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문화재 유물: 나는 수십 년 전부터 관세청의 관세평가조사편람, 국세청의 세무조사편람 및 조사사무처리규정, 행안부의 지방세조사편람 등등을 입수하여 공부하곤 했다. 한번은 비관리청항만공사를 하고자 했을 때 서류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도 전혀 몰랐기에 대기업에서 제출한 신청 서류들을 담당자에게 돈 주고 빌려와 복사한 적도 있다(이때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마지막이었는데 30년도 더 된 얘기이며 내 책에서도 나온다.). 내가 무슨 짓을 하면 안 되는지 미리 알아야 넘어지지 않을 것이고 무엇을 하여야 되는지 먼저 알아야 낭패를 피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자, 내가 서울 외곽에서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는데 문화재 유물이 나오면 공사를 못한다는 것은 알지만 거기에 대비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도대체 문화재 관리를 하는 공무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고 대비를 하여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인맥도 없고 완전 초짜라면? 그런데 아버지가 문화재 관련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지역이 어디든 간에 일단 아버지에게 그쪽 관련 자료들을 구해 달라고 할 것 같은데?
즉 판결문에서는 “곽상도는…문화재청 소관에 속하는 의안과 청원의 심사, 국정감사 및 조사 등의 구체적 직무도 담당….2016년 6월경부터 2018년 5월경까지 …. 보좌관들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 자료요청을 한 사실이 있으나, 대장동 개발사업의 경우….곽상도가 관여하여야 할 만한 현안도 없었으므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나오지만 다른 지역 자료들일지라도 내 손에 쥐어진다면 내가 서류를 빌려서 복사하였듯이 어떻게 묘수를 부려야 공사 지연을 방지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때문에 판결문에서는 “곽병채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시기는 대장동 개발사업구역에서 매장문화재 시굴·발굴조사가 이루어질 무렵으로부터 3년 이상이 지난 후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곽병채에 대한 성과급 지급과 피고인 곽상도의 교문위 위원으로서의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지만 결국은 아버지가 지위를 이용하여 받은 자료를 통해 아들과 화천대유가 거기에 맞춰 일을 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언론보도에 의하면 아들도 입장문에서 “사업지 내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견 구간과 미발견 구간을 다른 사업구간으로 분리시켜 버리는 등 공사 지연 사유를 제거했다. 풀기 어려운 문화재 문제를 해결한 공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지 않은가.
내가 검사라면 아들이 과연 처음에 이런 문제에 대한 지식과 해법을 어디서 얻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듯싶다. 어느 문화재 전문가는 “유물산포지를 녹지로 포함시켜 사업 구간을 바꿔치기하는 편법은 20대였던 곽 씨의 능력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만큼, 곽 씨의 조력자가 누구인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아들의 업무실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국회의원 시절의 보좌관들을 제일 먼저 불러 조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