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할머니들을 모시고 화순 나들이를 다녀 왔습니다.
모이는 시간이 오전 11시였지만, 막상 도착하는 분들이 얼마 안 계시더군요. 김선호 교장선생님과 이동련, 양금덕 할머니께서 일찍 도착하시고, 이어 한윤희 회원(광주여성센터 사무국장), 박수희 회원, 이금주 회장, 김춘엽 할머니 등이 도착해 11시 40분께서야 광주 내일신문 광주지사 사무실 앞에서 준비된 버스를 타고 출발하게 됐습니다.
가을의 끝이지만, 가는 도중 만나는 풍경이 참 좋더군요. 특히 목적지인 화순 만연산 자락(무등산 뒤편) 수만리의 풍경은 장관이었습니다. 버스는 금방이라도 차가 뒤로 미끄러질 것 같은 비탈 길을 따라 숨차게 올라,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더군요. 그 끝에 목적지인 '너와 나의 목장'이 있더군요. 목장 겸 식당을 같이 하고 있는 곳인데, 이런 곳에 목장이 있다니 탄성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음식도 맛있고, 음식점 사장님도 마음씨 좋고, 이곳에서 보는 풍경도 더 없이 일품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출발해 무등산 장불재로 등산을 하신 분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주말에는 식당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라는데, 그럴만해 보였습니다.
이날 나들이를 처음 제안하신 안호걸님(고 김혜옥 할머니 아드님, 화순군민신문 대표)의 각별한 정성을 읽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식당 사장님 말씀이 "아마 열 번은 부탁 말씀을 하더라"고 하더군요. 식당에서 버스까지 보내 줘 편히 오고 갈 수 있었습니다. 미리 환영 현수막까지 준비해서 자리를 잡아 놓으셨더군요.
윤영덕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박수희님, 한윤희님 아이들도 같이 자리 했습니다.
이날 메뉴는 흑염소 수육과 양탕이었습니다. 더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정신 없었습니다. 특히 할머니들께서 좋아 하시더군요.
구경만 하세요. 들깨가루와 초장에 묻혀 한 입에...
양금덕 할머니께서 건배의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특히 시민모임과 1인 시위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자고 나면 마음이 설레인다. 오늘은 또 어느 분들이 새로 나오시나. 교장 선생님이 날마다 커피를 타 오시는데, 솔직히 눈물을 머금고 마신다. 나도 이제 당당하게 살려고 생각한다. 눈물도 들어가고 이제 희망을 품고 더 살아야겠다. 작대기를 짚고라도 1인 시위에 나올란다. 오기로라도 더 좋은 세상 보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야 겠다"
결혼 2년만에 징용에 남편을 빼앗기고 67년을 홀로 살아 오신 이금주 회장(90세)님께서, 일제시대를 살아온 얘기, 남편과의 짧은 추억, 홀로 아들을 키워 올때의 아픔 등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때론 웃음으로, 때론 가슴 깊이 흐르는 눈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양금덕 할머니의 모진 삶, 그리고 그 투지의 말씀에 모두 감격하고 있습니다. 모두 웃고 있어도 한쪽 눈가에는 눈물이 어립니다.
이날 특히 반가운 것은, 광주지하철 청소용역을 하고 계시는 한옥선 위원장님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뒤 늦게 이 자리까지 찾아 짧은 시간이나마 같이 하신 것입니다. 전날 충북 제천에 1박 2일 행사가 있었고 새벽 2시까지 투쟁 결의를 다지고 오전 산행까지 마친 고단한 몸들이었지만 할머니들과 같이 하시기 위해 광주에 도착하자 마자 이 자리까지 오신 것입니다. 지난 6월 서명운동, 1인 시위, 초청강좌에도 바쁜 시간들을 내 주신 분들입니다.
"어르신들 뵙게 된 것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 뵈면 더 힘이 나고 용기가 생긴다." 한옥선 위원장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이날 격려금으로 5만원을 보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일수록 연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행여 위안부 할머니들과 구분을 지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둘이 아니다.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 동정에 이끌려 개인적으로 풀어갈 문제도 아니다. 민족적 자존감의 일로 풀어가야 할 일이다. 어머니 살아계실때 더 효도할 것을 돌아가시고 나니 더 생각이 난다. 할머니들을 어머니처럼 더 잘 모시겠다"
안호걸님께서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해산 할 무렵에서야 밖에 나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주변에 더 좋은 풍광을 담지 못한 것이 아쉽군요. 얘기 나누느라, 그럴 생각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서구자원봉사센터(소장 이훈규)에서 이날 사랑의 김치 담그기 행사를 했는데, 이중 시민모임에 기증한 김치 5박스를 할머니들에게 대신 전달했습니다. 김선호 교장선생님께서 대신 전달하십니다.
이날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가을 나들이에 후원을 보내주신 광주 서구 자원봉사센터, 안호걸님, 이상갑 변호사, 그리고 함께 같이 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여성들에게 좋다는 흑염소 수육과 탕 아주 잘 먹고 왔습니다. 어찌나 국물이 시원하던지요. 만연산 자락 그 경치좋은 곳으로 저희들을 초대해주신 안호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대의 소중함과 할머니들을 뵙고 어머님 생각에 눈물을 흘리셨어요. 지하철에서 청소를 하시는 언니 다섯분이 오셨습니다. 1박 2일로 충북에서 민주노총 간부수련회가 있었는데 오전에 서둘러 할머니들을 뵙기위해 오셨어요. "저희들도 50줄인데 80-90나이까지 이렇게 활동할 수 있을까. 할머니들이 존경스럽다. 저희도 힘낼테니 할머니들도 건강하시라."며 각오를 밝혔습니다.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는 자리였습니다.
1인시위도, 나들이도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말 따뜻한 자리가 되었네요... 다른 자리에서 뵙겠습니다.^^
좋은 자리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느데 ...못간것이 넘 아쉽네요^^ 나두 쩝쩝 좋아하는데... 단체사진보니 넘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