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감리교회 목회자인
이창민목사님의 목회칼럼
‘Katchi Kapshida (같이 갑시다)’
(목회 칼럼, 2023년 4월 30일)
미국에서 이민자로 사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를 낳아주고 키워준 ‘모국(母國)’ 대한민국입니다. 모국을 떠난 지 제아무리 오래되었을지라도, 모국은 우리의 마음속에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신문을 보더라도 한국 소식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모국의 발전 소식에 가슴 뿌듯해하다가도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마음 아파하는 것이 이민자로 사는 우리의 정서입니다.
우리에게 있는 또 하나의 나라는 지금 우리가 사는 미국입니다. 대부분 이민자는 ‘더 좋은 삶’과 ‘더 많은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났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땅에서 뿌리 내리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버티며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정이 들 만도 한데, 아침에 일어나 마주하는 세상은 여전히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우리의 자녀들과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나라이기에 이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나라를 마음에 품고 사는 이들에게는 이 두 나라 사이가 좋아야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간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동맹국의 대통령을 환영하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손을 맞잡는 것을 보면서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나라를 간직하고 사는 미주의 한인 이민자로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이 동맹을 맺은 지 7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1953년 10월 1일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동맹국이 되었습니다. ‘상호방위조약’은 말 그대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서로 도와주는 관계입니다. 이번 미국 방문 중 윤석열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을 통해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겠다’라는 말과 함께 한미 동맹을 강조했고 미국의 상·하원 위원들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또 올해는 한인 이민 1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한인 이민자들이 처음 하와이에 도착했던 1월 13일을 기념하여 제정된 ‘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성명을 발표하면서 ‘한인들의 기여로 미국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미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와 민주주의, 안정에 대한 위협 속에서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미동맹 70주년’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Together, we are stronger. Katchi Kapshida.’ ‘함께하면 더 강해집니다.’라는 말과 함께 쓰인 ‘Katchi Kapshida’는 ‘같이 갑시다’의 한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표현한 말로 한미 동맹의 상징입니다.
지난 2012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 중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We go together’라고 말한 뒤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해서 유명해진 이 말의 기원은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1년 2월 한국 전선 시찰에 나선 맥아더 사령관이 수원 비행장에서 한국군 주요 지휘관들과 인사를 나눌 때였습니다. 백선엽 장군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We go together”라고 말하자, 맥아더 사령관은 그 말에 감동하여 마음에 새겼다고 합니다. 그 후로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라는 말은 주한미군의 슬로건이자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구호로 쓰이고 있습니다.
동맹국이 사용하는 ‘같이 갑시다!’라는 말에는 좋을 때만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희생과 헌신이 필요할 때도 같이 가자는 뜻이 포함됩니다. 인정받고 박수받는 길만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받는 위험한 길도 같이 가자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같이 가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같이 가자고 초대하신 길은 평탄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의 길이었고, 죽음의 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그 길로 함께 가자고 부르신 이유는 그 길이야말로 생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민 생활이 쉽지 않습니다. 같이 갈 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도 만만치 않습니다. 같이 갈 믿음의 동역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와 같이 가 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같이 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의지해서 영원한 생명의 나라까지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