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전북 김제의 금산사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이어지는 축협동우들의 봄철 나들이 입니다. 잠실역 롯데호텔, 너구리동산 앞에서 모인 축협동우회(회장 한태식)회원들은 버스 두대에 나누어 타고, 석촌호수 옆을 돌아 성남대로를 지납니다.. 버스는 다시 구리-판교길을 달려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듭니다. 온 산하와 들은 새싹을 내민 나무와 풀들로 연둣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축협중앙회가 타기관과 합쳐져 독립성을 상실한지도 10년이 지났습니다. 청춘을 바쳐 일해온 직장이 없어지는 아픔을 겪은 동우들의 만남은 좀 각별합니다. 80고령에 또는 60대에 갖 접어든 동우들은 회한이 많습니다. 같이한 두분의 전직 회장님과 축산업발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동우들은 옛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습니다.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경기지역을 지나 충청남도 천안에서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에 접어든 버스는 정안에서 첫번째 쉼을 가집니다. 정안휴게소는 나들이 차랑으로 북적입니다. 잘 가꾸어진 휴게소에서 팔도 흔들어 보고 발목도 굽혔다 폈다 해봅니다. 정안 밤이 유명한 이곳의 산에는 곳곳에 자색을 띤 산 벚꽃이 피었습니다. 민자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곧바로 호남고속도로에 접어듭니다.
논산을 지나 황토대가 펼쳐진 왕궁, 산 벚꽃과 조팝나무 꽃이 간간이 피어있는 구릉지대를 지나니 만경평야가 나타납니다. 전주로 나가는 인터체인지가 있는 곳입니다. 산은 보이지 않고 봄보리가 파란 지평선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완주군과 김제군의 경계지점 부터는 부쩍 과수원이 많습니다. 배꽃이 하얗고, 복숭아도 꽃을 피워 무릉도원을 만들었습니다. 과수원의 배는 가지를 지지대에 매어 포도나무처럼 자랐습니다.
복숭아 꽃은 봄처녀들에게 바람을 불어넣는 화려하고 애잔한 꽃입니다. 바람난 처녀는 도화살(桃花煞)이 박혔다고도 합니다. 언덕위에 구름처럼 피어있는 한 무리의 복숭아 꽃을 바라보노라면, 누구나 꽃술에 취한듯 저절로 몸이 들썩 거립니다. 뭇 사람들이 이쁘다는 꼬임이 좋와 속살 드러내는 꽃, 桃花에 취한채 한동안 춘정에 빠져 들었습니다.
인근의 현직 동인이 근무하는 넓직한 일터에서 정갈해게 차려진 점심을 들으며, 텁텁한 백산 막걸리를 한잔 들이키니 취기가 오릅니다. 이내 모악산 밑의 금산사 주차장에서 발길을 내렸습니다. 큰 개울을 끼고 걸음을 옮기니 온통 꽃길입니다. 이제 막 꽃잎을 떨구고 있는 고목이 된 벚나무들이 꽉 찼습니다. 금산사 벚꽃축제가 열리는 현장입니다. 커다란 일주문이 길 한가운데 우뚝 서있습니다. 단청이 화려한 일주문의 높이는 3층 높이는 되는것 같습니다. 하나의 기둥은 세명이서 손을 잡아야 맞 닫을 것 같이 굵습니다.
개울에 걸쳐진 해탈교를 건너 사찰에 들어서서 금강문, 천왕문을 통과합니다. 한발 한발 부처의 자비의 가사자락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모악산이 우뚝 서있는 넓은 곳의 거대한 3층 목조건물에는 미륵전(彌勒展)이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금산사의 유일한 국보 62호인 건물입니다. 법당안에는 커다란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청동대좌도 놓여 있습니다. 미륵전은 금산사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대적광전,적멸보궁, 나한전등 다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문화재로 등록된 보물이 많은 경내 이곳저곳을 두루 살펴 보았습니다.
사찰 뒤켠의 뜰에는 붉은 빛깔의 이름 모를 꽃이 피어 흰 벚꽃과 시샘하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명부전과 만월당을 돌아 종무소에 들러 이것 저것을 물어 봅니다. 대중들의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는 이 절은 2박3일 일정, 5일 일정, 8일 일정등, 산사체험과 선(禪)위주의 체험을 할수있는 과정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와 적막함을 깨뜨리는 새소리, 청정한 산사에서의 템플스테이는 속세에서 지친 대중들의 재충전을 돕는데 매우 유익하다고 합니다.
절을 나오면서 미륵전과 모악산을 향해 두손모아 합장하였습니다. "자비로우시고 형통하신 부처님, 이세상의 모든 탐진치(貪嗔痴)를 씻어 광명세상을 만들어 주소서!" 나뿐만이 아니고 다른 동우님들도 저마다 소원을 빌었을 것입니다. 누구나 경내에 들어서면 마음이 경건해지고 청정해지는 것은, 대자연속에 계시는 부처의 섭리 때문일것 입니다. 천년고찰 금산사를 뒤로하고 10여분 걸어 다시 버스에 오릅니다.
석촌호수옆 설렁탕집에 도착하니 오후 6시입니다. 푹 우려낸 국물에 파를 듬뿍넣어 밥을 말으니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소문난 설렁탕집이라서 인지 항상 사람이 많습니다. 하루해를 즐겁게 보내고, 동우들의 안부를 물으며, 대자연의 봄풍경과 천년고찰 금산사도 탐방하고, 현직동인이 제공한 귀한 선물까지 손에들고, 집으로 향하는 동우들은 항상 잊혀지지 않을 평생의 동지들입니다. 오늘 같이 동행하신 동우님들과, 편하고 값진 여행을 준비하신 회장님과 관계자에게 감사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첫댓글 구절구절 표현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금산사를 거니는것 같이 생생합니다. 허 주필 즐감하고 갑니다.
체육행사에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후기를 읽으니 멋진 하루가 연상되네요. 동우님들의 건강하게 웃으며 이야기 나누었을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