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 북극 해빙은 알고 있다 (공개)
해빙은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을 말한다. 북극은 위도가 높기 때문에 겨울과 여름에 태양에서 받는 에너지가 심하게 다르다. 이에 따라 북극 해빙도 겨울에는 넓어졌다가 여름에는 다시 줄어든다. 흔히 북극 해빙이 성장했다가 후퇴한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1979년부터 마이크로웨이브 센서를 실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남극과 북극의 해빙 면적을 관측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북반구의 겨울(3월)에 해빙 면적이 약 1500만km2까지 넓어졌다가 가장 작아지는 여름(9월)에는 700만km2로 줄어들었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면서 호주 대륙만한 해빙이 녹아서 사라지는 셈이다. 기온이 가장 높은 7~8월보다 9월에 해빙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양 에너지는 7월에 가장 많이 들어오지만 바다의 표층수가 가열되는 데 약 한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온도는 8월에 가장 많이 올라가고, 따뜻해진 바닷물에 영향을 받아 8월 말~9월 초 쯤 해빙이 가장 작게 줄어든다.
올해 북극 해빙이 더 많이 녹아내린 이유
북극 해빙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명확하지는 않지만 공룡이 한창 지구를 호령하던 중생대 말 백악기(약 1억 년 전)에도 북극 해빙이 있었다. 그린란드 빙하의 역사가 300만 년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북극 해빙은 땅 위에 있는 빙하보다 훨씬 오래됐다.
북극 해빙의 두께는 2~5m 정도다. 면적이 넓어 모든 지역을 정확히 관측하기는 어렵지만 냉전기에 미국과 러시아 등이 잠수함을 이용해 관측을 많이 했다. 북극 해빙은 북극해가 대륙으로 둘러 싸여 있어 여러 해류에 의해 해빙이 겹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남극 해빙보다 두껍다. 북극해의 바닷물은 중앙인 뷰포트해에서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시계방향으로 순환한다. 시베리아 연안을 따라 북대서양 쪽으로 흘러 그린란드와 스피츠베르겐사이를 통과해 북대서양으로 빠져나간다. 반대로 남극해는 대륙으로 덮여 있어 해빙이 잘 생기지 않는다.
온실가스 때문에 북극 해빙이 녹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979년만 해도 북극해빙의 8월 면적이 약 800만km2였는데, 2007년에는 500만km2로 줄어들었다. 이후 2009년까지 약간 늘어나다가 최근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여름엔 역사상 최소값을 보였다. 올해 9월 초의 해빙 면적은 약 450만km2로 가장 작았던 2007년보다도 작다. 즉 지난 30여년 동안 북극해에서 인도 대륙만한 크기의 얼음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해빙이 가장 줄어든 지역은 척치해와 랍테프해 등 태평양 쪽 북극해였다.
올 여름 북극 해빙이 가장 줄어든 이유는 기압 때문이다. 5월과 6월에는 북극해의 북아메리카 방향인 뷰포트해에 고기압이 발달한 데 반해 시베리아 쪽에는 저기압이 발달했다. 이 현상을 ‘북극 양극화’라 한다. 북극 양극화가 일어나면 북아메리카 쪽에는 바람이 시계방향으로 불고, 시베리아에는 반시계방향으로 불어 북극해 중심에서 기압골이 발달하게 된다. 기압골을 따라 태평양 쪽에서 대서양쪽으로 바람이 불면 온난한 태평양 공기가 북극해로 들어와 해빙이 더 잘 녹게 된다. 해류 또한 바람에 따라 북극해에서 북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 형태로 발달하기 때문에 해빙도 함께 더 많이 빠져나간다(64쪽 그래픽 참고). 실제로 8월에는 북극해의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평년보다 1~3℃ 높았고, 뷰포트 해에서는 평년보다 약 4℃ 수온이 더 높았다.
해빙 감소의 또다른 원인은 8월에 북극해 중심에서 발달한 저기압 기단이다. 여름철 북극해에는 고기압이 발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8월에는 강한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북극해 내부의 얼음을 대서양쪽으로 내보내는바람이 많이 불었다. 이 때문에 여름철 해빙이 관측 사상 최소가 됐다. 8월 중순에 북극해에 탐사를 나갔던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은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해빙이 많이 녹아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위치에서 표본을 채집할 수 있었고 여러 해 묵은 얼음인 다년빙을 찾기 위해 북위 82도까지 올라가야만 했다. 북극해빙이 많이 줄어들어 계획보다 많은 표본을 찾아 올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해빙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북극곰을 포함해서 미래가 많이 걱정
이 되기도 했다.
녹아내린 해빙이 한반도에 한파 부를까
북극해의 해빙이 줄어들면 우리나라가 있는 중위도 지역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북극 해빙과 해빙을 덮고 있는 눈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70~80%를 반사해 우주로 내보낸다. 그에 비해 바닷물은 태양에너지의 약 10% 정도만 반사한다. 즉 해빙이 녹으면 그 지역에서는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온난화를 부추긴다. 따라서 극지역의 온난화가 저위도보다 크게 나타난다. 이처럼 일단 시작된 북극 온난화는 양의 에너지 되먹임 현상, 즉 눈덩이를 굴릴 때 점점 커지는 것처럼 해빙의 양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감소율도 점점 커진다. 일부 학자들은 지금처럼 해빙감소율이 커지면 2040년 이내에 북극해의 여름철 해빙이 모두 녹아 없어져 버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북극 해빙은 기후변화보고서인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제4차보고서(2007)’에서 수치모델을 통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사라지고 있다.
북극 대기는 온도가 낮아서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수분이 해양에서 대기로 전달돼 구름을 많이 만든다. 북극해 상공의 구름은 지표에서 나온 장파복사가 우주로 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이 또한 북극 온난화를 부추긴다.
가을철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 대기에 수분이 늘어나고 주변 육지에 많은 양의 눈을 내리게 한다. 눈이 없던 지역에 눈이 내리게 되면 알베도(햇빛을 반사시키는 비율), 태양에너지의 반사율이 증가해 평소보다 온도가 더 떨어진다. 온난화 현상이 오히려 가을, 겨울에 더 춥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난화로 시베리아에 눈이 많이 내리면 우리나라가 포함된 중위도에 한파가 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눈 때문에 대지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양이 줄어들어, 시베리아 고기압은 더 세지기 때문이다.
본래 겨울에는 중위도 지역의 기압이 시베리아보다 높다. 이 기압차가 바로 시베리아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북극 진동이다. 그러나 눈 때문에 시베리아 지역의 기압이 높아지면 기압 차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서풍이 약해져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쉽게 남하할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 더 강한 한파가 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0년에 걸친 겨울은 한반도에 극심한 한파와 폭설이 와서 수도권 전체가 일주일 이상 마비되었고, 북동아시아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와 유럽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2009~2010년 겨울철 북반구에 한파가 닥쳤을 때 시베리아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지표인 북극진동 지수가 -6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진행된 많은 연구에 의하면 2009~2010년 한파는 시베리아에 증가한 눈의 양과 연관이 있다.
마지막으로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 바다에서 대기로 더 많은 열이 전달되는데 이 열이 북극 대기의 기압을 높여 북극진동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한파를 일으키기도 한다. 2011~2012년 겨울에 한반도에는 큰 한파가 없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는 극심한 한파가 몰아닥쳐 65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는 카라·바렌츠 해의 해빙이 감소하면서 우랄산맥 근처에 브록킹이라고 하는 고기압이 발달해 북극의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동유럽에 유입돼 생긴 결과다. 올해도 카라·바렌츠해에 일부 해빙감소가 관측되기 때문에 올겨울 한반도에 한파가 불어 닥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한반도의 한파는 시베리아의 강설량, 적도 인도양의 이류활동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해빙이 모두 사라지면 지구가 뜨거워진다
현재 추세대로 북극 해빙이 감소할 경우 빠르면 2040년에 북극 해빙이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다. 여름철 북극 해빙이 모두 사라지면 지구 온도를 낮추는 에어컨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서운 폭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가을부터는 대기가 냉각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수분과 열을 대기와 주변 지역으로 공급해 폭설을 낳을 가능성도 높다. 결과적으로 북극 해빙의 감소는 당분간 여름에는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북반구에 한파를 일으켜 계절적인 기온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난화가 지속돼서 북극 해빙이 한계 이상으로 녹으면 북반구의 눈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태양 단파복사 에너지 반사율이 점점 감소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게 될 것이다. 해빙 감소와 같은 온난화의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심한 기상 재해가 모든 계절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기후는 정말 변화 무쌍하다. 온난화의 속도를 늦춰서 기후계의 여러 구성 성분이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이미지출처 : NASA,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