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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장 축사에서 쉬고있는 흑염소들. | 제주시에서 한시간을 달려 교래리를 거쳐 서귀포 남원읍 한남리 산 18번지에 도착하면 자연이 살아있는 청정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고이악 토종 흑염소 농장 권송덕 대표가 운영 중인 이곳은 사방을 가리지않고 초원이 가득하고 높은 지대에서는 남쪽 바닷가가 시야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농장 초입에는 편백나무 숲이 자리잡고 있으며 주위에는 인가가 없어 바람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음도, 야간의 빛 공해도 없는 오직 맑은 물과 공기로 가득한 자연 그대로인 서식지이다.
2만여평의 초지 목장에서 뛰어 노는 생명력 넘치는 검디 검은 흑염소들을 바라보다 보면 자연의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듯 했다.
흑염소는 신이 내린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풍부한 영양을 가지고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시사철 가장 선호하는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의보감에는 ‘흑염소는 보양 성분으로 신비스러운 효능을 가지고 있어 어린이 허약체질(땀 코피 성장통 식욕부진), 청소년 체력보강, 기력감퇴, 양기부족, 만성피로와 세포노화방지, 피부미용과 골다공증 예방에 으뜸이다’고 기록돼 있다. 또 1700여 년 전 한나라 말기에 저술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명의별록 역시 ‘흑염소는 신이 인간에게 보내준 최고의 식품으로 인체에 이로운 성분과 효능이 으뜸이다"라고 전한다.
흑염소는 보혈작용과 혈액순환 개선, 세포의 노화 방지, 기미 제거 등의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기운이 소진되는 여름철에는 양기를 보충해줄 만한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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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장 축사에서 쉬고있는 흑염소들. |
‘고이악 토종흑염소 농장’ 권송덕 대표는 예로부터 왕실에서는 검은 색깔의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하여 검은콩, 검은깨, 흑염소 등을 보약식품으로 먹어왔다면서 특히 흑염소는 현대에 와서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국내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과 함께 방목한 건강한 흑염소는 그 어떤 식품보다 영양가가 높고 효과가 탁월하다”면서 “농장 현지나 남원의 흑염소요리전문점을 찾는 고객들이 간편하게 편안하게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흑염소중탕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일어나 흑염소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녁에 준 사료는 남아있는지, 설사는 하지 않는지, 흑염소들이 다친데는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어미염소가 새끼를 3마리씩 낳은 경우가 많아 젖이 부족하기 때문에 흑염소 밥통에 건초를 채워주면 어미 흑염소들이 한달음에 달려와 신나게 아침을 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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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송덕 대표가 키우고 있는 산양 천연기념물 217호. |
이번 인터뷰는 고이악 토종 흑염소 농장 권송덕 대표를 만나 제주지역에서 흑염소 농장의 성장 가능성과 향 후 계획을 들어봤다.
& 흑염소 농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키우면서 겪었던 일들을 말해달라
지난 2007년 중국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연이 아름답고 공기가 좋은 장소를 찾던 중 서귀포가 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했지만 한남리가 맘에 들어 아내와 함께 정착하게 됐다. 중국에서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오래하면서 건강이 안 좋아져서 처음엔 아픈 몸을 치유하고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가축을 직접 키워보고자 맘을 먹고 흑염소를 키우게 된 것이다.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경험이 없었던지라 새끼염소의 폐사율이 70%가 넘었고 특히 닭으로부터 전염되는 콕시둠이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흑염소를 잃기도 했죠.
그런 와중에 제주가축시험연구소를 방문하여 직접 자문을 구하고 흑염소의 모든 것에 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애지중지 키우던 흑염소들이 새끼일때 죽어나가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고 단 한마리를 키우더라도 지식을 습득하고 제대로 키워보고자하는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염소 농장은 분만 후부터 젖을 뗄 때까지 새끼염소의 폐사율이 가장 높다. 새끼의 폐사율은 농장의 경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죠.
분만이 다가오는 염소는 분만실로 옮겨 세심하게 살피고, 새끼를 낳으면 되도록 빨리 충분한 양의 초유를 먹이는 것도 폐사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득했다.
흑염소 농장의 성패는 폐사율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다. 정기적인 구충제 투여, 개체 관리, 발굽 관리와 기록 관리 등 농장주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흑염소를 키우게 된 이유가 있나 ?
지난 2007년 건강이 안좋아져서 중국에서 하던 사업을 무작정 접고 제주로 정착했지만 공기좋고 물좋은 곳에서 지내다보니 어느덧 건강을 완벽하게 회복하게 됐고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 왔다.
그 무렵 키우던 흑염소가 150마리 정도 있었다. 너무나도 힘들게 키워냈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함께해 왔던지라 시중에 팔기 보다는 이들이 자연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풀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이상적인 계획일수도 있지만 건강을 회복하게 된 것도 흑염소들과 함께 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르는 이에게 넘기기보다는 애들이 자연스럽게 생존할 수 있도록 풀이 많은 초지를 고르다가 한라산 중턱을 선택해서 풀어주고자 했다.
지난 2012년 4월 어느날 아침 일찍 일어나 키우던 흑염소 150여마리를 끌고 한라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알맞은 자연 초지가 눈에 띄어 애들을 풀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늦은 오후에 농장 정리를 하려고 가보니 웬걸 아침 일찍 풀어주었던 흑염소들이 본인들이 길을 스스로 찾아 농장 정문앞에 도착해있었다.
새끼흑염소들은 길을 못찾고 한라산에 남아있었던 듯하고 세어보니 130여마리가 다시 돌아왔다. 흑염소들에게 귀소본능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농장에서 풀어준 한라산 중턱까지의 거리는 얼추 20km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애들이 다시 찾아온걸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흑염소들과 함께 했던 우여곡절들이 생각나면서 남의 나라로 돌아가서 도시에서 지내는 것이 아닌 자연에서 애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어찌보면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결국 아내를 설득해서 서귀포 한남리에 정착하게 됐다.
그 당시 한라산에서 돌아온 130여마리의 흑염소들이 지금은 2200여마리로 불어났으며 중국으로 돌아가는게 아쉽지 않을만큼 많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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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송덕 대표가 키우고 있는 산양 천연기념물 217호. |
& 제주지역에서 흑염소 농장의 성장가능성에 대해 말해달라
일단 쉽지는 않다. 돼지나 소와 비교해서 제주도 차원의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며 키우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내 경우엔 거의 모든걸 스스로 배우고 경험해가며 체득해야 했다.
하지만 초기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진중하게 흑염소를 사육할 수 있다면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최근 5년사이 흑염소 사육두수는 감소했지만 흑염소 고기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어서 현재 흑염소는 나름 고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흑염소 농가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밀하게 농장상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 생산비를 절감해야 한다. 생산비 중에서도 농가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히 사료비인데 사료의 효율을 세심하게 따져보면서 흑염소 전용사료를 사용하고, 생풀을 먹이기보다는 마른 건초를 먹이는게 흑염소를 위해서도 훨씬 좋다.
그리고 흑염소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래흑염소의 가치를 발전시키며 계획적인 교배를 통하여 개량에 힘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계획적인 난교잡은 피해야 한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주도 차원에서 미래에 흑염소 농가에 대해서도 작건 크건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가져주었으면 하는 것이며 특히 지역 내 흑염소 전문 도축장이 없어 돼지나 소에 비해서 상당히 비싼 가격에 도축을 하고있는 상황이다.
흑염소 산업을 위한 전문 인프라를 구축하고 위생적이고 안전한 고품질 흑염소 고기를 생산,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제주도가 작은 관심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무엇보다도 제주지역에 재래흑염소를 키우는 농장이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흑염소는 귀농자가 소자본으로도 사육할 수 있고,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아 우리 농촌의 큰 소득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풍부하다. 그게 무엇이 됐든 제주 흑염소고기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 |
첫댓글 권사장님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돌아오는 흑염소 참 좋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