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많은 새들 중에서 하필이면 태어날 때부터 어미와 따로 떨어져 사는 새가 뻐꾸기다. 탁
란조托卵鳥인 뻐꾸기는 아예 둥지도 없고 뱁새 등 숙주 새 둥지에 몰래 1개씩 분산하여 알을
낳아 놓은데, 뱁새는 그것도 모르고 둥지의 알을 정성껏 품어 뻐꾸기의 알까지 키우게 된다.
뻐꾸기 알이 10~12일쯤 지나 제일 먼저 부화해서는 눈도 제대로 뜨기 전에 둥지 안에 있는
뱁새의 알이나 새끼들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린다.
하루 이틀 만에 둥지를 독점한 뻐꾸기새끼는 뱁새가 물어오는 먹이를 혼자 받아먹으며 무럭
무럭 자란다. 뱁새는 뻐꾸기 새끼가 자기보다 덩치가 몇 배로 커져도 자기 새끼로 알고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다. 이렇게 20~23일간 뱁새의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 후 비행훈련까지 시켜
떠나보낸다.
뻐꾸기는 제 새끼를 제 힘으로 키우지 않는 애당초부터 아주 글러먹은 새다. 아마도 아기를
낳자마자 보자기에 싸 남의 집 대문 앞에 버려 놓았다가 다 큰 뒤에 찾으려가는 어미들이 바
로 이 뻐꾸기한테서 힌트를 얻지 않았나 싶다. 1976년 아카데미 대상을 차지한 ‘뻐꾸기둥지
위에서’란 작품도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고 남의 노력을 교묘하게 착취하여 노력하는 사람보
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태평하게 잘사는 그런 부조리를 그린 영화다.
이와 같은 주제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든 부조리, 범죄의 기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새삼스
럽다. 제니퍼 애커먼의 ‘새들의 천재성’에는 뻐꾸기를 갓 낳아서는 뇌 용량이 다른 새 새끼보
다 큰데, 숙주 어미의 알들을 떨어뜨려 죽여야 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다음엔 뇌가 더 이
상 자라지 않다고 한다. 쉽게 말해 먹고 살고 후손을 남기기 위해 머리를 쓰는 것이며, 새들
이 가진 천재성을 애기하고, 새들의 오해와 편견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영어에서 cuckoo(쿠쿠)는 뻐꾸기라 하며 ‘얼간이’의 뜻으로 쓰이지만 행위를 보면 대단
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요즘 뜬금없이 때 이른 ‘노벨상’을 가지고 국내·외에서 이렇고 저렇고 하는 한심한 작태가
우릴 부끄럽게 한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란 자가 노벨평화상을 받은들, 제 아무리 세계최고
의 교육열을 내세운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겨우 뻐꾸기사회, 뻐꾸기인생밖에 안 되는 세
상이다. 그러니 뻐꾸기란 놈은 이미 태생적으로 울음소리가 서럽고 구슬 풀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