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만성 천식 고생하는 오세연씨 |
엄마 걱정에 학업 포기 아들 보며 눈물 |
유난히 추웠던 어느 날, 휑한 바람과 함께 곱게 생긴 아주머니 한 분이 콜록거리며 동주민센터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찾아오셨느냐"고 했지만 큰 눈망울만 껌벅거릴 뿐 말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조금 뒤 기침과 함께 쉰 목소리로 생활이 어렵지만 아들을 학교에는 보내야겠고, 도저히 방법이 없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아들을 위해 동주민센터를 찾은 오세연(가명·53)씨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자 자존심인 아들이 학업을 포기하게 놔둘 수는 없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일본어를 공부하며 알게 된 일본인 남자를 만나 아들 김상진(가명·24)씨를 낳게 된 오씨는 5년 만에 아이 아버지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혼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오씨는 혼자 아이를 키우며 꽃집, 화장품 외판원, 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국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했지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했습니다.
기침 심해 폐렴까지…생계 지장
간병 위해 입대 아들 조기 전역
그런데 아들의 군입대가 오씨에게 큰 상심이 되었던 것일까요. 아들의 군입대 이후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침이 계속됐지만, 어려운 형편에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병원 대신 약국에서 약만 사먹었습니다. 하지만 기침은 그치지 않았고 결국 만성 천식, 폐렴으로 발전하면서 일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봄, 여름에는 식당 설거지, 가사도우미 등으로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지만, 겨울에는 기침 때문에 어디에도 일을 할 곳이 없었습니다. 군대 갔던 아들마저 오씨의 간병을 위해 조기 전역을 할 수 밖에 없을 만큼 건강은 좋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인 아들은 다시 학비를 벌기 위해 공사판이라도 가야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기침 소리에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합니다. 아들이 엄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오씨의 눈망울엔 눈물이 맺힙니다.
오씨의 눈물은 지난 20년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식을 키워온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신숙경·부산 동래구 온천3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550-4907.
△지난 19일자 강민종씨 이야기 80명의 후원자 250만2천원.
지난 1월 5일자 이연자씨 이야기 이렇게 됐습니다
이연자씨의 사연에는 모두 140만원의 성금이 모였습니다. 이는 모두 이씨에게 전달돼 조금이나마 이씨의 부담을 덜어주었습니다.
또 인제대 부산백병원은 매월 직원들의 성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사업기금에서 100만원을 지원했으며, 아들 강씨의 선택진료비도 대부분 경감해주었습니다. 성금이 아들 강씨의 병원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씨는 그래도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배려로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이씨는 아들이 재활치료 중인 병원에서 숙식을 함께하고 있으며, 생계를 위해 식당일도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언제 퇴원할지 알 수 없어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