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지(楊敬之)시 [증항사(贈項斯)] 항사에게
幾度見詩詩總好(기도견시시총호)
그대 시 볼 때마다 모두 다 좋았는데
及觀標格過於詩(급관표격과어시)
만나보니 시보다도 사람이 더욱 좋아
平生不解藏人善(평생불해장인선)
남 좋은 점 묻어두면 몸살 나는 성미라서
到處逢人說項斯(도처봉인설항사)
만나는 사람마다 그대 자랑 해야겠네
*幾度(기도): 몇 번. *總(총): 모두. *標格(표격): 사람의 기품, 품격.
*不解(불해): 할 줄 모름. *人善(인선): 남의 장점.
당나라 때 항사라는 시인이 있었다. 인품과 시문이 다 빼어났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번은 당시의 이름난 시인이었던 양경지를 찾아가서 자신의 시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양경지는 그전에 이미 항사의 시 가운데 몇 편을 읽고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항사를 보는 순간 그의 사람됨에 더욱더 반했다. 그는 즉석에서 시 한 편을 지어 항사에게 주었는데,
그 시가 바로 위의 작품이다.
이 짤막한 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자 항사는 점점 더 유명해졌고,
그의 시도 더 널리 알려졌다.
그들의 일화가 '위인설항'(爲人說項: 남에게 항사를 칭찬함. 남에게 어떤 사람을 칭찬함)이라는
고사성어로 정착되면서 항사는 국제적 유명세를 탔다.
이 일화를 두고 세상 사람들은 항사가 양경지를 만나 큰 덕을 보았다고 말해 왔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양경지가 오히려 항사 덕분에 더 이름을 떨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항사는 천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한 권의 시집이 남아 전하지만,
양경지의 시는 현재 달랑 두 편만 남아 있다. 그 가운데 한 편이 바로 위의 작품이고,
다른 한 편은 남아 있어도 잊혀진 시다. 결국 양경지는 항사를 칭찬한 이 시를 지은 덕분에
후세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남을 칭찬하는 데는 지나치게 인색하고,
남을 비판하는 데는 용감무쌍한 사람들이 많다. 자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남들이 문제투성이라서, 나라가 온통 엉망이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항사를 칭찬하고 다닌 덕분에 자신도 덩달아서
올라갔던 양경지의 뒷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진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시인들 중에는 그 됨됨이는 개차반이지만 시는
빼어난 경우도 있고, 그와는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시와 됨됨이를 아울러 갖춘
항사 같은 시인이야말로 금상첨화가 되겠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그게 어렵다면,
시보다는 아무래도 사람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출처=매일신문:
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104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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