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계초소를 방문한 군종사제(사진출처/군종교구 홈페이지)
|
2009년 군인주일을 맞이해 군종교구가 입교자를 늘리는 사목에서 군 인권문제와 평화주의로 사목적 관심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제42회 군인주일을 맞이해서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해마다 10월의 첫 주일에 군인주일을 지내왔으나, 올해는 한가위 연휴와 겹치는 바람에 교구장 재량에 따라 10월 11일로 옮겨 지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군인주일 담화문, "군은 가장 신뢰와 격려를 받아야 할 집단"
군종교구장인 이기헌 주교는 담화문을 발표하여 지난 9월 19일 육군훈련소 김대건 성당이 완공되어 축성식을 가진 데 먼저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대건 성당은 한꺼번에 2천5백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성전과 2천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교육관을 갖추었다.
담화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교구설정 20주년을 기념하는 군종교구(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군종사목이 '청년사목을 위한 새 출발과 새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김대건 성당 완공을 그 상징으로 삼았다.
"저는 몇 차례 연무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때는 3천명이나 되는 젊은 훈련병들이 미사에 참여하여 우렁차게 성가를 부르며, 힘든 훈련을 돌아보면서 두 손을 모아 기도드립니다. 이들 중에는 어린시절 세례 받고 처음 나오는 사람도 있고 청소년기에 교회를 잊고 살아온 사람도 있으며 생전 처음 천주교에 발 디딘 사람도 있습니다. 청년대회도 아니고 세계 그 어디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까?"하고 축성식의 감격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헌 주교는 군종사제들의 입을 빌려 “왜 요즘 들어 세례 받고 군에 입대하는 훈련병들의 수가 예전에 비해 형편없이 줄었는가? 왜 신자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유아세례를 주지 않는가?” 하고 지적하며 군종교구가 "어려움과 인내를 잘 모르는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휴식을 주는 곳일 뿐 아니라 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영적인 갈망을 채워주는 곳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군대는 예전에 비해 "현대화와 민주화"되어 "복무환경이 개선되었고,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병영문화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어쩔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상황 속에서 군은 가장 신뢰와 격려를 받아야 할 집단"이라고 말했다.
군종교구, 청년신자 유입의 가장 큰 통로..그러나 문제는 많아
군종교구와 군종사목의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군에 대한 관심과 격려, 지원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교회가 교구 및 본당에서 청년사목의 황폐화를 경험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공간이 군대인 까닭이다.
한국천주교 교세통계를 보면, 2000년 이후로 매년 1만 5천명 이상이 군대에서 세례를 받았다. 2005년 이후에는 매년 군대에서 2만 명을 넘어 2만 5천 명 정도가 군대에서 영세를 받고 있다. 1995년~2005년 사이 군종교구 성인세례자가 145,941명인데 이 가운데 약 13만 명 정도가 군대에서 세례받은 20대 남성이다. 그야말로 청년 입교자를 늘이는 황금어장이 군대라는 말이다.
그러나 교세확장이 군종교구 설립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면 '복음화'의 차원에서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고 볼수 있다.
군종교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현재 100여명의 군종사제들이 육·해·공군, 해병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0여곳에 군인성당과 공소가 있다. 그리고 연간 40,000여명의 청년들이 입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군종사목은 대부분 예비자교리와 신앙상담 등에 치중되어 있어서 슬로건으로 걸고 있는 '군 복음화'란 다만 "25% 군복음화를 달성하자"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양적 선교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군종사목, 군인들의 인권문제에도 관심 가져야..
그러나 군대 역시 '하나의 사회'이며, 이에 군인신자들 역시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갖가지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복음화란 단순히 입교나 개종을 위한 활동에 머물지 않고, '복음적 가치'인 '인간존엄성'을 옹호하고,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그 사회 안에 실현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
 |
|
▲강성준 천주교인권위 상임활동가 |
이에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인 강성준 씨는 "군대에서는 특별한 권력에 복종해야 하지만, 조건상 '제복입은 시민'이라는 시각이 필요하다. 군인들도 시민들이 누리는 일반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며, 다만 군인이란 신분 때문에 빚어지는 일부 권리만 제한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 점에서 군인들 역시 "사상의 자유와 잘못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의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강성준 씨는 최근에 빚어진 불온서적 논란을 사례로 들었다.
2009년 8월에 국방부는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도서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부대내 반입 차단지시를 내렸다. 이에 항의해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 7명 가운데 2명은 지난 3월에 국방부에 의해 파면징계를 내린 바 있다. 강 씨는 "일반시민들처럼 장교뿐 아니라 사병들도 사상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그 책들은 시중에서 엄연히 판매되고 있는 서적인데 임의로 반입을 금지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군에서는 부당한 명령이라도 먼저 명령에 복종하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책임자를 문책하는 방식인데, 외국에서는 이미 잘못된 명령에 복종하는 것 자체를 헌법위반으로 지적하고 있다"면서 "군대는 전시에 대비하는 것인데, 평상시에는 군인들의 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군인들의 건강권을 지적하며 "군인들은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적절한 전달통로가 없는점을 지적하며, "군에서는 소원수리를 해도 양자가 모두 처벌을 받기 때문에 안전하게 문제를 호소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며, 교회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준 씨는 "교회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하는 입장이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조치를 사목적으로 행해야 한다"며 "군대 안의 권리 침해를 시정할 수 있는 기구로 군종교구가 나서줄것"을 요청했다.
더구나 인간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그리스도교 정신에 따라서, 군의문사 문제에 군종교구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08년 국정감사 자료에 보면, 최근 10년간 군대 안에서 자살한 사람은 모두 717명으로 전체사망자 1,374명 가운데 52%를 차지한다.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은 자살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 배상신청을 한 사건 중에서 48.7%인 2,179건은 미해결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대 안의 사망사고를 생명과 인권의 관점이 아니라 전투력의 손실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여전히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군종교구가 단순히 입교자 수에 매달리게 될 때, '군복음화'란 교세확장 이상의 의미를 담게 어려울 것이다. 이에 강성준 씨는 "군종교구는 실제적으로 교구민들이 현실 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군대 안에서 정의와 공평, 인권의 문제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군종교구 체계 안에는 사목국, 교육국, 관리국, 병선교국, 홍보국 등 '직접선교'에 관련된 부서만 있을 분, 일반 교구와 같이 정의평화위원회나 교정사목위원회 등 군대 내 인권과 재소자들을 사목적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다.
|
 |
|
▲천주교인권위 강성준 씨는 군 민주화와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군종교구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군종교구, 그리스도교 평화주의에 대해 성찰하고 투신해야 한다
한편 강성준 씨는 군종사목과 관련해 그리스도교 평화주의를 고취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리스도교는 초대교회 때부터 로마군대와 교회를 일치시키지 않았으며, 군인신분으로 입교할 수 없게 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리스도교가 로마국교가 됨에 따라서 그러한 교구들의 사상과 지침이 퇴색되었다"며 "오늘국제사회는 어디서나 침략전쟁을 위해 군대를 양성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군대는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현재 군대를 방어에 필요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군 자체에 무조건 손을 들어주는 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1월 13일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전쟁에 반대한다. 전쟁은 항상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인류의 패배이다"라고 외교관들에게 발언한 바 있으며, 3월 2일에는 전쟁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사악한 자’로 비유하면서 전쟁 강행론자들을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미국 주도의 공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라크인들에게 정신적으로 친밀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이 순간 (성모 마리아) 당신으로부터 평화의 선물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쟁 희생자와 가족들을 당신에게 맡깁니다.”라고 기도했다.
이어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쟁이 세계의 종교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른 종교적 신념 사이에 형성되는 분열을 막기위한 모든 조치들이 취해져야 합니다. 이라크 전쟁이 자칫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광범위한 충돌을 촉발시킬 수 있습니다. 전쟁이 세계의 종교를 분열시키도록 허용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종교구에서는 당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어떤 발언도 할 수 없었으며, 이라크에 파견되는 자이툰 부대에 현광섭 신부와 신홍식 신부 등을 파견한 바 있다. 이에 강성준 씨는 "어차피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사제를 파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교황의 입장처럼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에 한국 정부가 참여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전혀 내놓지 못한 군종교구는 자신들의 사목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군종사목이 그리스도교 평화주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성찰하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또한 "노동사목이 노동자들을 위로할뿐 아니라 그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하고 투신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군종사목은 단순히 군인들을 위로하는 것뿐 아니라 군인들의 인권과 군대 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