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전대장이 심상치 않은 전문들을 보내왔습니다.
내막을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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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 3일 0135시. 문제의 영국선박 4척의 좌표를 새로 건네받았습니다.
15시간후에 7600미터 거리에서 접촉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풍랑은 10m/s로 잦아들었지만 구름 잔뜩에 안개도 중간정도로 시야는 좋지 못했습니다.
역시 같은날 0640시. 목표선박들의 새로운 좌표를 건네받았습니다.
9시간뒤에 5200m거리에서 접촉할 수 있을 겁니다.
그새 날씨는 구름은 물러나고 안개도 옅어졌으나 풍랑이 15m/s로 다시 거세어졌습니다.
같은날 0707시. 날씨는 여전히 풍랑이 매우 거세었습니다.
같은날 1251시. 목표선박들의 새로운 좌표를 건네받았습니다.
작도해보니 앞으로 3시간내로 8900m 거리에서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전단장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에게 이런 자세한 지시를 내린다는건, 전단장은 제가 이 영국선박 4척과 접촉하길 원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러므로 교전까지 가능하도록 태세를 갖춰놓으려 합니다.
진방위 358도에서 197도로 변침하여 라임색원으로 작도해놓은 지점까지 기동했습니다.
공격범위 2000m 지점들을 표시해놓았습니다.
목표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아...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 1939년 9월 3일 1452시 ]
[ 영국에 대하여 적대행위를 실행하라. 해군참모총장 에리히 뢰더. ]
히틀러는 결코 영국과의 전쟁은 없다고 장담했지만 영국은 전통적으로 독일의 팽창을 좌시하지 않아왔던 세력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영국은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까지는 눈감아 주었으나 이제 더이상은 아닌듯 합니다.
보시다시피 이전까지는 전부 녹색으로 표기되었던 지역들이 이제는 파랑(아군), 녹색(중립국), 적색(적군)으로 나뉘어졌습니다.
실제역사로도 독일이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하자, 9월 3일에 영국이 선전포고 하였고 프랑스도 같은날 오후에 선전포고했습니다.
1939년 9월 3일 1500시. UZO(함교탑위의 고배율 망원경)으로 미상선박과 접촉했습니다!
자함침로 진방위 191도, 미상선박 상대방위 103도였습니다.
거리를 측정할 준비를 위해 공격잠망경을 올렸습니다. UZO가 공격잠망경보다 배율이 높습니다.
1504시. 4분만에 네 척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건네받았던 정보대로였습니다.
다만 선박들이 이리저리 변침해댔습니다. 일정 시간간격을 두고 지그재그로 회피기동하는듯 했습니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미상선박들의 선수방향이 스크린샷처럼 향하고 있어서 선박을 식별하기가 곤란했습니다.
그래서 미상선박들의 측면을 보기 위해서 현재침로 진방위 191도를 유지하면서 '기관 앞으로 고속'을 지시했습니다.
2분만에 선박의 옆면을 보고 식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위끌림이 우측인 것도 확실해졌습니다.
이젠 기관을 정지시키고 식별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앞쪽의 선박은 Fast Passengership이었습니다. 전장(배 길이) 167.0m, 마스트높이 37.0m, 흘수 9.0m였습니다.
그 다음은 T2 Tanker였습니다. 전장 152.7m, 마스트높이 35.0m, 흘수 9.0m였습니다.
그 뒤의 두 척은 실루엣이 겹쳐서 식별이 불가했습니다. 나중에 실루엣이 분리되면 마저 식별할겁니다.
이제는 매복지점을 선정하기 위해 저 선박들의 위치를 가능한 한 정확히 알아내야 합니다.
1513시에 T2 Tanker를 기준으로 방위와 거리를 측정했습니다. 공격잠망경의 눈금을 활용했습니다.
스샷을 보시면 어지러운 표 하나가 있습니다. 표의 가로는 목표선박의 마스트 높이고 표의 세로는 주황색 박스로 표시한 잠망경 세로선과 목표선박의 마스트 꼭데기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두가지를 이용해서 거리를 가늠합니다. 다만, 직접 계산하지 않다보니 정밀도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표는 이 값들을 미리 계산해놓은 물건입니다.
일단 최초의 기준점은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이런식으로 점을 여러개 확보해서 목표선박들의 침로를 확보할 겁니다.
자함의 침로는 진방위 191도. 첫번째 마크는 상대방위 117도, 거리 5000미터였습니다.
이제 나머지 두 척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식별합니다.
세번째는 음... 'transport'라네요. 전장 167.0m, 마스트높이 37.0m, 흘수 9.0m. 앞서 Fast Passengership와 똑같습니다.
마지막은 T2 Tanker. 똑같이 전장 152.7m, 마스트높이 35.0m, 흘수 9.0m였습니다.
함교탑위에서 맨눈으로도 보였습니다.
1513시에서 5분뒤인 1518시에 거리와 방위를 재측정했습니다.
자함침로는 여전히 진방위 191도를 향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마크는 상대방위 124도, 거리 4667미터였습니다.
일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한번 더 측정할 겁니다.
재측정을 위해 대기하는 동안 앞지름각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진방위 191도 -> 103도로 변침하였고 '기관 앞으로 저속'을 지시했습니다.
지난번 측정했던 1518시에서 5분뒤인 1523시에 재측정했습니다.
자함침로는 진방위 103도이었으며 7knot로 항주중이었습니다.
세번째 마크는 상대방위 213도였으며 거리는 4667미터였습니다.
세 번 재측정한 목표선박들의 침로를 일직선으로 쭉 그었습니다.
그리고 공격범위 2000미터를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공격이 가능한 범위 2000m를 쭉 표시했습니다.
이제는 공격범위(라임색선)안으로 들어가서 매복하고 있으면 됩니다.
매복을 위해 자함은 3km거리까지 진방위 078도로 기동한뒤, 공격범위 안에서 선수를 진방위 004도로 정렬시킬 겁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잠항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두가지 입니다. 첫쨰로 잠수함은 마스트가 낮기 때문에 언제나 목표보다 먼저 상대를 눈으로 포착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이 당시 잠수함은 수중에서 속도가 아주 느렸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과감하게 수상항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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