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어르신이 새로 오시게 되면 우리는 그분을 어느 방으로 모셔야 좋을까하고 적잖이 고심하게 된다. 사람이 하루도 아니고 계속해서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여기라고 텃세가 없을 소냐.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그래서 때로는 애를 먹기도 한다.
바로 두어 달 전, ㅊ할머니와 ㅇ할머니가 거의 동시에 우리 식구가 되었다. 그런데 마침 비어있는 방이 있어서 두 분이 함께 지내시도록 하였다. 아직은 많은 시간이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쪽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이분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두 분은 참 사이가 좋아요.”
ㅊ할머니는 ㅇ할머니가 자기보다 몸이 약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뭔가를 도와주려고 마음을 다하는 것 같다. 그러면 직원은 이렇게 말씀드리곤 한다.
“할머니, 감사합니다만 괜찮아요. 저희들이 해드릴께요.”
할머니들끼리 도와드리려다 오히려 넘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염려가 되어서 하는 말이다.
하루는 ㅊ할머니가 영양제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엘 다녀오게 되었다. ㅊ할머니가 잠시 눈에 보이지 않는 동안 ㅇ할머니는 은근히 마음속으로 걱정이 되었나보다. 평소 말수가 적은 ㅇ할머니는 ㅊ할머니가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반가워하며 말문을 열었다.
“어째, 아무 일은 없으셨소?”
“아무시랑도 안해라우.”
오늘 다도시간에 할머니들을 만나보았다.
“ㅊ할머니, ㅇ할머니를 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ㅊ할머니는 쑥스러운 듯 말끝을 흐렸다.
“내가 뭐 허는게 있간디라우?”
ㅇ할머니는 고마워 하는 눈빛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두 분의 평화로운 얼굴표정이 주위분들에게 까지도 평안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 흐뭇하기 그지없다. 새해에도 이분들에게 평안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