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6주일 강론 : 나병환자를 고치신 예수님(마르 1,40-45) >(2.11.일)
* 오늘은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병자들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치료를 잘 받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기를 청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2015년 지금쯤, 하루하루가 너무나 급박하고 긴장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모친의 생명이 오늘내일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2/6(금) 안양 요양병원에 계시던 모친 혈압이 44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평촌 한림대병원에 긴급히 입원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아온 서울 아산병원까지 갈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입원해서 전문의가 없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모친 배에 복수가 너무 가득 차서 생명이 위독했습니다.
가만히 대구에 있으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2/9(월) 새벽미사 후에 올라갔습니다. 모친 곁에 있어야 보탬이나 기도를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모친은 배에 가스, 위산과 복수가 꽉 차서 숨을 잘 쉬지 못했습니다. 아산병원 소견서를 받아와서 복수를 4.2L 빼냈는데, 병자성사와 미사를 드리고 나니까 모친이 안정되었습니다. 모친을 돌보느라 애를 먹고 있는 가족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돼지갈비를 사주고, 부친과 통화해보니, 복수를 3L 더 뺐는데, 다리 부종 때문에 걷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교우들 기도 덕분에 모친이 잠시 나아져도 복수가 찰 때마다 생명이 위독했습니다. 모친이 대구로 내려오실 수도 있었겠지만, 여동생 3명이 번갈아가며 돌보기 힘드니 쉽게 결정할 수 없습니다. 간병인 2명을 쓰면 되지만, 여동생들 3명보다 더 잘하지 못할 것이고, 모친도 부끄럼이 많아서 남들에게 쉽게 시키는 성격도 못 되었습니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여동생들 집에 계속 있는 것이 여러 모로 더 나았습니다. 큰불은 끄고 돌아왔지만, 저절로 기도되는 것 중 하나가 ‘제 수명을 몇 년 줄여서라도 모친이 이 세상에 좀 더 살아계시면 좋겠다.’는 기도였습니다.
2. 제 고등학교 동기가 대구 미래대 교수였는데,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2017년 2/11(수)에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몸짱’이라 불릴 정도로 아주 건강한 친구였는데,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누나가 2명 있는데, 미국에 사는 큰 누나는 그 직전에 귀국해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중에 남동생 부고 소식을 듣고, 비행기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표를 구해서 2/12(목) 저녁, 경대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입술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고교친구들도 다들 마찬가지였고, “건강관리 잘 하자.”, “죽기 전에 자주 만나자.”는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평소 너무 건강한 것보다는 사소한 병이 있어서 늘 건강을 돌보면서 사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또 큰 병이 있다면 죽음을 준비하며 주위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남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이번 주간에는 시기적으로 특별한 행사들이 있습니다. ‘설’과 ‘재의 수요일’인데 설은 어제 지나갔지만 내일까지 설 연휴입니다. 설 연휴에 가족, 친척과 새해인사를 나누며 정겨운 시간 되시면 좋겠고, 며칠 뒤에 있는 재의 수요일 미사를 잘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4. 옛날에는 부귀와 건강이 하느님의 축복이고, 가난과 질병은 하느님의 징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어느 나라든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린 사람, 가난한 사람은 질병과 가난에서 오는 고통보다 ‘하느님의 징벌’이란 수치심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과학과 첨단의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병이 참 많습니다. 암, 에이즈, 심지어 감기까지 의학이 정복할 수 없는 분야가 너무나 많습니다. 병에 걸리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고통이 뒤따르고, 또 사회적,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러 문제들과 손실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옛 속담에 ‘우환이 도둑’이란 표현이 있었지만, 시대가 변한 오늘날에는 ‘우환이 강도’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세상이 마귀 지배 아래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다시 말해 병이 든 이유는, 마귀가 그 사람 안에 들어가서 훼방을 놓고 장난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마귀 위력 앞에 속수무책이지만, 구세주 메시아가 오시면 마귀의 모든 세력이 꺾여 새로운 세상이 온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육체적 질병과 정신적 질병, 자기 죄 때문에 지옥에 갇힌 사람들에게도 새 희망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목표는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구원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전하고, 힘들고 괴로운 인생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소외된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슬픈 이들을 위로하고, 병자들을 어루만져주며 그 병을 낫게 하셨습니다. 거기에는 예외가 없었고, 그래서 예수님을 찾아갔던 그 어떤 사람도 차별하지 않으셨습니다.
5. 오늘 복음에서 들었던 것처럼,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온 나병환자를 낫게 해주셨습니다. 그는 나병이 불치병이라 고통스러웠고,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다른 이들의 시선과 몰이해 때문에 더 괴로웠습니다. 나병이 전염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멀리했고, 살이 썩어가는 병이라서 혐오스러워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지은 죄 때문에 나병에 걸려 고통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의 생각으로 병자들을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당신을 찾아온 나병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시며, 그의 병을 깨끗이 낫게 해주셨습니다.
예수님 시대보다는 훨씬 낫지만, 오늘날 우리 역시 여러 질병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병에 걸리지 않게 애쓰고, 병에 걸리면 현대의학의 도움도 받아야 합니다. 병자들을 잘 돌보고 병자들을 위해 늘 기도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