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던 장인의 상을 당한 친구에게 해운대 백병원으로
우리 세 친구가 내 차로 같이 문상을 갔다가
나오면서는 친구에게 운전대를 부탁하고 출구 계산대 앞에서
그에게 주차비로 내가 만원짜리을 건내 주었다
그런데 뒤에 있던 친구가 2천원을 또 주기에
잔돈이 있어 주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좀 있다가 보니 내 만워짜리를 되돌려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송정 바닷가로 차를 몰고 가는 것이었다
운전하는 사람 마음 대로이다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준 만원짜리가 안보인다고 했더니
내가 천원짜리를 주더란다
뒤에 앉았던 친구도 그래서 모자라기에 자기가 더 냈다고
카운터 아가씨도 모자란다고 얘기하더란다
나는 건네 줄 때 분명히 초록색 만원짜라 확인하고 줬다는 기억이 뚜렷했고
이거면 충분하다고 내가 생각한 것도 생생한데
다른 세 사람의 말이 일치하니 내게 잘못이 있는 것 같았고
곰곰히 점검해보니 만원짜리는 그 때 내 지갑에 없었던 게 분명했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줬던 확실한 기억도
그 때 생각했다던 내 확신도
이렇게 착각 착시 일 수 있구나
그렇게 친구들에게 말하면서 나도 놀랐다
나이 탓인가 아님 모두가 이러면서 살아가는 것인가
착각하고 착시한 경험에서
앞으로는 나 자신이 보고 듣고 기억하는 모든 것에서
나 자신을 100% 신뢰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