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무렵에 만난 의곤이는 한 주 동안 좀 더 자라있음을 느낄수 있었어요.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제 옆에 자리잡고 앉은 의곤이는 어수룩한 제 요리강좌를 열심히 즐겼답니다.
[아주 매콤한 오징어 야채볶음]
요리가 끝나고 상을 차리는 것도 의곤이 몫입니다.
"제가 할께요!" 큰소리로 말하고 의곤이는 제 도움도 없이 큰 상을 펼치고 척척 행주질을 합니다.
우리애들은 의곤이가 지정해 준 자리에 앉아 의곤이가 주는 밥공기들을 받아 놓고 의곤이와 제가 자리에 앉을때 까지 기다립니다.
"잘 먹겠습니다!"
오징어를 유난히 좋아하는 의곤이.
"물 주세요!"를 외치고 아예 물컵을 끼고 맛있게 밥 한 공기를 비웁니다.
매콤함을 물로 쉽게 해소 할 수 없었던지 의곤이의 재치가 또 한 번 발휘 됩니다.
꾀 많은 의곤이는 느끼한 잡채 한 접시도 혼자 끌어 안고....
입 안에 있던 마지막 밥 한술을 꼭꼭 씹어 삼키고는 "잘먹었습니다!"를 외치고 일어나 설겆이통에 먹은그릇들을 통통 집어넣고 돌아섭니다.
준희아빠가 귀가하자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합니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다음날 아침.
의곤이는 신이 나서 교회에 갔습니다.
지난주와 많이 달라진 의곤이의 모습에 담당선생님도 입을 다물지 못하며 너무 행복해 하십니다.
박자에 맞춰 손뼉치기를 어려워 했던 의곤이가 이젠 점점 감각을 익혀갑니다.
단상의 대형스크린에도 제법 집중을 합니다.
찬양할 때 마다 의곤이 귀에 대고 또박또박 가사를 읊어 주는 제 목소리를 어제는 한번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눈감고 무릎 꿇고 두손 모으고 기도합시다!" 라는 인도자의 지시에 의젓하게 따라했구요!
극성 맞게 떠들고 장난하는 또래 친구들을 한심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지긋이 바라보기도 하더군요!
집으로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자마자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의곤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주고 싶은 욕심에 의곤이를 우리가 데리고 가겠노라 했답니다.
전철을 기다리며 우리의 여행로를 네비게이션 준희와 논의 하고 의곤이에게도 절차를 설명하고....
전철을 타고 문 옆에 의곤이와 함께 서서 의곤이 귓가에 역이름들을 읊어 주고 안내방송을 함께 따라해 보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때 마다 "문이 열립니다! 조심하세요!", "문이 닫힙니다! 출발합니다!"
우리 여행지의 종착역에서는 "와! 집에 다왔다!"를 큰 소리로 함께 반복했지요.
아마도 그동안 귀기울여 들어 보지 못한 소리들이었을 거예요.
우리가 탄 전철과 함께 서있는 맞은 편 전철을 향해 손도 흔들어 보고
다른 선로를 달리는 기차를 향해 "저것이 기차야, 기차! 기차!"를 확인시켜주고
한강다리를 건너는 동안 물위를 달리고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주었어요.
"덜컹!덜컹! 스르르!" "천천히 달립니다!" "빨리 달립니다!"
문에 손바닥을 함께 대고 전철이 움직일 때 마다 느껴지는 손바닥 자극들을 말로 떠들어 보기도 했지요.
땅속을 달리는 동안엔 "밖이 깜깜하다! 어둡다!"를 확인시켜 주면서 "이제부터는 지하철이야, 지하철!"
우리가 지하철을 타고 땅속을 달리고 있음을 확인했지요.
두 번의 환승을 하면서 화살표 방향대로 안내판을 따라가는 법도 잠시 보았답니다.
예전에는 의곤이가 늘 제 입을 보고 제 말을 확인하려고 들었는데 함께 오는 동안은 입모양을 한번도
확인하지 않고 제 말들을 모두 따라하더군요. 잘못된 발음을 고쳐줄때도 짜증내지 않고 순순히 따라했어요. 제가 맘속으로 얼마나 많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는지 아세요?
의곤이는 색다른 말들의 세계를 잠시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바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경험들이 술술 말문이 트였을 때 기억나서 쓰여지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정말 하늘을 날 듯 했답니다.
다음 주에 있을 의곤이와의 만남이 정말 기대 됩니다.
다음주에는 농구장에 가기로 몇주전 부터 의곤이와 약속이 되어 있었거든요!
언젠가 꿈에서 의곤이가 "아줌마!"하고 달려와 안겼다는 꿈이야기를 의곤엄마에게 했었답니다.
그 꿈의 실체를 이제 현실에서 만나게 되려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