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휴가 ★★★★★
분노하고 슬퍼하며 기억하라 그리고 감사하라
화려한휴가, 사실이 이끌어가는 영화의 힘을…….
화려한휴가, 5.18을 주제로 한다는 것 때문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학생 때 약 4년간을 거르지 않고 5.18 현장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해마다 시기가 되면 광주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 나에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영화였고 기대심리는 거의 극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지금 그 기대는 만족으로 변해 가슴속에 깊이 박혔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한휴가는 전형적인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는 영화였는데 역시 사실에서 우러나오는 힘은 실로 위대하다. 물론 영화의 주제를 정함에 있어 판타지 영화를 제외한 대다수 영화들은 사실에 근거해서 구성한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를 풀어가는 단초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는지에 대한 차이에서 영화가 갖는 파급력은 많이 다르다. 특히 역사적인 사실을 주제로 삼고 있는 영화일수록 그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 영화내용이 사실을 주재료로 하는가 아니면 사실에 기초한 허구를 주재료로 삼는가에 따라 영화가 관객에게 던질 수 있는 파급력과 의미는 굉장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한 측면에서 영화 화려한휴가는 사실을 주재료로 하여 관객들에게 굉장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영화는 관객들에게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 당시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그것을 더욱 고조시키는데 그것은 5.18이라는 사실에 대해 사전지식이 깊었던 관객이던 상대적으로 5.18에 대해서 무지했던 관객이던 가리지 않고 전체 관객들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상처는 관객에게 엄청난 슬픔을 전달한다. 영화를 상영하는 러닝타임 내내 극장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 그것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관객들을 1980년 5월 18일 광주 금남로에 불러 세운다. 'Now Here(지금 여기)' 영화를 빛나게 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즉 영화 속에 관객들을 투영시키는 것인데 마치 영화 왕의남자에서 공길이와 장생이가 줄 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조선시대 사람이 된 것처럼 영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말이다.
물론 대다수영화는 허구로써 그런 것을 실현하지만 화려한휴가는 사실에 기초해서 관객들 에게 긴장감을 전달했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와 닿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앞서도 언급했듯 분노와 슬퍼하는 감정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흥수(안성기), 민우(김상경), 진우(이준기), 인봉(박철민), 용대(박원상) 등 대부분의 시민군이 죽으면서 결말을 맺는다. 그리고 신애(이요원)가 광주시민들에게 “우리를 잊지말아주세요”라고 호소하는 장면을 끝으로 민중가요 임을위한행진곡이 장중하게 깔리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신애의 호소는 곧 영화 속 광주시민들을 향해 있지만 궁극적인 방향은 관객에게 행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애의 외침 속에 피해자는 아직도 그날의 상처를 트라우마처럼 마음속에 깊이 담고 힘겹게 살고 있는데 가해자는 별일 있었냐는 듯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모순적인 현재모습을 상기시키고 비판하며 그날의 사실과 피를 기억하라는 외침으로 관객에 가슴속에 깊이 새기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영화를 보면서 하나 더 생각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감사함이다. 그들이 흘린 피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화에 미친 막대한 영향력에 대한 감사함 말이다. 만약 그들이 그날 금남로에서 도청 앞에서 항거하고 피를 흘리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민주화는 지금보다 더 과거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대학생 때 한참 학생운동을 한답시고 시위현장을 찾아다닐 때 “니가 그런다고 세상이 변하냐? 민주화 세력이 한게 뭔데?”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영화 화려한휴가를 추천한다. “입 닥치고 한번 봐라 용기가 없어서 꼬리 내리고 남의 신념에 빈정댔던 찌질한 인생들아”라는 추천멘트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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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학교 1학년때 5.18 현장학습을 앞두고
선배가 "도움 될거다 한번봐라" 라고 툭 던져준 5.18 자료집을보고
한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영화를 보니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영화 정말 리얼하고 디테일하게 5.18을 잘 묘사했더라구요. 소름끼칠정도로
암튼 올해 봤던 영화중 최고 였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