. 눈을 치워야 하니까요. 경사가 있는 곳은 쓸어내야 안 미끄럽잖아요. 매일 나와서 청소를 해야겠다 작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구요. 인근에 살다 보니까 운동 삼아 다니다가 이렇게 매일 청소를 시작한 지가 한 3년 됐습니다"
지역민들의 건강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한 휴천1동 두껍바위 등산로에서 수년째 청소를 하고 있는 손호영씨(64세)의 말이다.
두껍바위까지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가벼운 등산코스다. 하루 100명 이상씩은 왔다간다.
이곳을 자주 다니는 인근 주민들은 손씨가 두껍바위에 청소하러 안 나오는 날은 영주에 없다고 판단할 정도로 거의 매일 청소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빠짐없이 청소를 하다 보니 일부 지역민들은 공공근로나 시 소속 청소하는 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란다.
"요즈음은 그래도 시민들 의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 시작했을 무렵보다 쓰레기량이 많이 줄어 들었죠. 하지만 담배 꽁조라든가 컵라면 통 같은 것들을 아무렇게나 버리는 분들이 있어요. 특히, 아이들과 같이 와서 그러는 분들을 보면 아이들이 배우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죠" 하지만 손 씨는 한 번도 그들을 직접 나무라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저 묵묵히 그들이 어지럽히고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울 뿐이다.
그의 집에는 청소에 필요한 도구는 다 구비해 두고 있다. 그러나 그중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빗자루와 낫이란다. 낫은 등산로 길 주위에 풀을 베는데 쓰고 빗자루는 등산로를 쓰는데 사용한다. 손씨가 그동안 두껍바위 청소에 소요된 빗자루만도 50여 개나 된다고 한다.
"한 번 살 때 서너 자루 삽니다. 이제 좋은 빗자루 보는 안목도 생겼습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손 씨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휴 아니에요. 그저 생각 날 때마다 그저 음료수 아니면 라면박스나 들고 노인정에 가끔 들르는 것이 다 인 걸요."
그가 가끔 들른다는 하망동, 휴천1.2.3동 노인정과 고향인 봉화 재산에서도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음료수라도 사드리고 와야 속이 편하다고 한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께서 참, 동네 어르신들이나 어렵게 사는 분들에게 잘하셨어요. 나락을 찧으러 나가면 꼭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없는 집에 퍼주고 온다고 어머니께서 불만이 많으셨지요. 또 거동이 힘든 노인분이 사는 집에 나무도 해다 주고 장작도 패 주고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에는 다 나무 때서 난방도 하고 밥도 해먹고 했잖아요."
손 씨는 지난 '98년 몸담았던 공직생활(철도)을 그만두고 아들딸과 함께 미용재료마트인 경안사를 영주와 안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영주 것은 아들이 운영하고 안동 것은 딸이 운영하고 있어요. 안동은 좀 일이 많아서 제가 매일 안동으로 출 퇴근을 합니다." 그가 인터뷰 약속시간을 저녁 8시로 잡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부인 천영숙씨와 사이에 3남 1녀를 두고 있는 손씨는 현재 함께 생활하고 있는 맏아들 내외는 영주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다. 부부 경찰이다.
"둘째 얘기만 안 했나요? 둘째는 대한항공에 다녀요. 며느리는 주택공사엘 다니구요. 다들 제 밥벌이 하니 좋죠. 그리고 다들 착해요. 우리 집 사람도 지금은 다 돌아가셨지만 시부모 모시느라 애 많이 먹었죠"
장군의 전설이 담겨 있는 두껍바위 그곳에 가면 우리의 아름다운 이웃인 그를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