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고 있다.
변화의 정도와 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어느 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급변한다.
계약이나 승인, 거래 시에 과거엔 대부분 종이에 '명판'을 찍고 '인감도장'을 날인하거나 직접 '싸인'을 받았다.
요즘엔 'Paperless' 시대다.
무서류 시대에 편승하여 상대방에게 'URL'을 보내 'e계약'을 체결하거나 '전자인증'으로 대체 되었다.
그런데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겐 URL로 컨택하여 업무를 처리하거나 'PASS'로 인증을 하는 절차를 무척 어려워 한다.
어려울수록 끈질지게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몇 번 벽에 부딪히면 아예 덮어버리기 일쑤다.
중,장년층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비율적으로 '디지털 방식'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건 사실이다.
시대의 격변 속에서 '포탈'의 부침도 극심했다.
1997년도에 대한민국 최초로 포탈 서비스를 시작했던 건 '야후'였다.
그 이후로 '드림위즈', '엠파스', '네이트', '넷츠고', '라이코스',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싸이월드', '다음', '네이버', '카카오' 등등 수많은 포탈들이 빠르게 명멸했다.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들만 몇 가지 언급해 봐도 이 정도인데,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사멸한 것까지 포함하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나는 과거에 '프리챌'과 '싸이'에 둥지를 틀었다.
숱한 글과 사진들을 정성스럽게 닦아서 게재했고 저장해 두었다.
그 둥지들은 내 삶의 소중한 일기장이었고 추억의 보고였다.
투명했고 전폭적으로 신뢰했었던 '일상의 블루틴'이었다.
삶의 흔적이나 다양한 발자국들이 언젠가는 개인이나 각 커뮤니티의 생생한 '역사'가 될 것을 굳게 믿었던 만큼 최대한 신속하고, 세밀하게 기록했었다.
그 생각은 옳았고 좋았다.
그러나 '포탈의 흥망'은 '닷컴버블'과 함께 허망한 포말이 되어 홀연히 사라지곤 했었다.
유저들의 의견과 입장은 중요치 않았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펐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는 것이 세상살이의 자명한 이치일진대, 방대한 기록들이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사라진다는 건 개인이나 가정, 조직, 수많은 커뮤니티의 경험과 지식자본들이 일순간에 소멸되는 것과 진배 없었다.
자료를 하나씩 다운 받아 안전한 곳으로 옮기면 된다지만 그것도 바쁜 세상살이에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여러번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아픈 손가락'이 늘어났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나는 항상 간단하게 생각하고 얘기하는 편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이고 현재의 삶의 '모습'이며, 앞으로 살아갈 '향방'에 대한 기록이자 고찰이며 동시에 치열한 사유일 테니까.
벽장이 사라지기 전에 가까스로 꺼내온 글도 있지만, 현재의 사서함 속에 있는 수 천 편의 글들 중에서 가끔씩 반추하며 '의자현' 하고 싶은 자료들도 꽤 많았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해당 자료를 찾는 데에만도 시간이 꽤 소요됐다.
그래서 이런 컨셉 하에,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기록들을 한 곳에 별도로 저장해 두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 까닭에 본 게시판 이름도 <과거의 추억과 숨결>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변경했다.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과거의 소중한 일기나 사유의 흔적들을 재독하며 곱씹어 보고 싶다.
이런 과정 하나 하나가 '성찰'과 '성숙'으로 가는 또 다른 '묵상'이자 '하심의 기도'가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추려낸 사진과 글들을 본 게시판에 다시 정리하여 하나씩 게재해 보려 한다.
이 <아픈 손가락>이 미래로 향하는 또 하나의 밝은 스펙트럼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인생 2막을 위한 영혼과 감성, 지혜와 감사의 '문전옥답'으로 승화되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