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어떤 그릇으로 살고 있는가!

[남상선]

내 인생은 어떤 그릇으로 살고 있는가!

솔향 남상선 / 수필가

     작년 봄 어느 날 산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었지만 이 날은 어쩐지 마음이 울적하여 그냥 혼자 떠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산세도, 산의 내력도 모르는 대전 근교의 산을 오르게 되었다. 오르는 산길은 사람들이 뻔질나게 다녀 자연스럽게 난 길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길도 많았다. 산길을 헤집고 돌아다니다 보니 준비해간 물병도 바닥이 났다.

갈증에 목 축일 곳을 찾는 중이었다. 사람들의 두런두런 소리가 들렸다. 얼마 안 가면 시원한 옹달샘이 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쯤 계곡을 타고 올라가니 석간수가 흐르는 옹달샘이 있었다.

감로수 같은 약수가 여러 사람의 목을 적셔 주고 있었다.

   거기 모여서 감로수를 마시는 사람들이 자그마치 20명은 되어 보였다. 더 이상 길이 나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있는 사람들은 옹달샘 물 때문에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갈증이 나는 목에 달콤한 생명수를 축여 갈증 해소를 해준 옹달샘 석간수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인생행로의 삶도 옹달샘의 석간수처럼 살아야겠다는 것이 그날 산행의 소득이라 하겠다.

   옹달샘 석간수로 땀을 식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르는 산에 아는 바가 없어,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을 따라갔다. 잡목 사이를 빠져나와 갈참나무 소나무 사이 오솔길을 걷다가 어우러진 억센 갈대 잎을 헤치고 걸은 것이 드디어, 사람들이 모여 있는 벚나무 군락지에 이르렀다.

온갖 벚나무가, 만개된 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꽃에 둘러싸여 함박웃음을 웃는 사람들이 벚꽃 버금가는 사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무려 벚나무 꽃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이 50명 정도는 훨씬 넘을 숫자였다. 꽃의 아름다움과 그 향기가 예서제서 숱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셈이었다.

   계곡의 석간수 옹달샘 물은 맑고 시원한 생명수로, 사람들을 모아 갈증을 풀어 주고 있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군락지 벚꽃 나무들은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로써 사람들이 모이게 하여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아니, 행복감에 취하게 하고 있었다.

석간수 옹달샘 물과 벚꽃나무 꽃들이 자연물이지만 예사로 보이질 않았다.

비록 그들이 자연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덕을 많이 쌓아 만인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덕인(德人)의 모습으로 보였다. 따뜻한 가슴으로, 보시처럼 베푸는 사랑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그 아름다운 모습은 또 다른 하느님께서, 부처님께서 주시는, 성스러운 사랑의, 베풂의 모습으로 보였다.

순간 논어에 나오는 덕불고필유인(德不孤必有隣: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이란 말이 떠올랐다. 금세 살아온 삶의 과정을 반추해 보면서 자성(自省)에 빠지는 듯싶었다.

    같은 그릇이나 병(甁)이라도 담는 내용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용도와 기능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일한 병이나 용기이지만 담는 내용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꿀 병, 물 병, 간장병, 향수병, 우유병, 농약병, 약수병, 기름병, 식초병, 보약병, 독약병, 똥통도 되고, 구정물통도 되는 것이다.

    우리 사람도 마찬 가지이다. 내면에 어떤 생각을 지니고 사느냐에 따라 덕인(德人)도 되고 악한(惡漢)도 되는 것이다. 선인(善人), 악인(惡人), 범인(犯人), 현인(賢人), 자선사업가(慈善事業家),수전노(守錢奴), 성인(聖人), 철인(哲人)은 모두가 어떤 내면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불리어지는 호칭이 좌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그릇으로 살아왔고, 지금은 어떤 그릇으로 살고 있는가?

   생각할수록 계곡의 옹달샘 석간수와 탐스런 벚꽃나무의 아름다운 꽃, 그 향기가 존경스러운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덕불고필유인(德不孤必有隣)’이란 말을 반추(反芻)하게 하고 있었다.

내 인생은 어떤 그릇으로 살고 있는가!

   꿀 병, 꽃 병, 약수대접, 향수병, 식초병, 들기름 병, 보약 병,

악취의 인분 독 항아리, 독약 병, 구정물통, 내 그릇은 어디에 속하는 것인가 ?

   바로미터 바늘이 어떤 그릇을 가리키고 있는지 눈을 감아 짚어 볼 일이로다.

   얼굴은 보여도

마음은 볼 수 없는 만물의 영장들이여!

그대들은 부끄럽지 않은 그릇으로 살고 있는가?

[막힌 담을 헐라]

갈증을 해소해 주는 반가운 석간수나 만개한 벚꽃의 아름다운 자태 만큼은 아니더라도 늘 인향을 머금고 있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남상선]

계곡의 석간수나 만개한 벚꽃이 사람들의 목을 축여 주고 즐겁게 해 주듯이, 덕인이 되어 인향만리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성원 주시어 감사합니다.

[또로기]

선생님의 인품과 그 발자국만을 잘 따라가도,
저도 조금은 "사람다운"모습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늘 건강하시기를 매일 기도드립니다.^^

[남상선]

하찮은 글의 끄적거림에 극찬으로 힘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평생 보은하는 마음으로 향이 있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