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동의 겨울은
눈보기 힘든
따스한 날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올 겨울...
자주 만난다
유난스러은 여름을 보낸탓인지
아직까지도 그저 반가운 마음
저녁 8시면 어르신들처럼 잠을 청한다
익숙하지 않은 소임을
호기롭게 자청했지만
확실히 남들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시,
세상이 깨기전 눈을 뜨고
어두운 방안에서
더듬더듬 주변을 정리하고
조용히 앉는다
그즈음
여러개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리
일년간 세상진리를 알고싶다고
단기출가를 결심하고
머리를 삭발하고 고무신을 신고
법복을 입고 고요하기를 선택한
아직은 푸릇한 나이의
아름다운 행자님들이
새벽예불을 위해 법당으로 가는 소리
여전히 무엇을 하는지 잘 몰라도
그리 앉아 숨을 보며
고요하게 잦아드는 순간 순간 순간
한참이 지났나......
몸도 마음도 정결해지면
그제야
천천히 준비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둘둘 감고
차가운 문을 연다
어느나라를 가든
꼭 나를 따라다닌다고
혼자 오해하며 애정하는 북두칠성
꾸띠 바로 위
우산처럼 펼쳐져 있다
이가 시리게 크게 웃으며
매일 인사한다
" 안 녕 ~ "
어두운 벽을 짚고 조심조심
창고로 가는 길
사띠가 절로 되는 순간
나도 들어갈 수 있는 큰 화목난로에 불을 피운다
피어오르는 불꽃을 보며
어쩌면 내년 아님 다음달... 다음주...
저런곳에서 타고 있을 나의 몸을 상상한다
몸둥아리에 착을 없애려는 작은 노력
아무도 모른다
어떠한 인과로 어떻게 언제 이 몸을 바꿀지
불이 유난히 안 붙어서
기침을 쉴새없이 하며
씨름을 할때는
이유를 들여다본다
땔깜이 물에 젖어 쉬이 불이 붙지 않는다
역시나 틈새로 이끼나 버섯도 자라 있다
여전히 생명연장에 미련이 있는 모양
그렇게 사견이 많아
아상이 많아 미련이 많아
담마를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이해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내 꼬라지 같다
나도 모든 번뇌를 바짝 말려버려
저리 오온을 훨훨 다 태워버리고 싶다....
그런 사유가 깊어지면
불 앞에서 괜시리 눈물이 나
연신 훔치기 바쁘다
연기때문이 아닌건 나만 안다
이제 물이 덥혀지기 시작하니
쌀을 씻고
채소를 썰이고
나물을 데치고
국을 끓이며
과일도 깎는다
금생 그 어느때보다
천. 천. 히
의도를, 움직임을, 상황을 보며
찰나찰나를 옮겨간다
숨은 차분하고
번뇌는 적다
어둑한 도량을 뚫고
스님들이 들어오시고
그뒤를 따라 행자님들도 오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공양을 올린다
공양기도가 시작되고
" 이 공덕을 모든 중생들에게...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기를..... "
어떻게 매일하는 이 기도에
매일 이리 목이 메이누....
전생 분명
중생구제한다는 오지랖에
어지간히도 설쳐댄 모양이다
이 좁아터진 마음 하나 구제 못한 주제에.....
해가 밝아오고
새날이 펼쳐지고
새로이 부처님 말씀이 다가온다
이리도 평화로운
욕계 세상이 있었던가
아니면 드디어
마음이 쉬는 방법을 찾은건가
분별심 많은
못난 마음꼴을 타고난
이 오온덩어리는
어찌어찌 운좋게
수승하고 여법한
수행자들을 모시고
공부하는 복을 누리니...
내일도 모레도
고요한 마음으로
눈을 뜨고
별들에게 환하게 인사하며
불을 피우고 밥을 짓고
부처님 말씀에
오래도 촌스럽게
눈물 꾹 꾹 눌러 닦을 것 같다
시간이 사라진 듯한 공간
아리야 승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