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홍대의 밤하늘에 그대는 한 줄기 빛, 찬란한 UFO. Think Globally, Act Locally, 월드클래스한 작곡, 로컬한 작사. 이런 놈들을 너무 오래 기다렸었다. 눈물이 아롱아롱거리는 2008년 베스트 인디 록. (김창현)
이렇게 섹시한 검정치마는 본 적이 없다. 듣는 내 마음도 "씨발 나 어떡해"다. (김학선)
최근 어떤 아티스트들에게 향했던 찬사가 몇 종류 있다. 현실에 발을 딛는 매력적인 한국어 가사, 위화감 없는 장르성의 확보, 그러면서도 해외의 음악적 조류를 현실적으로 안착시키는 능력, 그리고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젊은이의 에너지 등등. 올해 단 한 장의 앨범을 '지지'해야 한다면 이 모두를 한 번에 갖추고 겨울과 함께 찾아온 검정치마다. (서성덕)
2.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2008/55AM Music)
예민하게, 안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인 언니네 이발관에게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김민규)
한국 중견 밴드라면 누구나 받기 마련인 기대와 우려, 체념과 냉소는 언니네 이발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향이냐 유지냐. 하지만 언니네 이발관은 그 모든 예단을 뛰어넘는 명반을 내놨다. 상승도 이런 상승이 없었다. 그저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어딘지 설명이 부족한 멜로디에 서사와 서정을 곁들인 가사, 그리고 최고가 아닌 최선을 지향하는 사운드와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구성이 있었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보기 드물게도 초기 걸작을 뛰어넘는 하나의 분기점이자, 2000년대 한국 모던 록의 흐름에 하나의 매듭을 짓는 척도다. 백현진의 [반성의 시간]과 더불어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로컬리티를 획득했다는 것도 이 앨범의 값지디 값진 미덕이다. (김작가)
[가장 보통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 '언니네 이발관' 이외의 다른 이름은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현재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기 완결성을 구축한 밴드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찬사는 온전하게 음악적 결과에 기대고 있으며, 심지어 발매 직전까지 무성했던 모든 소문을 돌파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말 많은 이 나라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서성덕)
3. 백현진 [반성의 시간] (2008/55AM Music)
우린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백현진이 부르는 <서른 즈음에>. (권민기)
듣기 거북한 소리를 내는 백현진이 아닌, 사랑 노래를 부르는 백현진에 대한 풍문을 처음 들은 건 2003년이었다.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소문만 듣고 상상했던 그때와 실체를 확인했을 때의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은 이런 건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백현진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정호)
가끔 우스꽝스러워 더욱 절절한 실연의 기록이 악다구니 같은 한국사회를 향한 냉소적인 시선으로 확장되면서 백현진의 음반은 좌절과 유머, 허무와 성찰의 양면을 다층적으로 담아낸 문제적 텍스트가 된다. 누구도 보지 않았거나 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데 예술의 가치가 있음을 확인시켜준 이 음반의 미덕은 거세된 자의식의 수컷들 혹은 현대인들을 자극하는 원초적 보컬의 솔직함 그뿐만이 아니다. 상투적인 낭만이 사라진 노랫말을 담백하게 수식하는 사운드의 도발성은 어어부 프로젝트가 벌였던 난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 절망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어찌 이 시대를 통과할 수 있겠는가. 반성은 그러므로 패배가 아니다. (서정민갑)
4. 로로스(Loro's) [Pax] (2008/Tunetable Movement)
장르적 전형성에 빚진 듯하나 무드와 음 자체보다 멜로디로 내면의 역동성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통속성이 감동의 깊이를 무릎이 아니라 발목까지로 제한하지만, 역으로 실험과 통속의 결합이라는 개성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해안에서 너무 멀지 않게 띄워진 로로스의 부표 위에는 세상의 취향과 친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타 있었다. (나도원)
복제와 미성숙의 허방을 교묘하게 피하며 전진하는 사운드는 수줍고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나르시시즘이 느껴질 만큼 순수한 감성, 그 젊음의 시적 언어를 포스트 록이라는 서사에 담아 더욱 아찔하고 위태롭게 뽑아낸 로로스는 어쿠스틱과 노이즈, 그리고 록의 언어를 포괄하는 새로움으로 자신의 이름을 돋보일 줄 안다. 사운드가 폭발하는 순간의 오르가즘뿐만 아니라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의 맑은 균형감각이야말로 로로스를 주목하게 하는 지점이다. 포스트 록이라는 이름의 서정성, 그 변주의 가능성이 이 음반의 깊이만큼 더 확장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서정민갑)
해외의 음악적 흐름과의 상호작용이 한국 대중음악이 발전해온 방식 중 하나라는 점을 상기 할 때,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의 사운드 운용을 보여준 [Pax]는 일종의 주춧돌과 징검다리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물론 장르 본연의 색깔을 희석시킨 대신 팝적인 색깔을 덧입힌 이들의 선택은 양날의 칼이 될 여지가 충분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비평적인 의미와 분석을 떠나 그 농도 짙은 격정과 서정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 (최준하)
5. 버벌 진트(Verbal Jint) [누명] (2008/Overclass)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누명'을 뒤집어쓴 채로 맛보았던 분노, 고민, 좌절, 회의가 오히려 풍부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해 결국 [누명]을 성취해냈으니까. (김봉현)
존중받을 자격, 잘난 체 할 자격, 이 한 장의 앨범이 보여주고 증명한다. 버벌 진트와 그의 hater들이 함께(?) 만들어 낸 운명의 작품. (김학선)
그가 만든 비트를 듣고 있자면 이제 더 이상 라임만 가지고 버벌 진트를 얘기할 시기는 확실히 지난 듯하다. 마음을 추스르고 계속 정진하길. (Da20ill)
6.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Noise On Fire] (2008/Rubysalon Record)
주저 없이 내달리는 이들의 스타일은 정말 백점 만점에 백점! (김민규)
차력 또는 극기훈련을 방불케 하는 라이브에서의 에너지가 앨범에도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데뷔 앨범을 더블 앨범으로 낸다는 무모함도 놀라웠지만, 펑크와 하드 록, 사이키델릭과 블루스 록을 닥치는 대로 넘나들며 자신들의 것으로 구현해내는 능력은 가히 포식자의 송곳니를 보는 듯하다. 펑크를 자양분 삼아 성장한 인디 씬의 인재들이 나이를 먹어 얼마나 더 지능적으로 광폭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김작가)
이미 전작을 통해 확인된 가공할 파괴력을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록이 가진 원초성을 오롯이 담아낸 음반의 파워는 라이브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며 단절된 한국 록의 역사를 복원하고 새로운 중흥을 일궈가고 있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나 그 가치를 알지 못했던 것을 일러 전통이라 한다면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은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측면과 장르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다는 역동성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2장의 음반 내내 한결같이 펄펄 끓는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인, 중고신인들이 내놓은 2008년 한국 록 최고의 앨범이다. (서정민갑)
첫댓글 너무나 멋진 음악@ 너무나멋진 검정치마@ 만만세 꼭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