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살생부
필자 마강래는 춘천 출신으로 중앙대 응용통계학 학사, 서울대 도시공학 석사, 런던대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에 쓴 글이다. 20년 후 30%의 지자체는 파산할 것이니 골고루 나눠 갖지는 말자!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 말씀이다. 가진 자를 가진 곳으로 없는 자를 없는 곳으로 바꾸면 우리나라 수도권과 지방이란 얘기가 된다. 그러니 공간적 마태효과, 그 끝은 국가적 위기다. 그러니 진정한 국토 균형은 수도권과 겨룰 대도시를 키우는 것이라 필자는 주장한다. 그러니 “분산·팽창하면 죽고, 집중·압축하면 산다!”라는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재생 사업으로 판을 벌이겠다는 정부가 할 일은 ‘어디가 쇠퇴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어야 한다. 소멸 위기의 지방 도시가 대도시 지역 때문에 경제가 죽었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건물이 노후화되었다고 걱정함은 호들갑이다. 쇠퇴를 보고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쇠락한 지방 도시를 위해서라도 지방에 거점도시를 세워야 한다.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지방 대도시 몇 개를 키우는 것이,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상생 시스템을 키우는 것이고 국토 균형발전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이 2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자 1989년부터 피임 사업 중단과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했다. 인구감소는 지방 중소도시부터 직격탄을 날렸다. 머지않아 소멸 위기에 몰릴 것이다. 2040년에는 전국 지자체가 30% 기능 상실이 예상된다. 인구 소멸 가능성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와 20~39세의 가임 여성 인구와 비교하면, 여성인구가 노인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10년 만에 33곳에서 80곳으로 증가했다. 소멸 지역이 50%가 되는 데는 앞으로 10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소멸 시점(인구가 0이 되는 시점)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고흥이다. 과거 20년의 추세로 앞으로 2040년이면 인구가 0이 된다. 다음이 소멸 순위 20위인 보은군은 2051년에 0되고, 소멸 순위 40위 해남군은 2059년에, 60위인 하동군은 2072년에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될지 모른다. 필자는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1950년 180만의 인구가 2013년에 시 재정 악화로 70만 명의 정도로 반토막 이상이 났다. 일본은 파산 광산 도시 ‘유바리시’도 1960년 10만 명에서 1980년 5만 명으로 줄어든 예를 든다. 이 두 도시는 인구가 줄어도 도로나 상하수도는 없앨 수 없고, 채무를 갚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주민의 주머니에서 세금은 더 걷었다. 가로등도 10개 중 하나만 살리고, 공원도 70%가 폐쇄되고, 경찰도 40%를 줄었다. 그러자 흉악범죄 발생률이 미국 평균의 10배로 높아졌다. ‘유바리’는 399명의 시 공무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이들의 봉급도 40% 수준으로 깎았다. 시의원도 18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6개인 초등학교는 3개로, 3개던 중학교는 1개로 줄였다. 2015년 유바리의 인구는 9천 명이다. 서울보다 큰 면적에 9천 명이 살고 있다. 설상가상 인구 중 절반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우리나라 226개 지자체 중 30%는 1995년 인구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대부분 96%는 인구 15만 명 이하 지방의 중소도시다. 인구가 감소하면 더 이상 개발사업이 필요하지 않다. 주택이나 공장도 빈 곳이 늘어난다. 출산수당을 주자 전남 해남의 출산율이 상당히 늘었다. 이른바 ‘먹튀 출산’으로 4세가 되기 전에 모두 떠났다. 해남군은 돈 써서 남 좋은 일 시켜준 꼴이다.
학자들의 헛다리 진단, 학자들은 쇠퇴란 무엇인가 답을 했다. 낡음=쇠퇴라 판단하여 칙칙한 건물을 밀어내고 새, 건물을 올리라 진단했다. 달동네 사업, 낡은 곳을 깨끗한 모습으로 그려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고 꽃과 까치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이런 물리적인 노후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쇠퇴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경제적 측면’이다. 사람이 떠나는 것도, 먹고 사는 문제이고, 건물이 방치되는 것도 먹고 사는 문제이다. 최근 불황으로 26만 명의 거제시는 8.3만으로 줄었다. 거제는 조선 노동자가 도시의 80%다. 과거에 번성하던 탄광도시는 태백, 문경, 삼척, 정선이다. 이 도시는 오일쇼크에는 비약적인 석탄의 가치로 번성했다. 하지만 에너지 자원으로 매력을 잃자 급속히 쇠락했다. 잡는 어업일 때 여수는 전성기였다. 그러나 기르는 어업 즉 약식으로 바뀌면서 여수 어민의 수입은 급속히 줄었다. 동두천시는 미군으로 먹고살았다. 특구 동두천은 양복점 음식점 클럽이 번성했다. 의정부 지하철이 개통되고 미군기지 이전이 2020년으로 연기되자 시민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떠나긴 떠나되 지금 당장은 아니다.’ 애매한 상황이 의정부를 고사시키고 빨대 효과로 미군은 지하철을 타고 외출을 이태원으로 빠져나갔다.
교통망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는 나주시다. 서해의 해산물과 나주의 곡물이 모이는 물산의 중심지로 나주는 전국 12목 중의 하나로 목사가 거대한 객사 금성관을 유지했다. 다음은 도로로 주민이 빠져나간 도시가 남원이다. 1965년 18.5만의 남원은 88 올림픽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해 광주 생활권에 묶인다. 현재 8만 명이다. 빨대 효과로 중소도시가 대도시에 흡수된 사례는 춘천이다. 이태원과 용산에 빨린 것이다. 도시의 쇠락은 ‘주민이 떠났기 때문’이 아니다. 깔때기처럼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노후화는 더더욱 아니다. 일자리나 돈 벌 장소가 생기면 사람들은 모이고, 모여서 먹고 살 만해지면 건물 치장도 신경 쓰고 경제와 인구와 같이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려야 하는 지방 도시는 ‘먹고 살기 어려워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담장에 벽화나 그린다고 경기가 살아나겠나? 이는 배가 고파서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자식 등록금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에게 ‘서로서로 돕고 살면 세상은 아름다워진다’라고 덕담하는 것과 같다. 근본적인 먹고사는 직장을 만드는 근본적인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는 지방은 쇠락의 길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쇠퇴 현상의 핵심에 있는 경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닥칠 결과는 딱 하나다. 그건 끝도 없는 예산 낭비다.
서울은 1988년 인구 1,000만 명을 넘긴 이후 28년 만에 1천 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세종시 개발, 혁신도시의 공공 이전 등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큰 요인은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경기도로 밀려 나가는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속성장기에도 대도시는 선망의 대상이다. 거기는 일자리, 계층상승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 도시는 왜 잘나가는 지역이 더 많이 가져야 하는지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균형발전을 호소했다. 하지만 저성장 사회에서는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 대도시가 몫을 더 가져가면 중소도시의 몫이 줄어드는 제로섬 현상이 나타난다. 이제 ‘대도시가 왜 더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은 ‘가진 걸 잃을지도 모른다’라는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
지방은 병원도 무너진다. 의사 수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모 사망률이 높은 것은 분만실이 없기 때문이다. 1시간 이상 떨어진 분만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70% 이상인 도시가 전국에 37곳이다. 중소도시는 생활 편의시설이 붕괴하고 있다. 저성장이 가져온 인구 유출은 공공 모두에서 생활 서비스의 비용 상승을 가져왔다. 은행도 나가고 학교도 문을 닫는다. 웨딜홀도 줄어든다. 하지만 정부는 손을 뗄 수는 없다. 최소한의 공공서비스는 제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노령화의 원인으로 저출산으로 아는데 이는 틀렸다. 출산 기피는 중소도시보다 대도시가 심하다. 일단 대도시는 주택가격이 높다. 교육비가 많이 든다. 중소도시가 고령화가 빨리 느는 것은 ‘애를 낳는 젊은이가 적기 때문이다.’ 2026년은 노령화사회로 진입한다. 생산가능인구가 2060년이면 50% 수준으로 떨어진단다. 이유는 고령인구는 40%로 증가하고 유소년인구는 1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고흥군에 전국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예동’ 마을이 있다. 50세 이하 주민은 없고 2/3가 65세 이상이다. 고흥군에 515개 마을이 있는데 이 중 41개 마을은 가임 여성이 1명도 없다. 마을이 살아지는 속도는 남아계신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는 속도와 보조를 맞출 뿐이다. 듬성듬성 보이는 빈집은 어르신이 혼자 있다. 죽은 뒤, 사그라지는 흔적들이다.
지방 도시 살생부
2023.11.20.
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간행
첫댓글 듬성듬성 보이는 빈집은 어르신이 혼자 있다. 죽은 뒤, 사그라지는 흔적들이다.
정말
실감나는 표현이며
현실입니다.
회장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
박사님!
공손하고
씩씩하게
우리 일
우리 힘으로
다 같이
힘껏 하세!
제 초등학교 학생 때
외치는 교호였지요
박사님도
위 같은 교육을 받고
성장하신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ㅋㅋㅋ
감사합니다.
옛날 방식 공부를 한 것은 틀림이 없징~~~
없지요ㅡㅡ
인데 날아가버렸네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