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이 존재하기 위해선 대답을 야기하는 제일 원인 즉 ‘질의’가 전제돼
우리말은 어느 것 하나 예외가 없을 만큼 모두가 논리적이다. 이 말은 우리말이 논리를 매개로 일목요연한 관계 속에 있음을 말해준다.
말 뿐만 아니라 말을 표현하는 한글과 한자 역시 철학적이고 논리적이다.
하나의 논리적 근거가 마련되면 이를 외연으로 제2, 제3의 새로운 논리가 파생되기 마련이다.
‘대답’이라는 말 역시 논리적 체계위에 존재하게 되는데, ‘대답’이란 ‘~에 대한 답’이라는 의미로 ‘대답’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대답을 야기하는 제일 원인 즉 ‘질의’가 전제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과연 ‘대답’이라는 말 속에는 어떤 논리적 구조가 담겨 있는지 ‘答’자를 예로 살펴보기로 한다.
‘答(대답할 답)’자는 ‘竹(대 죽)’자와 ‘合(합할 합)’가 결합된 것인데, ‘竹’자는 ‘艹(풀 초)’와 같이 쓰기도 하므로 풀의 종류를 나타내는 의미요소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合’자는 무언가와 ‘합한다’는 뜻이므로 ‘答’자를 풀이하면 ‘풀과 합하는 것’이 되어 도무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대답’이라는 말의 논리성에 비추어 보면 무언가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물건을 상호 대응시켜 말의 속성을 나타냈을 것인데 ‘答’자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낸다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것은 ‘答’자가 본래의 모습으로부터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화되었기 때문인데, ‘答’자의 풀이에 참고해야할 글자가 ‘答’자의 옛글자(古字)인 ‘畣’자다.
말하자면 ‘答’자는 옛날에는 ‘畣’자를 쓴 것인데, ‘合’자와 ‘田’자가 결합된 ‘畣’자 역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은 ‘答’자와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 두 글자를 비교하면 ‘答’자와 ‘畣’자는 ‘合’자를 가운데에 두고 위와 아래에 각각 ‘竹(=艹)’자와 ‘田’자가 있다는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가운데에 포함되어 있는 ‘合’자는 ‘부합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데 원래 ‘그릇’과 ‘뚜껑’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그릇과 뚜껑처럼 서로 짝을 만나 합한다’라는 의미의 글자다.
따라서 ‘合’자를 이용하여 나타내려고 하는 것은 ‘쌍방간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가지 사물’에 대한 암시다. 그릇과 뚜껑처럼 온전한 하나를 이루기 위해 서로에게 필요한 무엇이 있음을 나타내주는 암호다.
그렇다면 ‘答’자에서 또 ‘畣’자에서 얻어낼 수 있는 두 가지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答’자에는 ‘풀(대나무, 식물)’이 있으며 ‘畣’자에는 ‘밭’이 있을 뿐 두 개의 글자가 각각 하나의 요소만을 가지고 있으니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다.
이런 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대답’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비록 추측이긴 하지만 본래 ‘대답’이라는 말을 나타내는 한자어는 ‘答’자와 ‘畣’자를 모두 합해놓은 글자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合’자를 가운데에 두고 위에 ‘竹(=艹)’자 아래에 ‘田’자가 들어있는 모습이다.
‘채소’는 ‘밭’에서 나는 것이므로 ‘밭’이 없이 ‘채소’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질의’가 없는 ‘응답’은 있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밭’과 ‘채소’가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질의’와 ‘응답’은 서로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밭’과 ‘채소(식물)’의 관계를 이용하여 ‘질의’에 대한 ‘응답’을 설명하는 한자식 논리구조이다. [조옥구 한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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