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시장 철판구이 술집

[무하]

성남 모란시장

성남 모란시장 철판구이 술집

글 / 들 샘 정 해각

성남에 있는 모란시장은 5일 간격으로 시장을 열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맥을 이어오고 있는 재래시장으로 일반시장에서 볼 수 없는 토산품도 나온다고 입소문이 나 있다. 나는 유일하게도 서울 근교에 남아있는 5일 재래시장인 성남 모란시장을 보러가기 위해 서울 선 능역에서 성남 분당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한참 만에 모란역에 다다르니 지하철 전동차를 내리고 역구를 빠져나가면서 모란시장 가는 길에 들어서서 주위를 들러 보니 모두가 연세가 지긋한 연로한 실버들만 보인다. 요사이 흔히들 말하는 보수적인 재래시장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옛 추억에 묻힌 향수에 젖은 연로자들만 찾아오는가 보다.

상설 시장이 없었던 시절, 시골에서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은 물건을 서로 팔고 사면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텁텁한 막걸리 한잔에 회포를 푸는 약속의 날이기도 했다. 모란시장에 들어서서 나는 같이 간 두 사람의 일행과 함께 우선 입을 추길 겸 쉬일 겸 간이천막 철판구이 술집에 들어갔다.

드넓은 실내에 들어서니 누린내 나는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메뉴판을 보니 무조건 소주 한 병을 4천원에 고기 안주 무제한이란다. 궁금하여 무슨 고기를 주기에 무제한인가 하고 주모에게 물어봤더니 정력에 좋다는 돼지 불알 내장이란다. 어쩐지 냄새가 좀 역겨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주객들은 물론 같이 온 일행 모두 다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시골 외가 집에 다니러 갔다가 장날 시장에 가면 시장공터에서 돼지불알을 거세하는 광경을 어쩌다가 목격하게 됐다. 시장공터 일정한 곳에 자리 잡은 돼지불알을 거세하는 장소에 농가에서 기르던 숫 돼지를 끌고 오면 돼지 거세 인이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는 사금파리로 돼지불알을 까서 불알을 꺼내 놓는다. 불알을 거세당한 돼지는 아파서 꽥꽥 소리를 질러 되고 그 옆에 숯불을 피워 놓고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던 촌로들이 이번에는 내꺼야 하고 소주 한잔에 꺼내 놓은 돼지불알을 구워 맛있게 먹는 광경이 뇌리에 떠올랐다. 이것도 이제는 다 지나간 소박했던 옛 시골 풍경이지 무엇이랴.

주위를 들러보니 거나하게 취한 취객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흥에 겨워 육자배기 노래를 하는 사람들 모두 다 돼지불알을 구워먹고 정력이 솟았는지 연로한 나이에 비해 근력이 좋아 보였다. 허기야 9988하는 시대에 들어섰으니 그러려니 생각했다.

성남 모란시장

시 / 들 샘 정 해각

고양이 뿔만 빼고
없는 것이 없다는
소문 듣고 찾아 온
성남 모란시장은
없는 것 다 빼놓고
있는 것 다 있는
전래의 민속 오일장

왁자지껄 웅성대는 시장골목엔
각양각색 팔 물건 늘어다 놓고
부쩍 대는 인파 속에
호객소리 흥정소리 드높아
시장 열기 차츰 더해 가네.

간이 천막 철판구이 술집
구수한 냄새에 이끌리어
천막 문 밀치고 들어서니
취객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
동백 아가씨 꽃잎 말이
입에 댄 술잔에서 줄줄
방울져 떨어져 내리네.

<♬ 배경음악 : yanni - tribu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