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마치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되어라. 주인이 돌아왔을 때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행복하다. 그 주인은 띠를 띠고 그들을 식탁에 앉히고 곁에 와서 시중을 들어줄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녘에 오든 준비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 오늘의 말씀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 오늘의 묵상 : 영정사진
20대 때, 죽음 이후 내가 어떻게 될지 별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 세상에서 해야 할 것이 많아서인 것도 같고, 인적이 드문 어느 산속 개울을 넋놓고 바라볼 때 드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약 죽는다 해도 별 여한이 없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을 하고 아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기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가슴에 안고 눈 맞추며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밤이 있습니다. 잠든 아기를 보다 갑자기 눈물이 주루룩 흘렀던 것이지요. 이 아기와 마지막 날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연민과 슬픔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답고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살아생전 꽃 옆에 앉아 활짝 웃는 자신의 영정사진을 사용하지 못한 고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살아계실 때 멋진 모습을 담은 영정사진이 슬픔에 쌓인 가족들이 받아들이기에 힘들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영정사진이 조문온 분들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라는 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남아있는 사람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로 사랑을 고백할까, 세상을 등진 이의 쓸쓸함을 말할까, 아니면 상처로 고통받아 위로를 구할까. 누구에게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겠지만 영정사진에 담을 나의 메시지를 한편에 계속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주인을 맞이하는 종은 복되다고 하십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바로 응답하고자 했던 이들의 마음을 바라봅니다. 묶은 허리띠를 노년이 되어도 풀지 않을 힘이 있을지 그리고 어둠을 밝힐 등불을 들 힘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사랑하는 아이와 마지막 작별인사할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주님께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