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씨어터 - 애니씨어터 8회 : 기법다반사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 밖의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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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02. 18:41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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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씨어터
애니씨어터 8회 : 기법다반사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 밖의 방법들
네이버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와 함께 주목할 만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을 소개하는 [애니씨어터]라는 온라인 상영관을 마련했습니다. 매달 달라지는 테마별로 한국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선정하여 온라인으로 감상하고, 작품에 대한 제작 정보와 해설도 같이 전해드립니다. 숨겨져 있던 보석같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감독 인터뷰 및 기획의도 설명
별안간 영화 카메라가 툭 하니 주어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그것으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자신이 원하는 피사체를 향하고 그 움직임을 원하는 시간만큼 찍으시겠습니까? 애니메이터에게는 이미 주어진 당연한 움직임이나 시간의 흐름이란 없습니다. 애니메이터의 피사체는 정지해 있을 뿐이고, 카메라는 그저 자동으로 1초에 24번 껌뻑이며 술술 진행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피사체로 삼을지, 그것에 어떠한 움직임을 부여할지, 그리고 낱낱의 프레임 이미지를 어떠한 템포로 엮어갈지는 전적으로 애니메이터의 몫입니다. 따라서 1초를 이루는 24개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어가는 방식은 저마다가 자신만의 애니메이션을 규정하는 정의이기도 합니다. 필름이 사라지고 컴퓨터가 카메라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해도, 여전히 유효한 설정입니다. 이번 달 애니씨어터가 소개하는 작품들은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좋은 예일 것입니다.
[오목어]는 국수로 만든 작품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알렉산더 알렉셰이예프라는 러시아 출신 애니메이터가 수 만개의 핀을 촘촘히 박아서 활용하였던 핀 스크린/핀 보드 애니메이션 기법을 일상의 친숙한 소재로 바꿔치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핀과 국수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감광유제의 입자, 화소, 픽셀, 비트와 같은 영상 이미지의 물리적 최소단위를 우리에게 새삼 환기시켜줍니다. 국수의 길이에 따라 그림자의 명암이 조절됨으로써, 영상은 기이한 질감과 신기한 두께감, 입체감을 선사합니다. 그 속에서 작은 물고기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답을 찾고자 합니다. 마치 애니메이터가 이미지라는 화두에 대한 깨달음을 찾듯이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또 다른 작품으로는 [Natural Urban Nature]가 있습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뭇잎들을 통하여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그 모양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유사한 자연의 형태들이 추상적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질서를 우리 앞에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어렸을 적 들여다봤던 만화경 속의 황홀한 이미지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오브제가 지닌 본연의 물성에 애니메이션만의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8-39도]는 잘라낸 종이 조각을 움직이며 만드는 컷 아웃 기법의 작품입니다. 대개의 컷 아웃 기법은 납작한 평면성을 지니지만, 이 작품은 2차원 파편을 3차원 공간 속에 재배치합니다. 2차원과 3차원의 공존 속에 펼쳐지는 아련한 깊이감은 현재의 주인공과 과거의 기억을 이어주는 구실도 합니다. 주인공의 몸에 난 커다란 점은 이러한 이질적인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블랙홀과도 같습니다. 검은 점 – 블랙홀은 두 세계를 마주하면서 겪을 복잡다단한 주인공의 정서와 심경을 마치 토악질 해내듯, 추상적인 이미지로 담아냅니다. 제목부터가 그러하듯이, 이 작품은 단편이라는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시각뿐만 아니라 온도와 질감 같은 촉각적인 영역까지도 풍성하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촬영한 [길]의 애니메이션 기법은 어찌 보면 낯설기 보다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기도 할 법 합니다. 그렇지만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화려하게 빚어내는 요즘의 영상 이미지에 견주어 볼 때, 여전히 인형만이 지니는 매혹은 그렇게 쉽게 대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풍경은 마치 공간의 깊이감을 지워버린 듯 싶지만, 오히려 이러한 배경 위를 힘겹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인물들-인형의 입체감을 한층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두 외로운 존재 사이의 거리는 세트 위에 마련된 물리적 거리로 환원할 수 없는, 실존의 거리를 우리 앞에 마련해 놓습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기법은 그 자체가 라이브 액션(영화)의 관습을 부정함으로써 우리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거기에는 어떠한 것도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새로운 기법을 통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우리 시선을 덧씌워왔던 관성과 관습을 의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reviewed by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자
[네이버 지식백과] 애니씨어터 8회 : 기법다반사 -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 밖의 방법들 (애니씨어터, 나호원, 최유진, 윤재우, 김광회, 이경화, 네이버문화재단,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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