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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 봄이 오는 길목 3월의 산행지로 충남 홍성 용봉산을 다녀왔습니다. 주봉의 해발이 겨우 381m라 동네 뒷산 또는 야산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용의 몸집에 봉황의 머리를 올려놓은 듯한 형상’이란 산 이름의 유래에서 느껴지듯 막상 올라보면 오묘한 산세와 제각각 특성을 가진 봉우리, 돌출한 산의 뼈대 같은 기암괴석군 등, 다양한 모습들에 마치 설악산에라도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산입니다. 거의 20년 전쯤 신문에 난 이 산의 기사를 오려놓고 언제 한번 가보나 했던 것이 일이 되려니 제 친한 산 친구들 일룡이호+1끼리 다녀오게 돼 더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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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만물상이라고 할까요. 악귀봉 정상부 남쪽 암봉군 서단 모습입니다. 생김새가 다양해 여러 이름들을 가졌을 것 같은데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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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깜깜한 새벽에 만나 서해대교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홍성에 도착한 것이 오전 9시경. 삽교읍에서 같은 능선상의 북쪽 끝 수암산을 바라보며 용봉산 입구인 구룡대매표소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정면에 나타나는 산 전경부터 카메라에 담기 시작합니다. 아까 오면서 본 수암산 쪽 분위기와는 또 달리 현란함이 느껴지는 산세가 앵글 속을 꽉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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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일인당 1,000원씩 입장료를 징수하는군요. 삼림휴양관 정면으로는 용봉사, 오른쪽으로는 병풍바위로 이어지는 능선 길로 붙는 갈림길목에서 우리는 오른쪽 병풍바위 가는 길을 택합니다. 처음엔 계단, 조금 더 오르니 20~30년생 소나무 숲, 작은 돌탑 더미가 나오고 바로 왼쪽으로 차가운 계곡 바람처럼 한층 더 가까워진 용봉산 전경이 쨍~하니 다가섭니다. 가장 가까이 가장 높아 보이는 오른쪽 악귀봉부터 노적봉, 최고봉 그리고 투석봉이 왼쪽으로 이어지며 누가 주봉인지 가늠해 보란 듯 가슴을 펴댑니다.
이런 바위틈에서도 굳건히 자라는 소나무의 신비
우리가 딛고 있는 발 아래가 어느새 큰 암릉 위입니다. 곧이어 마치 대인국 거인들이 이 암릉 위에서 공깃돌 놀이를 하다 만 것처럼 커다란 바위 세 개가 놓여 있습니다. 동쪽 산 아래 내포신도시개발지구를 조망하기 좋은 곳이자 병풍바위로 오르는 길목이기도 합니다. 먼저 와서 조망을 즐기던 분들이 자리를 비워 주어, 우리도 한동안 촬영을 하며 멋진 풍경을 즐기고는 뒤이어 오는 부부에게 그 자리를 내줍니다. 그리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해발 높이는 얼마 안 되지만 벌써 산세는 웬만한 큰 산 중허리에 올라온 듯 험악해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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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노적봉 동쪽에 있는 한 암릉입니다. 용봉산엔 이렇게 바위와 바위가 겹쳐 마치 뚫려 있는 듯하고 서로 포개져 공중에 들려 있는 듯한 부석들이 많아 눈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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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이런 암릉 틈새에서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나무들은 원래 악조건에서도 잘 자란다지만 이렇게 반질반질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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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악귀봉으로 오르기 직전 올라서야 하는 암릉지대.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눈길을 끄는데 보기에 따라서 얼굴이 붉어지게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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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에서 저 멀리 보였던 병풍바위 아래에 도착합니다. 바로 아래서 올려다보니 ‘병풍바위’란 이름보다 ‘성채’나 ‘장성’ 같은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다 이 바위를 이루는 여러 모양의 작은 바위들을 보니 ‘아! 그러면 그렇지’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그 작은 바위들이 얼마나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요! 그러니까 그게 바로 병풍 속의 그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지 그 크기, 그 웅장한 외형만 생각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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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병풍바위를 지나 주능선에 올라서기 전 통과하는 암릉지대는 크고 작은 기암들과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노송들이 초대형 수석&분재 전시장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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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난 가파른 길로 올라서니 다시 한번 삽교 쪽 들판과 반대쪽 용봉산 주릉이 손에 잡힐 듯 듭니다. 딛고 선 수십 길 낭떠러지 아래로는 용봉사 절이 조감도처럼 들여다보이고요. 이 병풍바위 위 절벽 끝에 정말 이름 그대로 꼭 닮은 의자바위가 놓여 있습니다. 이호+1님이 먼저 앉아보고서는 나더러도 앉아보라고 권합니다. 가까이 가보니 누가 조각을 하라고 해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들진 못할 것 같습니다. 더욱이 오랜 세월이 자연스럽게 다듬어놓은 부드러운 곡면은 언감생심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병풍바위를 지나면 다시 규모는 작으나 기암을 인 암봉들이 펼쳐집니다. 보기에 따라 이름을 하나씩 지어 주고 싶은 기묘한 바위들이 한두 그루씩 소나무들을 품고 우뚝우뚝 솟아 있는 모습들이 소금강 만물상을 방불케 합니다. 북쪽 예산온천 쪽으로 흘러가는 용봉산 능선, 그러니까 수암봉으로 가는 길목에 조금은 조악한 현대식 팔각정이 하나 서 있습니다. 볼품은 없지만 서북쪽 소나무 숲 우둠지 너머로 겹쳐져 나타나는 덕숭산과 가야산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뒤로 돌아서듯 남쪽을 향해 장쾌하게 펼쳐지는 용봉산 주능선을 따릅니다. 조금 남하하니 된비알 내리막이 나타나며 내려꽂는 좌우로 수문장처럼 기암들이 서 있습니다. 왼쪽 것이 그 유명한 용바위랍니다. 어떻게 봐서 용바윈지 가까이서는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오른쪽 것은 스님이 서 있는 것 같은데 지도상엔 이름이 안 보이고요. 여기서 바라다 보이는 악귀봉 북사면은 하얗게 눈이 덮여 더 위용 있어 보입니다.
어느새 병풍바위가 동쪽 건너편으로 역광의 자태를 드러냅니다. 이쪽에서 봐도 현란한 모습이 과연 바위 예술품들의 집합체 같습니다.
사면이 끝나는 지점 용봉산의 명물 마애불과 용봉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왼쪽으로 나옵니다. 내려가 마애불을 보고 올 것인가 말 것인가 잠시 망설이다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대로 직진합니다. 악귀봉으로 오르는 비탈길에서 올려다 본 봉우리 모습은 우툴두툴 솟아 있는 바위들로 마치 닭의 벼슬 같습니다. 등산로 초입에서부터 저는 이 봉우리가 주봉처럼 느껴졌는데, 가장 멋지게 생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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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봉은 어감과 달리 볼수록 아름다워
자연석으로 만든 돌 계단을 조금 오르니 바위로 된 대문 같은 가파른 암릉 길이 나옵니다. 그 길을 솟구쳐 오르니 머리 위로 잘 생긴 몇 개의 큰 바위가 포개진 건지, 하나의 큰 바위가 몇 개로 균열이 나 깨어진 건지 모를 웅장한 암봉 하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쪽에서 볼 땐 하나의 삼각점 같은 봉우리가 이렇게 정상부에 다다르고 보니 두 개의 암봉군으로 이루어져 있군요. 그리고 그 사이 나무다리를 놓아 편하게 두 봉우리를 오갈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어디서 온 단체 산행객들인지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들 우리와 같은 기분으로 왔겠지요. 이 정상 너머 적당한 데서 점심을 들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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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언뜻 안동 제비원 미륵불을 연상케 하는 용도사 미륵불. 자연석을 조금 다듬었을 뿐인데 이렇게 훌륭한 미륵상으로 변신한 게 참 신기합니다. 2 용도사 미륵불을 둘러보고 나오는 한 등산객 부부. 단청기 하나 없는 대웅전이 이 절을 더 고즈넉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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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다리를 건너 다시 나무 계단을 오르니 악귀봉 정상입니다. 어느 지도엔 악기봉이라고 표기돼 있는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렇게도 재미있게 생긴 바위들을 잡귀들로 보아서 그리 짓진 않았겠지요. 여러 개 바위가 동서로 나란히 도열한 정상 바위군은 공룡의 등지느러미 같습니다. 그중에 밋밋하게 물개 비슷한 형상을 한 바위가 바로 물개바위라고 합니다. 참 쉽지요. 하지만 이 바위들 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 가 있어 점심도 들 겸 우린 남서쪽으로 삐쳐 나온 암벽 위 공간으로 장소를 옮깁니다.
잔설을 스치며 부는 바람이 아직은 차갑지만 따사로운 햇살에 충분히 견딜 만합니다.
저마다 싸온 음식들을 꺼내 함께 나누는 이 순간이 제겐 좋은 경치 이상으로 소중하고 기분 좋습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바라다 뵈는 정상부 기암과 돌기둥들은 또 한 번 소금강을 생각나게 합니다. 맨 서쪽 두꺼비바위는 소문난 동물 형상이고요, 나머지도 보기에 따라서는 적절한 이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어떤 사람들이 그 암릉을 타고 올라, 이쪽에서 바라보는 우리 눈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재미야 있겠지만 저렇게 위험한 곳을 오르는 게 무모한 행동으로 여겨지는 것이 꼭 나이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여기서는 정상부의 뒷모습도 잘 보입니다. 악귀봉에서 노적봉으로 가는 능선 길은 다시 한번 고도를 낮추었다 암릉을 타고 솟구칩니다. 이 구간에 동서로 뻗어 흘러가는 지릉과 암봉들의 경관은 거의 태산고악 수준입니다.
주 등산로 외에 튀어난 큰 암봉을 돌아가는 전망 좋은 길도 있고요. 작은 한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점점 멀어지는 악귀봉이 더 그림처럼 느껴집니다. 노적봉은 역시 이름대로 멀리서 보면 볏가리를 쌓아놓은 듯해서 그런 이름을 주었을 것입니다. 암릉이 볏가리처럼 보이는 봉우리들은 서울 삼각산과 목포 등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있지요.
이 봉우리를 오르는 북쪽 사면에 둘이 나란히 붙어 선 행운바위와 촛대바위가 있습니다. 촛대바위 왼쪽으로 바로 붙어 있는 행운바위는 평평한 윗면에 돈을 던져 올려지면 행운이 따른다고 합니다.
노적봉을 내려서니 고개에서 한 부부가 보온박스에 쌍화차를 팔고 있군요. 이 쌀쌀한 날씨에 한 잔 하고 싶지만 참기로 하고 통과합니다. 능선이란 내려서면 다시 올라서야지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근데 용봉산 참 특이한 게 하나 있습니다. 서로 겹쳐진 바위 사이로 난 공간들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일종의 부석들로, 다른 산에서는 하나만 있어도 신기하다며 법석인데 여기선 여기저기 너무 쉽게 관찰됩니다. 또한 하나의 형상만을 한 게 아니라 아기를 업은 엄마처럼 생긴 바위, 선 채로 기둥에 몸을 기댄 것처럼 생긴 바위 등등 작지만 수많은 형상을 한 바위들로 가득 찬, 보석처럼 빛나는 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용봉산 산행 후 온천욕은 필수 코스
용봉산에 이렇게 다양한 기암괴석이 많은 것에는 한 전설이 전해져 온답니다. 옛날 옛날 이 산 북서쪽에 있는 일월산(백월산)과 이곳 용봉산에 각각 힘이 센 장사가 살았는데, 두 산 사이의 마을 소향리에 사는 한 예쁜 낭자를 서로 연모했답니다. 급기야 이 낭자를 차지하기 위한 내기가 벌어졌는데 바로 돌 던지기 싸움이었답니다. 처음에는 전세가 비슷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일월산 장사가 승기를 잡아 결국은 소향리 낭자를 차지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 일월산 산중에 있던 돌들이 죄다 용봉산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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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악귀봉 정상부 남쪽 암봉군 동단에 자리한 물개바위. 너무 닮아서 알아보기 참 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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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 최고봉은 평평한 능선 위에 솟아 있습니다. 능선에 솟아오른 몇 개의 바위 위에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네요. 인증 샷을 찍기 딱 좋은 형국입니다. 아래서 위를 올려다 보고 찍으니 사람과 바위가 화면 가득히 들어차니까요. 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촬영하는 모습을 옆에서 담아냅니다. 이 역시 그림이 참 좋게 잡힙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한 구비에 최영 장군 활터가 있는데 우린 이쪽이 아니라 투석봉을 지난 용봉초등학교 쪽으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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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용바위 맞은편에 서있는 기암인데 이름을 따로 적어놓지 않았더군요. 그렇다면 ‘부처바위’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2 악귀봉 정상부와 서쪽으로 흘러가는 암릉군을 멀리서 한 앵글로 잡아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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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최고봉에서 남쪽으로 투석봉까지는 완만한 능선 길입니다. 투석봉이란 이름이 바로 그 두 산의 장사가 서로 싸울 때 용봉산 장사가 돌을 던지던 장소가 아닌가 싶지만, 물론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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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악귀봉 정상부 북쪽 암봉입니다. 큰 바위 하나가 이렇게 균열되었는지, 아니면 몇 개의 바위가 포개져 이렇게 한 바위처럼 서 있는지 모르겠지만 얼핏 무등산 서석대가 생각나더군요. 4 해발 381m 용봉산 최고봉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평평한 능선 상에 바위 몇 개가 겹쳐져 이룬 봉우리인데, 그렇다고 해서 절대 얕볼 수 없는 작은 거인이 바로 용봉산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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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봉의 남단은 천애절벽입니다. 그 아래로 홍성읍이 펼쳐지지만 시계가 그리 좋지 않군요. 가파른 길을 내려서려니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작지만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라 다리가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내려서는 도중 대피소로 만들어 놓은 원두막처럼 생긴 정자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듭니다.
조금 더 내려서니 오른쪽 길가 높은 지대에 용도사와 미륵불이 나타납니다. 단청기 하나 없는 대웅전 저편으로 나란히 서 있는 미륵불은 뒤로 큰 바위 앞에 돌출한 자연석을 깎아 만든 것인데 머리 부분만 선명하고 몸 부분은 거의 자연석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언뜻 안동 제비원 미륵불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크기나 균형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미륵불이 훨씬 더 자연미와 예술성이 높고 친근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우린 잠시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합니다. 바로 용봉초등학교로 내려갈까 하다가 절 동쪽으로 용봉폭포를 거쳐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을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산책로로 들어섭니다. 0.6km 거리를 포기하고 1.2km 구간을 택한 겁니다. 우리가 이제껏 탔던 정상부 능선 산기슭 중·하단부를 에둘러 돌아가는 산길입니다. 거의 수평을 이루는 길은 나름 위 아래 경치를 조망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호젓해서 더 좋습니다.
용봉폭포는 계절 폭포인듯, 겨울이라 메말라 있지만 여름철이면 아주 멋진 경관을 보일 것 같습니다. 최영 장군 활터로 오르는 갈림길에서는 정상부 암릉군이 조망돼 맛이 색다르고요. 곧이어 나타나는 자연휴양림과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 등은 용봉산이 결코 작은 산이 아니고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제공하는 큰 산임을 알게 합니다.
오후 2시20분쯤 산행을 끝내고 주차장 인근 식당에서 감자전을 시켜놓고 막걸리로 뒤풀이를 하며 주인 아주머니께 인근 덕산온천 원탕 집이 어딘지 물어서 그곳에서 땀까지 씻고 가기로 합니다. 뜨거운 온천 원탕에 몸을 담그니 오늘의 피로는 물론 지난 겨울 움츠리고 지내 누적됐던 피로까지 싹 풀리는 것 같습니다. 높이가 낮고 산행 거리 또한 짧지만 태산고악 못지않은 산세와 경관을 갖춘 용봉산의 기개와 멋은 이 덕산온천에서의 마무리로 더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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