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生)/36*49cm Acrylic on
paper, 색연필, 한지
런닝
머신
박
경란
주말오전에
식구들과 함께 헬스장에 갔다.
눈이
부시는 형광등 불빛아래 많은 운동기구와 여러 명의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전신 거울 앞에서 자기 체력과 근력에
맞추어 달리는 사람, 줄넘기 하는 사람, 아령하는 사람 스트레칭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한 공간에서는 신나는
음악리듬에 맞추어 런닝 머신 페달을 받는 운동하는 사람들, 런닝 머신 페달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런닝 머신에 올라서서 천천히 걷기도
하고 점 점 속력을 더 내어 빠르게 뛰기도 하였다.
내
옆 런닝 머신에서 아주 빠르게 달리시는 아주머니는 숨이 턱까지 차 오르 시 는지 헉헉대며 땀을 닦으시며 달리는 모습도, 장애우 아저씨의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딛는 걸음걸이도 보았다. 또 다른 런닝 머신에서는 희긋 희긋한 머리의 아저씨가 젊은이와 같은 몸매와
여유롭게 달리는 시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런닝 머신 위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자기 체력과 자기 페이스에 맞추어 천천히 걷거나 달리며
아주 빠르게 달리기도 하였다.
런닝
머신 위에서 빨리 뛸 때에는 땀을 닦고 숨고르기 바빠서 보이지 않았지만 천천히 거다 보니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과 나무, 사물들이
한 눈에 들어 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깔깔 거리며 웃는 소리, 어디론가 오가는 사람들 , 자동차소리, 야채행상의 마이크 소리에 머릿속의
잠시 엉킨 실타래 같은 상념들이 떠올랐다. 마침 불어온 바람은 꽃잎을 타고 흘러간 지나간 일을 되살려 놓는다.
문득
다람쥐 체 바퀴 돌아가듯 반복되어지는 일상과 런닝 페달을 걷고 있는 지금 살아가는 내 삶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런닝 머신에 뛸 때 처럼 자기 페이스에 맞추어 걷거나 뛰면 되는데 남이 살아가는 모습과 내 모습을 비교 하는 것 일까? 런닝 머신의 속도는
살아가는 동안 자기의 만족감과 욕망은 아닐까 싶다.
눈을
뜨고 보면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이 있었고, 남이 하는 것만큼 해보고 싶은 걷도 많았다. 남보다 가지고 있는 것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좀 더 가속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앞으로 달리기만 하였다. 생각해 보면 결코 그런 것도 아닌데... 빨리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하고
결과와 과정이 정당화 되어버린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집착하다보니 어느 순간 왜 이렇게 뛰어야 하는 것인지 길을 잃어
버렸다.
아이들
어릴 때 허리띠 졸라매며 집장만 하고 커갈수록 늘어난 교육비,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하면 지금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만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또 마음이 조급해진다. 법정스님 말씀처럼 “위로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로 견주면 남는 다는 말씀을 생각하며”
시간을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급히 서둘러서 간다고 해도 갈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처럼 세상의 모든 일이 다 되어 지는 것도 아니데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빨리 높이 달리려고 했는지....
한참
걷고 뛰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지금의 내 모습처럼 한 동안 런닝 머신에 내려와 보니 어지러워 움 직일수가
없었다. 전신거울에 비추어진 나를 보았다. 런닝 머신의 속도는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 살아 갈 수 있듯이 내 마음도 조금씩 궤도
수정(修訂)하는 연습을 하여야 할 것 같다.
빨리
무엇인가를 더 많이 채우기 보다는 덜어내고 단순하게 비우면서, 혼자 힘으로 안 되면 도움도 청하고 , 힘들고 지칠 때면 천천히 걷기도
하여야겠다. 즐거울 때면 소리 높여 노래 부르며 때때로 창 밖에 꽃 피고 낙엽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는 동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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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얼마 전 춘주문학회글을 자료 수집하다보니 ... 한 편의 글이라도 올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내어서 ... 작년에 발표한 처음 카페에 올린 글이라 긴장 되네요
와! 박경란! 짝짝짝.....글도 참 잘 썼고 그림도 아주 잘 그렸네요. 수필 자주 발표해요. 무식이 용기라는데 무식할 때 용기를 냈어야 하는데 경란씨는 무식을 지나서 용기가 없어진 건가 봐요. 잘 썼어요. 자주 발표해요.
한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림 전시회 가보지 못한 점 참 미안합니다.아름다운 자기 반성 너무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