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
부산 이기대 갈맷길서 한 마리 갈매기되어 |
하늘과 바다와 산의 숲이 들려주는 자연의 합주곡
|
소중한 사람들에게!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 ‘이기대’라는 곳이 있지요. 도시자연공원인 이기대 둘레로 해안산책길이 만들어져서 주말이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름난 곳이지요. 그렇지만 이 지역 사람이 아니면 지명인지, 사람이름인지조차 모른답니다. 그러니 이기대의 명칭 유래에 대해서는 더욱 알 수 없는 일이지요. 그 유래는 1850년 좌수사 이형하가 편찬한 《동래영지(東萊營誌)》에 나와 있습니다. “左營南十五里 上有二妓臺 云(좌수영 남쪽으로 15리에 '두 명의 기생(二妓)'의 무덤이 있어 이기대라고 부른다)”는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또한 부산 수영 출신의 향토사학자 최한복(1895∼1968) 님의 말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축하연을 열고 있을 때 수영의 의로운 기녀가 왜장을 술에 취하게 한 뒤 끌어안고 바다로 투신하여 함께 죽은 곳으로서, 당시 두 명의 기생이 함께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투신한 데서 ‘이기대(二妓臺)’라 불러졌다 한답니다. 그러한 두 기녀의 애국심과 애절함이 이기대에서 묻어납니다. 저도 부산에 잠시 살면서 경험한 일이지만 부산은 전 지역에서 문화예술적 색채가 우러나오는 도시로 곳곳에 시비나 문학비가 많이 세워져 있지요. 부전역 교차로에는 박목월 시인의 시 ‘청노루’ 시비가 있고, 수정가로공원에는 유치환 시인의 ‘바위’ 시비, 국민으로부터 가장 애송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시비가 양정동 로타리에 세워져, 이러한 명시들은 오가는 길손에게 위안을 주고 있지요. 이곳 이기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역시인들의 시비나 문학비가 세워져 있지요. 김규태의 ‘흙의 살들’ 최계락의 ‘봄이 오는 길’과 함께 이기대의 내용에 맞는 시비가 세워져있는데, 박상호 시인이 쓴 ‘폭풍우가 몰아치는 이기대에서’라는 시가 눈길을 끕니다. “… 이름 모를 두 떨기 들꽃으로 스러졌지만 그대들의 지고한 조국 사랑은 아무리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저 변치 않을 북극성처럼 찬연하리니… (이하 생략)” 이기대 공원에서 이곳의 유래가 된 전설과 박 시인의 찬가를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기녀들의 의로운 행동에 마음이 잠시 숙연해집니다. 이기대에는 주변이 온통 자연적으로 숲이 이루어져 있고, 장식물들도 대도시의 소품처럼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하였으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를 주고 있다는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이곳의 절경을 묘사하여 알린다고 하드라도 직접 여기에 찾아와서 자연과 대하면서 느끼는 먹과 맛과는 다른 게지요. 이기대 해안산책길(갈맷길)은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가장 비경의 3대 트레킹 명소로 소문나 있답니다. 오늘 이곳을 한 바퀴 둘러보니 자연의 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명성 그대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자연히 이루어진 공원 숲에서 갖가지 나무의 모양새, 일시적으로 만들어 내는 현상이긴 하지만 구름떼의 모습, 아침 동틀 때와 저녁 낙조가 낄 적에 그 자연적인 생김새는 가히 탄복할 만합니다. 인위적이 아니어서 어떤 형상으로 있어도 멋스러움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지요.
뿐만 아니라 이 갈맷길에서 멀리 바라보는 풍경 또한 장관이지요. 여기서는 부산의 전경을 상징하는 광안대교, 부산요트경기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해운대 동백섬의 누리마루, 해운대해수욕장과 그 너머 달맞이공원을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두 기녀의 애국심과 애절함이 묻어나는 이곳 이기대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그 충정의 사연과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자연 절경에 취하여 들꽃에게로, 새들에게로, 하늘을 유유히 흐르는 구름에게로 나의 심경을 담아 띄워 보냅니다. 한 마리 갈매기 되어 자연을 노래합니다. 이기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은빛 물결로 잘게 부서지면서 끊임없이 멋진 풍광을 그려내고 있다. 기슭 바위를 향하여 하얀 물결로 밀어대는 파도는 그리 많은 사연을 안고 뭍으로 그리움을 전하고 있고, 갈맷길을 따라 그 옆에서 곱게 피어난 들꽃이랑 그 위를 나르는 새들조차도 예사롭지 않은 기백이 흐른다. (졸시, ‘이기대에서 바라보는’ 전문) 소중한 사람들이여!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휴식을 찾고 건강을 헤아리는 마음의 넉넉함을 갖게 하는 이기대 갈맷길 방문을 적극 권장합니다. 그 길을 걷노라면 하늘과 바다와 산의 숲이 어우러져서 하모니를 이루는 자연의 합창곡을 들을 수 있어 분명 마음의 여유를 한껏 드높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언제든지 시간을 내어 한번 다녀오십시오.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칼럼니스트ㆍ예술소비운동본부장, 경북매일신문에서 매주 등산기연재중 |
첫댓글 이기대가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이기대 갈멧길도 풍경이 멋집니다.
도란도란 얘기꽃 피우며 함께 걷는 이기대 갈맷길..
가슴이 탁 터이며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