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싣고 싶은 시조 · 40
최숙영의 시조
김우연(문학평론가)
최숙영崔淑英 시인은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며, 1947년 출생하였다. 1996년 《현대시조》로 등단하였으며,
시조집 『북을 치듯이』(2004), 동시조집 『우리집 철쭉꽃은』(2012) 등이 있다. 또한 최숙영 시인은 가곡
및 동요 작시를 많이 하여 여러 음악회에서 널리 불리고 있다.
특히 2016년 KBS 제27회 창작동요대회 본선 12곡에 올라 전국으로 방송되었던 ‘칭찬의 말 참 좋아요’ 최숙
영 작시, 이은수 작곡은 KBS ‘누가 누가 잘하나’ 방송에서 여러 번 어린이들이 중창으로 노래 부르더니 2024
년 지학사 국정초등교과서 [기억 2-2] p.44에 동시가 실려 있다.
그러나 한 때는 시조시인으로서 가곡과 동요 작시를 하는 것을 일부 시조시인들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도
하여 “시조 쓰는 사람이 엉뚱한 짓을 한다고 할 것 같아서 자랑을 못하고 13년이나 흘렀는데 유튜브가 저 대신
홍보하여 준 덕분에 많이 알려졌어요.” 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고백한 바 있다. 특히 세 수의 연시조인
「그런 거야, 사랑은 – 호수」는 가곡으로 작곡 받기 위하여 1,2 절로 작시를 다시 써서 이안삼 선생의 작곡과
소프라노 허미경 교수의 초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권혁모 시인은 “최숙영 시인의 작품 속에는 넘치는 정감으로 과장되지 않았으며, 지식 나열적이거나 목적을
염두에 두지도 않는 구성은 읽는 이의 가슴까지 흔들 수밖에 없는 진솔함이 배어 있다.” 라고 최숙영의 시조
세계를 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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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갈대
흔들려야 하느니라
한 말씀만 하셨으면
그 모진 바람 앞에
꼿꼿하지 않았을 걸
꺾이면
다 잃는 줄 알고
몸부림친 긴 세월.
-「갈대」 전문
갈대는 바람에 흔들려야 갈대이다. 그러나 “한 말씀”이 없었기에 “그 모진 바람 앞에/ 꼿꼿하게 ” 살아왔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으면서 오직 고통을 참아온 세월이었다. 그게 바로 감인堪忍, 즉 사바 세상을 건너는 길이
었다. 그러나 고통의 세월을 지나고 보니 “꺾이면/ 다 잃는 줄 알고/ 몸부림친 긴 세월” 을 관조하게 된다. 모진
세월을 견디어낸 세월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자신의 마음이 가장 꼿꼿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팔만대장경의 법문도 한 글자로 줄이면 마음 ‘심(心)’자라 하고, 누가복음 17장 21절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너
희 안에 있느니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2. 을숙도 갈대숲에서
한 치 흔들림 없이 초연超然하리라 마음하고
잊고 산 낭만을 찾아 홀로 떠난 가을 여행
을숙도 철새 도래지 갈대꽃으로 피었다.
곱게 물든 사색의 창가 명상에 잠겨도 보고
스쳐간 한 점 바람 물결치는 갈대숲에서
어쩌랴! 난들 어쩌랴! 예서 흔들릴밖에.
철새들 둥지 틀고 또 떼 지어 날아오르는
여기 침묵의 강, 속울음 우우 울다가
잃은 것 얻은 것 꺾어 한 아름 안고 돌아가야지.
-「을숙도 갈대숲에서」 전문
을숙도를 노래한 시조들은 많다. 그 중에서도 백수 정완영 선생의 「을숙도」에서는 “강물만 강이 아니라/ 하루
해도 강이라며 ”라고 노래하였다. 이 작품 첫째 수에서는 잊고 살아온 낭만을 찾아서 홀로 가을 여행을 을숙도로
떠났음을 밝히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각오는 “한 치 흔들림 없이 초연超然하리라 마음하고”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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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둘째 수에서 “물결치는 갈대숲”을 보면서 흔들리게 된다. 그것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에 저절로
동화가 되고 일체가 된 것이다. 결국 마지막 수에 와서는 여러 생명을 품고 있는 을숙도 갈대숲에는 기쁨과 슬픔
을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겉으로 보면 ‘침묵의 강’이지만 ‘속음을 우우’ 우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잃은
것 얻은 것 꺾어 한 아름 안고 돌아가야지”라면서 여행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차원의 삶을 깨닫게
된다. 여행이란 이처럼 자신을 찾는 시간이 되었으니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B. 피터슨
교수는 「의미의 지도」에서 “관심은 곧 의미이다. 의미는 개인이 성스러운 적응의 길 위에 있음을 나타낸다.”,
“부활이란 곧 개인의 능력을 확장하는 문화의 정체성을 수용한 이후 개인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관심을 되살리는
일이다.”라고 하였듯이, 최숙영 시인은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차원으로 부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3. 그런 거야 사랑은
- 호수
마음을 비워 놓으면 청산도 내려와 앉고
고여 드는 것 고이게 하고
흘러가는 것 흐르게 하고
차거나 넘치지 않는 그런 거야 사랑은.
어우러지면 푸르른 것
채울수록 찰랑대는 것
갈수록 깊어지는 것
볼수록 아름다운 것
영원히 담아두는 것 그런 거야 사랑은.
잔잔한 물결이다가 또 때로는 출렁거리는
느낌으로
눈빛으로
가슴으로
가득 채우는
너 있어 행복해지는 그런 거야 사랑은.
-「그런 거야, 사랑은」 전문
필자는 일찍 “「그런 거야, 사랑은」은 시낭송에 좋은 작품이라 본다. 부제로 ‘호수’를 달고 있다. 좋은 시는 독자들
에게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조를 눈으로 읽는 詩라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자칫 자유시를 의
식하여 시조의 장점인 율격을 잃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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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해하게 표현하여 독자들과 소통이 멀어지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시는 보편성을 가진 주제이다. 보편적
인 주제를 새롭게 표현하는 것은 시인의 능력이다. ‘호수’가에서 이런 시를 낭송한다면 듣는 이에게 큰 울림을 줄 것
이다. 작곡가를 만나서 음악으로 탄생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시조의 세계화를 외칠수록 시조시인들 이외의 일반
인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공감을 주는 시조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라고 응원한 바가 있는데 이안삼 선생의 작사와
소프라노 허미경 교수의 초연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그 이후 성악가 또는 애호가들에 의하여 널리 불리니 필자 또한
기쁘다.
4. 강강술래
때로는 살랑바람
때로는 돌개바람
술래술래, 강강술래
한 생애가 바람이란다
돌아라
돌고 돌아라
신바람으로 살라신다.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술래술래, 강강술래
한 생애가 원圓이란다
돌아라
돌고 돌아라
원심圓心으로 살라신다.
-「강강술래 」 전문
「강강술래」는 첫째 수에서 ‘강강술래’의 빙빙 도는 모습을 우리의 삶으로 해석하여 ‘바람’이라고 파악한다.
‘공空’을 상징한 것이다. 그래서 사소한 집착에 얽매이지 않고 ‘신바람’으로 살라고 한다. 둘째 수에서는 강강술래의
원의 모습을 ‘한 생애가 원圓’이라며 마음의 본질을 직시하고 있다. 원심圓心이란 시비분별是非分別을 떠나고, 아상
我相을 떠난 원만한 마음이다. 원이란 시작이 곧 끝이고 끝이 곧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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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어떤 것에 집착하는 한 신바람으로 살 수 없다. 이 순간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요 축복임을 알고 긍정
적인 마음으로 가득할 때 신바람이 날 것이다. 좋은 것에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애증愛憎의 마음마저 무소유
로 비울 때 얻을 수 있는 경지이다.
최숙영 시인의 시조 창작과 동요와 가곡 작시에 크게 박수를 보낸다.
<Daum>의 <체칠리아 음악카페>에는 <최숙영 시인의 작시>, <최숙영 시인 동요>, <최숙영 시인 시조,동시조>
방이 있어 모든 작품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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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가님의 시조
문학공간에 실렸군요
축하드립니다
응원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