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물리학의 관점으로는 당구공이 충돌하면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당구공의 질량, 속도, 방향, 크기, 마찰....등의 소위 팩트만 알면 당구공의 움직임을 알 수 있고, 사실이기도 합니다.
정신끼리 충돌할 때도 이런 예측이 가능할까요?
고전 물리학에서 관찰자는 당구공과 분리되어 당구대 위에서 내려다 보는 객관적 위치를 가집니다.
정신을 관찰하는 것은, 정신이 정신을 보는 것이므로 정신 자체가 당구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정신이 충돌하여 움직이는 것이므로, 객관적 관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증인이 자신이 본 사실을 말할 때, 또는 들은 사실을 말할 때, 증인의 정신이 고정된 객관적 정신이라고 가정할 수 없습니다.
사건은 주관적 정신 내부에서 같이 움직이며 변형됩니다. .
저 공이 내게서 멀어지는지, 내가 저 공에서 멀어지는지 기준점이 없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정신과 정신의 충돌에서는 이러한 기준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념적 우편향이든, 좌편향이든 자신의 주관적 관점에서 공의 움직임, 사건을 바라볼 뿐입니다.
이러한 정신의 주관적 작용을 안다면, 정신의 객관적 기준점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진심으로 묻게 됩니다.
고전물리학이 현대물리학의 양자 역학에 포함되어 그 영역이 축소되었듯이,
의식의 우월성은 자연 무의식의 광대함에 고개를 숙여야 할 것입니다.
융은 이를 레드북에서 "이 시대의 영(Spirit of the time)"이 요구하는 정당성을 떠나, "깊은 곳의 영(Spirit of the depths)"이 이끄는 역설을 받아들였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럴 수 있을 때 그나마 정치적 격변과 경제적 난국, 히틀러 집단 같은 광폭한 집단이 벌이는 국제 분쟁과 전쟁의 비극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닐련지요.
자연 무의식의 광폭함에 휘말린 정신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전체 정신에 복종하는 겸허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