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반도어(선한반도어와 원시한국어, 고대 한국어 초기를 통칭)와 북방 알타이 제어의 접촉의 결과로 사료되는 다수의 어휘들이 한국어에 나타난다. 다음은 초기 한반도어에 나타난 알타이어계 어휘들 중에서 관직명만을 열거한 것이다.
(1) 어라하(於羅瑕) əlaha ‘백제 관직명’ : 한자어 於(ACh. iʷo)는 우리말 /o/ 혹은 / /에 대응된다. 따라서 이 한자어의 음은 əlVkV나 olVkV 혹은 이와 유사한 것이 될 것이다. 이 말은 큰 뿔이 난 숫 사슴을 의미하는 선(先) 튀르크어 ӓlik에서 온 것으로 지도자를 상징한다. 이 어휘는 훈족들의 관직명에도 나타난다. 초기 백제 왕조가 부여 왕족과 관련이 있었다는 점에서 부여 부족 연맹체의 지배 부족이 사슴을 의미하는 ‘부여(夫餘)’였던 것과 무관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日本書紀』에는 이 관직명이 4음절 orikoke로 나타난다. 이는 한자어 어라하가 3음절 lak-ka의 음사였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 어휘는 동물명 ӓlik과 지도자를 의미하는 ka의 합성어인 것이다.
(2) 건길지(鞬吉支) kənkilči ‘백제 관직명’ : 이 백제 관직명에 대하여『日本書紀』는 군군(軍君) 즉, konikisi 혹은 konikiši라고 칭하였는데, 알타이어에서 /Ič/와 /Š/의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이 두음 중에서 /Ič/가 /Š/에 선행한다. Trk. ašuk ‘knuckle, knuckle-bone’ // Mo. alču ‘one side of an anklebone’, Trk. äšgäk ‘donkey’ // Mo. elig(n) id., Trk. qarïš- ‘to mix together’ // Mo. qarilča- ‘to be connected or related to each other’ 등.
이 관직명은 koni와 kiši 두 어휘로 구성되어 있는데, koni는 고대 튀르크어 ‘양’을 의미하는 kony이며 kiši는 ‘사람, 者’를 의미하는 것으로 고대에는 관직명으로 사용되었다고 추정된다. 이 관직명은 몽골어 qoniči, 고대 튀르크어 qoniči 등 ‘목자’를 의미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었으나, 몽골어에서는 관직명으로도 사용되었다. 동물명 kony는 백제의 고이왕(古爾王)의 관직명 고이(古爾 : kony)에서도 사용되었다.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숫양은 고대 알타이계 부족들 가운데서 ‘지도자’를 상징하는 관직명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이것은 같은 부여계 왕족과 연계되는 고구려 왕족 관직명 ‘고추가(古雛加)’와도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3) 각간(角干) kakkan ‘관직명’ : 신라의 관직명들 가운데 친족공동체의 長을 의미하는 각간(Kakkan)이 나타난다. 또한 고구려어에 日箕子可汗等神이라는 문구에 가한(可汗 : kaxan)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가한은 대왕(大王)을 의미하는 단어로 보인다. 신라의 관직명 각간(角干)이나 고구려의 가한(可汗)은 동일어를 표기한 것임에 틀림없다. 한편, 고대 튀르크어에 ‘왕, 황제’를 지칭하는 관직명 카간(qaƔan)이 수십 차례 나타나는데 고대 한국어에 나타나는 각간 혹은 가한은 고대 튀르크어 qaƔan의 차용어로 보인다. 이 단어가 맨 먼저 원형 튀르크어(Proto-Turkic)로 알려지고 있는 北魏 혹은 토파(Topa)語에서 가한(qaxan/qaqan) 형태로 나타난다.
고대 튀르크어 qaƔan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qaƔan이 qa와 qan 두 단어의 합성어라는 것이다. 후자 qan은 ‘지도자, 왕’을 지칭하는 관직명으로서 돌궐비문에 수차례 나타나며, 고대 한국어에도 나타난다. 신라의 관직명 마립간(麻立干), 거서간(居西干), 옥간(獄干), 술간(述干) 등의 관직명에 kan이 나타나는데, 신라에서는 干(kan)이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고대 튀르크어에 나타나지 않는 관직명 카(qa)는 고대 한국어에 나타난다. 부여의 관직명 마가(馬加), 저가(豬加), 우가(牛加), 구가(狗加) 등에 한자 加(Ach. ka)로 표기되어 나타나며, 고구려 관직명 고추가(古雛加, kočuka), 상가(相加, sa ka) 등에도 나타난다.
한편 qa와 qan이 부족장 혹은 한 국가의 지방장관이나 행정관의 관직명에 사용된 데 반해, qa와 qan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qaƔan은 부족국가 연맹 혹은 부족 연맹체의 장, 즉 대왕 혹은 황제를 지칭하는 관직명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 튀르크어 관직명 카간(qaghan)은 고대 한국어 이외에 여러 언어에 차용되어 갔다. 이 단어는 몽골어에서도 차용되었는데, 차용된 시기는 12세기 이전 이른 몽골어 시기로 보인다 : Mo. qaƔan. 이 단어는 중세 페르시아어 문서 Mahrnamag에도 xaƔan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외에도 티베트어, 우랄계어, 인도-유럽어 등에 널리 차용되었다.
(4) 어륙(於陸) əluk : ‘백제 왕비’(관직명) : 이 한자는 əluk 혹은 oluk을 음사(音寫)한 것으로 튀르크어 öylük ‘head of family, woman’의 차용어임에 틀림없다.
(5) 동아(Tonga) ‘강한; 줄’(고대 튀르크족 관직명) : 이 단어는 ‘두껍고 튼튼한 줄’이라는 뜻을 가진 tongacur에만 나타난다. 명사 tonga는 고대와 중세 튀르크어에서 많이 사용된 어휘이다. 12세기에 카쉬가를르 마흐무드(Kashgarli Mahmud)는 그의 사전『디반 루가트 아트 튀르크』에서 이 단어가 ‘호랑이’를 의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영국 튀르크어학자 Clauson은 Kashgarli가 언급한 것이 지금까지 어느 학자에 의해서도 확인되지 못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단어의 뜻은 ‘호랑이’가 아니라 ‘영웅, 뛰어난 戰士’ 혹은 그와 비슷한 뜻이라고 주장했다. 중세에 Ibnü Mühenna는 그가 저술한 조그만 사전에서 tonga는 ‘약함’에 대한 대립적인 뜻으로 ‘강함, 튼튼함’을 의미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편 이 단어가 중국 문서에서 고대 튀르크계 부족의 관직명을 소개하면서 동아(同俄(ACh. d’unng-nga) 형태로 전사되어 있다. 퉁구스 에벤키 방언에는 tunga 형태가 있는데 그 뜻은 ‘줄, 붕대’이다.
(6) 돌이(tori) ‘영웅’(관직명) : 이 단어는『三國遺事』에서 박혁거세를 추대했던 신라의 고허촌장(古墟村長) 소벌도리(蘇伐都利)의 이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소벌돌이(-도리)가『三國史記』에는 소벌공(蘇伐公)으로 표기되어 있다. 지역 이름 소벌(蘇伐)은 그대로 두고 도리(都利)를 공(公)으로 번역한 것으로서, 도리(tori)는 ‘prince, duke’를 의미한다. 한편, 이병도는 도리가 ‘돌’, ‘두레’를 음사(音寫)한 것으로 ‘집단’을 의미한다고 했는데 근거없는 주장이다.
이 단어는 고대 튀르크 관직명 바가토르(BaƔator) ‘영웅’에 나타난다. BaƔator는 최초로 동튀르키스탄 미란(Miran)과 돈황(Tunhuang)에서 발견된 8세기 Runic 문서에 나타난다(BaƔator는 고대 위구르 문서에도 나타난다. 후기 중세튀르크 쿠만(Kuman)語에서 BaƔator의 뜻은 ‘용감한 남자’이다. 이 단어는 몽골어에도 차용되어 갔다. 한편, 중세국어에 13세기 몽골어에서 차용된 것으로 동일한 뜻에 ‘바톨(bator)’이 있다. 몽골어에서 bator(<< BaƔator)는 몽골국 수도명 Ulan Bator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단어는 합성어로서 BaƔa와 tor로 구성되어 있다. BaƔa는 9~10세기 고대 위구르어와 11~15세기 중세 튀르크어에 두루 사용된 baqa ‘두꺼비’와 같은 단어이다. 튀르크어에서 /q/와 /Ɣ/의 음운변화는 종종 보이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위구르어(Uyg.), 중세 튀르크어(MK) buqa ‘황소’ : 중세 차가타이어(Chag.) BaƔa id. 중세 쿠만어(Kum) BaƔa 등. 실제로 고대 위구르어 baqa ‘두꺼비’는 후기 중세 튀르크어 큽착(Kypchak)어와 오스만(Osman)어에는 BaƔa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는 관직명으로 사용된 바가토르는 영웅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두꺼비 장군’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직명 바가토르(BaƔator)의 BaƔa가 동물명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원시 혹은 고대 시대에 흉노족이나 돌궐족(고대 튀르크족)들이 지도자들의 관직명으로 동물 이름을 사용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바가타르칸(Bawa Tarwan ‘ruler of toads’), 보가 카간(Boqa Ka an ‘king of bulls’, 뵈리 카간(Böri KaƔan ‘king of wolfs’, 송고르 티긴(Sonkor Tigin ‘prince of hawks’) 등.
이러한 전통은 그들의 토테미즘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관례를 우리나라 고대 국가 부여에서 찾을 수 있다. 잘 알려진 부여의 통치체계 사출도(四出道)는 마가, 우가, 저가, 구가 등 4개의 지방장관과 1개의 중앙 통치자 부여왕으로 구성되어 있다(지방장관들의 관직명이 동물 이름이라는 점은 부여왕 역시 동물명임을 추정케 한다. 부여는 몽골, 퉁구스 등 알타이 제어에 두루 쓰였던 말로서 ‘사슴’을 의미한다). 바가(BaƔa), 즉 전혀 영웅의 상징으로 보이지 않는 두꺼비가 영웅 혹은 전사를 상징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흥미있게도, 과거에 우리 한국인들은 ‘영웅, 전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두꺼비 장군’을 사용해 왔다. 이 말은 고대 튀르크 관직명 BaƔator를 그대로 번역한 것임에 틀림없다.
한편 튀르크어에서 BaƔator 이외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는 tor는 한국어에서 ‘용감한 사내아이’를 의미하는 말로서 ‘돌이’, ‘호돌이’, ‘꿈돌이’ 등등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 한국어 ‘돌이(tori)'의 말음 /i/는 명사에서 명사를 형성하는 접미사이다.
(7) 워리(wəri) ‘늑대같이 생긴 개’ (고대 튀르크족 관직명) : 한국어 남부 방언에 늑대같이 생긴 사나운 개를 부르는 말로 ‘워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은 맨 처음 고대 돌궐비문인 오르혼 비문에 böri teg ermiš(KT E 12, BK E 11) “(그 왕은) 늑대 같다.” 라는 문장에서 böri 형태로 나타난다. 이 단어는 또한 오르혼 비문에서 인명 Er böri ‘male wolf’와 관직명 böri kaƔan ‘king of wolfs’에도 나타난다. 이 단어는 대부분의 역사 튀르크어에서 böri 혹은 börü의 형태로 널리 사용되었다. 몽골어나 만주-퉁구스어에 나타나지 않는 böri는 비알타이어들에게도 차용되어 갔다 ; 기타 예, 예니세이 오스착(Yenisey Ostyak) börü, 러시아인(Rus.) birük 등.
(8) 고추가(kočuka) ‘고구려 관직명’ : 고구려 관직명 중에 왕실의 지도자에게 부여되는 古雛加가 있다. 이 단어는 古雛(ACh. kuo-dz’iu)와 加(ACh. ka)로 구성되어 있다. ka는 부여의 관직명 馬加(maka), 牛加(uka), 狗加(kuka) 등에 나타난 지도자를 의미하는 원시 알타이어 ka(加)와 동일한 것이다. 한편, 필자가 보기에 koču는 고대 튀르크어 ‘숫양, 거세된 양’을 의미하는 koč와 동일한 단어이다. 이 단어는 고대 혹은 중세 튀르크어에 매우 널리 사용되었다. 고대 튀르크어에 koč 이에외 같은 끝으로 kočngar 혹은 kočungar가 사용되었다. kočungar는 튀르크어 koč와 중국어 차용어 ngar(<Chin.)가 동의이어로 사용된 것이다.
한편 튀르크어와 몽골어에서 koč ‘숫양’은 은유적으로 지도자를 의미하는 말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현대 터키어에서는 이 단어가 ‘왕, 왕자’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말에 ‘거세한 남자’라는 뜻으로 쓰이는 고자(koca) 역시 튀르크어 koč와 같은 단어로서 13세기에 몽골어를 거쳐서 한국어에 차용되어 온 것이다.
고추가에 나타나는 가(ka)는 부여의 통치 행정조직인 소위 사출도에도 나타난다. 중앙에 王으로서 부여(夫餘) 즉, ‘숫사슴’이 있고, 4명의 지도자들 마가, 우가, 저가, 구가가 있었다. 부여의 관직명은 왕으로부터 지방 장관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물의 이름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고구려와 백제에도 계승되었는데, 이것의 기원은 필시 당시의 토테미즘과 크게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9) 고이(koi) ‘百濟王’ (관직명) : 백제 고이왕의 왕호이다. 고이왕의 ‘koy’의 정확한 당시 발음으로는 ‘kony’로서 양(sheep)이라는 뜻을 가진 튀르크어이다. 이 단어는 몽골어 등 다른 알타이어에서도 나타난다. 이렇듯 동물 이름이 관직명으로 쓰이는 예는 부여와 고구려의 전통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백제의 초기 왕 고이왕의 관직명에도 잘 나타나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10) 우거(ugə) ‘古朝鮮王’ (관직명) : 漢에 의해 멸망한 고조선의 마지막 통치자 우거(右渠)왕의 왕호이다. 이 어휘는 ‘지혜의 者’라는 뜻을 지닌 튀르크어 외게(öge)가 차용되어 온 것이다. 튀르크어 외게는 고대 튀르크어에서도 관직명으로 많이 쓰였다. 지혜가 많고 나이가 지극하며 정사에 능통한 통치자에게 붙여주는 관직명으로서 고대 튀르크 관직 서열에서 테긴(tegin) 다음 서열에 위치했다. 고대 위구르어를 연구한 뮐러(F.W.K Müller)는 이 어휘를 UGə로 전사했는데 이는 옳지 않다. 이 단어는 “…에 관해서 생각하다; 기억하다.”라는 뜻을 가진 튀르크어 동사 Ö-에 명사형성 접미사 -ge가 붙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관직명 이외에 알타이어와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휘들이 다소 있다. 이들 어휘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으나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들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박혁거세(朴赫居世) : 신라 초대 부족장 박혁거세 역시 원시 알타이어로 추정되는데, 赫居世는 ‘천자(天子)’의 뜻으로 고대 돌궐족들이 퀵시(kök kishi)라고 부르던 말이다. 중국에서 지도자를 칭하던 천자의 유래는 북방 알타이민족일 가능성이 많다. 천자의 개념은 고대 알타이계 민족들 가운데 카리스마적 혹은 신적(神的)인 권위를 소유한 지도자라는 의미로 깊게 뿌리박고 있는 天神 퀵 텡그리(kök Tengri) 사상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단군 신화 역시 천자 개념을 강조한 것으로 튀르크, 몽골 등 알타이계 부족들의 천신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고조선의 시조 ‘단군(檀君)’의 어원은 모르지만, 마지막 왕 ‘우거’에 대해서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고구려’의 어원은 모르지만 도읍 졸본성(卒本城)의 ‘졸본(jolbon, cholbon)’이 금성(金星) 즉, 새벽별의 뜻을 가진 말로서 튀르크어와 퉁구스어 등 알타이 제어에 널리 쓰이던 어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여 국호 부여(夫餘)의 어원이 숫 사슴의 뜻을 가진 말로서 몽골어, 퉁구스어라는 것은 일찍이 1930년대에 일본 학자 시라토리(Shiratori)가 지적한 바 있다.
고구려는 5부족 연맹체였는데 각 부족을 칭하는 명칭으로 나(那, na)가 사용되었다. 또한 후에 고구려 통치 체계의 5부를 지칭하는 명칭에는 루(婁, nu) 혹은 노(奴, no)가 사용되었다. 여기에 나타난 나(那), 루(婁), 노(奴)는 원시 혹은 고대 알타이 제어에 널리 사용되었던 복수접미사 -n를 음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굴(oƔul) ‘아들’ > 오글란(oƔlan) ‘아들들’. 이 -n 복수 접미사는 우리말에서 ‘철수네, 순이네’ 등과 같이 다른 가족 일원을 통칭하는 말로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튀르크어에서 지금도 다른 가족 일원을 통칭하여 부를 때, 성(姓)에 복수접미사를 붙여서 표현하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즉, 고구려 부족명에서 那, 婁, 奴 앞에 온 명칭들은 가족 명에서 발달한 부족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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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우, 2006,『중앙아시아 연구(상)』, 펴내기, pp. 68-76.
이 책의 저자는 한반도 민족의 퉁구스어 계통설은 재고되어야 하며, 오히려 초기 한반도 민족은 알타이계 부족연맹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어 그의 주장에는 참신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즉, 만주-퉁구스어나 몽골어보다는 고대 알타이계 튀르크어 등과의 연관성을 많이 강조하는데 그 내용들은 충분히 수용할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련 내용을 일부 발췌했는데 보는 바와 같이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건길지나 각간, 고추가나 부여, 사출도에 대한 해석은 뭐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어라하, 어륙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동아, 돌이, 워리에 대한 내용이나 고이왕, 우거왕의 왕호에 대한 해석은 상당한 탁견이라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군이나 박혁거세에 대한 개념이 천자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중국의 천자 개념이 알타이계에서 차용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또한 머리를 탁 치게 만들었다. 이 부분은 그동안 생각치 못 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구려 5부에 대한 해석 중에서 졸본을 금성과 연결시키는 것도 참고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인장은 예전에 계루부라는 명칭이 별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4부가 -奴의 글자가 들어간 것에 비해 계루부는 독창적인 명칭이기 때문에 부명의 기원이 다른 부들과 달랐으며, 외부에서 유입된 지배씨족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그런데 졸본이 금성이라는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면 이 또한 서로 연관성이 크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돌이가 영웅을 뜻하는 바하토르 등과 연결되며 이것이 곧 두꺼리라는 의미가 된다고 했는데 그때 탁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고구려 고분벽화의 달에 그려진 두꺼비였다. 해에는 삼족오, 달에는 토끼 또는 두꺼비가 그려졌는데 주인장은 그동안 왜 하필 두꺼비였을까? 라는 고민을 죽 해왔다. 그런데 두꺼비가 왕에 상응하는 영웅 혹은 전사를 의미한다면 태양을 뜻하는 삼족오와 대비되는 동물로서 달에 그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뭐 어디까지나 추론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원래 유목민의 군사편제 및 문화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구입한 거였는데, 뜻밖에 재미난 내용들이 있어서 이렇게 옮겨두는 바이다. 한번씩 읽어보고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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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뿌리아름역사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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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흐,퀵(天)는 알타이제어로 굉장히 중요한 단어인데 한국어에 나타나지 않는다.
최상,극상을 의미하는 꼭대기,꼭지 등의 어간인 '꼭'으로 변질된 것인가?
可汗等神을 보면 우리네 민속어랑 비슷한데 고구려어로 하늘은 당(等)에 가깝고 몽골어에 근접한다.
2. 어라하는 그냥 대왕으로 보는게 더 좋을듯, 위나암, 위례성, 엄리대수.. 다 사슴이란 소리네.
어륙은 딱히 우리나라말에서 비교할 만한 단어가 없다. 튀르크어에 붙여넣던지 일본어에 붙여넣던지 말하기 나름.
건길지가 수염난염소라니 꽤 재미있다.
3. 부여와 사슴 꽤 혼란스럽다.
4. 졸본(솔본)은 서라벌과 연관시키면 더 좋을껀데. 고구려 졸본-백제 소부리-임나 종발성-신라 서라벌 다 비슷한 말들.
5. 한자에서 쓰임이 같은 伯도 원래 알타이어 차용어인가?
6. 고추가는 이로서 숫양이라는 가설이 더 추가된 거네.
어감상 거서간(거슬한)하고 존나 유사해서 구슬(곡옥) 목걸이를 착용하는 왕족쯤으로 생각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