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던 대만 11대 총통선거에서 19일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일행의 총격부상이라는 막판 최대 변수가 발생했다. 대만 국민들은 이번 피격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워낙 양쪽 지지세가 백중지세로 판세가 격렬해 이날 마지막 선거유세도 초미의 관심이었다.
총통부 관계자는 “천총통은 국민들에게 냉정할 것을 당부했다”면서 상대당인 국민당 롄잔(連戰)측에도 보안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총통 부상정도가 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안정돼갔다.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천총통 일행에게 총격을 가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총통부도 함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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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천수이볜 총통이 탑승한 지프 차량에 총알 구멍(동그라미 안)이 뚫려 있는 장면이 포르모사 TV에 보도되고 있다. 천 총통은 선거를 하루 앞둔 19일 이 차를 타고 타이난 거리를 행진하다 복부에 부상을 입었다./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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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총통일행은 이날 오후 남부 타이난 유세 도중 피격당했는데 처음에는 유세에 열중하느라고 피격사실을 느끼지 못했다고 대만언론은 보도했다. 총통 옆에 있던 뤼슈렌 부총통이 먼저 통증을 느낀 뒤에 복부가 피로 젖어 있음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워낙 폭죽소리가 요란해 모두들 몰랐다는 것. 민진당의 왕싱난 의원은 총통 차량 뒷차에 탑승, 유세중 앞차가 급히 방향을 바꾸는 것을 보고 쫓아가 피격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워낙 현장이 시끄럽고 붐비던 터라 사고가 터지자 처음에는 폭죽에 의한 부상이라는 주장들이 대두됐었다. 대만 선거에서는 폭죽들을 요란하게 터뜨리는 관행이 있으며 옆에서 들으면 마치 총소리같이 들린다.
이번 사고가 20일 실시되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세에 몰리던 천총통이 이번 사고로 경미한 우세로 이길 수도 있다고 성급히 점치기도 했다. 천 총통은 지난 3월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과 쑹추위(宋楚瑜) 주석이 전격 연대하기로 결정된 이후 지지도면에서 줄곧 밀려 왔던 게 사실. 한 때는 무려 2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천 총통은 그러나 최근 상승세를 보여와 중도노선의 중국시보의 경우 선거일 10일 전 마지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천 총통이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시보를 제외하고 연합보 등 대부분 언론매체 조사에서는 다소 열세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천 총통 총격 부상이 동정심으로 나타나 표심으로 연결될 경우 수십만 표 격차는 한 순간에 뒤집어 질 수 있다. 특히 천 총통이 부상당한 곳은 그의 고향이자 텃밭인 타이난(台南)이다.
19일 대만 언론들은 국민당 내부 소식통을 인용, “여론조사에서 불리하다고 느낀 천 총통측이 막판 모종의 사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으며, 몇가지 사례에 대해 조심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정계에서는 이 때문에 천 총통측이나 지지자들이 총격 사고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타이베이=이광회특파원 santaf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