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어제 37일간의 투병 끝에
애통하게 서거하셨습니다.
그 분은
정치인으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
파란만장한 인생의 여정 속에서
야권에 몸 담으셨을 때는
민주화와 동서화합을 위해
대통령이 되시고 난 후에는
남북화해와 IMF로 인한 국난극복을 위해
온 몸을 던져 성과를 일구어낸 분이셨습니다.
그 분께서 다른 정치인들과는 남다른 분이었다는 것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70년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당시 나와 친분이 있었던 분이 국회도서관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김대중 대통령님이
당시에 유일하게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대부분의 나날을
국회 도서관에서 늦은 밤까지 남아
책과 씨름하며 지내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80년대 초반
김대중 대통령이 ‘김대중 등 내란음모사건’ 으로
육군교도소와 청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부인 이희호 여사와 가족들에게
봉함엽서 위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 보낸
옥중서신 29통을
모아 엮은 책인
‘김대중 옥중서신’을 읽고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예술, 철학, 종교 등에 대한
그분의 방대한 지식의 양과 깊이에 감탄하게 되었고,
그분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고매한 자질과
한 아내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인간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87세라는 나이를 감안해 보면
노인의 나이로서는 천수를 사셨다 해도 무방하겠으나
남북관계가 경직이 되어 있고
정국이 혼란스러운
요즘의 시국을 감안해 보면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조금 더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병환이 급격히 악화되어
급기야 세상을 떠나시게 된 데에는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그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갑니다.
그 하나는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불행스러운 서거로 충격을 받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고,
또 하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지난 6월 중순 경 어느 공개 석상에서
현재의 시국이 민주주의가 위협 받고 있다는 발언을 하시자
보수언론과 여권으로부터 일제히
그 분을 향하여
전직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예의도 망각한 채
국민을 선동하는 망령 난 늙은이라는 집중 포화식 비난과
그 분의 대통령 재임 시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폄하하는 공격을 가하여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으셨던 것이
그 다음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그 분은 가셨습니다.
그 분의 유지를 받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입니다.
아직도 그 분의 마지막 남기신 말씀이 귀에 생생합니다.
“침묵하는 양심은 죄악이다”라는 말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