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생개곡(有生皆哭)
- 살아남은 사람 모두 곡을 하다.
[있을 유(月/2) 날 생(生/0) 다 개(白/4) 울 곡(口/7)]
天泣地哀(천읍지애) 하늘도 울고 땅도 운다는 말은 언제 쓰일까? 북한에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이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대규모의 천재지변이나 대형사고가 났을 때, 가까운 예로 세월호 참사나 일본 쓰나미 희생자의 영결식에 적합한 말이다. 추적추적 비라도 내리면 더욱 실감난다.
이런 재해에 비할 정도가 아닌 전쟁의 참화는 전 국토가 마비되고 시체가 온 들판에 나뒹구니 더욱 슬피 울 일이다.
살아있는 사람(有生)이 모두 다 곡을 한다
(皆哭)는 이 말도 壬辰倭亂(임진왜란)의 참상을 전하는 데서 나왔다.
임진년인 1592년 음력 4월 13일, 양력으로는 5월 23일 왜국의 700여 병선이 부산으로 물밀듯 밀려 왔고 이틀 사이로 1만 8000여 왜병들에 의해 부산진성과 동래성이 함락됐다.
고립무원으로 홀로 맞선 동래 宋象賢(송상현, 1551~1592) 부사 이하 군민들은 끝까지 항전하다 순국했다.
왜란이 끝난 뒤 1608년(선조 41) 동래부사로 부임한 李安訥(이안눌, 1571~1637, 訥은 말더듬거릴 눌)은 어느 날 아침 온 성안이 진동하는 곡소리에 놀랐다. 늙은 아전을 불러 어찌된 연유인지 물어 보았다.
아전은 왜란 때 왜적이 몰려 와 성안으로 피난 온 백성들이 몰살을 당했는데 4월15일 기일만 닥치면 살아남은 백성들이 집집마다 제상을 차리고 곡을 한다고 답했다.
아비가 자식 곡을 하고, 아들이 아비 곡을 하고, 어미가 딸을, 딸이 어미를 곡하는데 이렇게 곡할 사람이 있는 집은 그래도 다행이고
곡할 사람이 없는 집도 수두룩하다고 아뢴다.
시문에도 뛰어나 李太白(이태백)에 비유되기도 했다는 부사가 이 때의 슬픔을 기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東岳集(동악집)’의 萊山錄(내산록)에 실린 장시 ‘四月十五日(사월십오일)’ 해당 부분을 보자.
‘형제나 자매나 따질 것 없이 살아남은 사람은 모두 곡을 하지요
(兄弟與姉妹 有生皆哭之/
형제여자매 유생개곡지),
이맛살 찡그리며 듣다못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네
(蹙額聽未終 涕泗忽交頤/
축액청미종 체사홀교이).’
蹙은 찡그릴 축, 涕는 눈물 체.
栗谷(율곡)선생의 10만 양병설을 흘려듣고 방비를 소홀히 한 대가는 전 국토의 초토화였다.
일제 강점기는 물론 오늘날도 틈만 보이면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은 한시도 방심해선 안 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