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곡 연옥 문에 도착
아담의 육신의 무게를 지닌 나는
잠에 휩싸여서, 우리 다섯 모두가
앉아 있던 풀밭에 너부죽이 엎어졌다.
먼동이 터오면서 환상이 거의 예언이 될 때(중세에는 새벽의 꿈이 진실을 말한다고 믿었습니다.)
나는 꿈을 꾸었다. 하늘에 떠도는 금빛 깃의
독수리 한 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독수리는
날개를 쭉 펴고 강하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잘 생겨서 제우스가 납치하여 신들의 술시중을 들게 했던 가니메데스가 납치되는 바로 그곳에 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변신 이야기> 10부 3 미소년 가니메데스 72~73, <아이네이스> 5권 254~255)
독수리는 잠시 선회하더니 나를 움켜쥐고 불타오르는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새와 나는 불에 타는 것 같아 잠에서 깨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얼굴에서 잠이 날아갔을 때 두려움에 새파랗게 질린 채 어리둥절했습니다.
곁에는 나의 위안이 계셨을 뿐 아무도 없었다.
해는 벌써 두 시간 전에 높이 솟아올랐고
내 얼굴은 바다를 향해 있었다.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길을 잘 가고 있으니 뒤처지지 말고 네가 가진 힘을 다해 앞으로 가거라.
너는 이제 연옥에 도착했다.
오르막길로 빙 둘러져진 비탈이 보이느냐?
거기 벌어진 틈이 바로 그곳의 문이다.
조금 전 날이 밝기 전에 오는 새벽에
저 아래 형형색색의 꽃밭 위에서
너의 영혼이 육신 안에서 잠들어 있는 동안
한 여인이 와서 ‘나는 루치아. 이리로 와
이 잠들어 있는 사람을 데려가게 해 주오.
그의 길을 수월하게 도와주리니.‘ 라고 하더구나.
루치아(순례자를 돕는 세 명의 복된 여인 중 한 명-성모 마리아, 베아트리체, 루치아)가 품에 안아 위로 올랐고 베르길리우스는 그 뒤를 따랐습니다. 꿈에 본 하늘로 날아오른 독수리와 복된 여인 루치아와 연결 된듯 싶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내가 걱정을 벗어 버린 것을 보자 비탈을 따라 높은 곳으로 올랐습니다. 나는 그 뒤를 따랐습니다.
독자여, 이제 내가 나의 소재를 어떻게
고양시키는지 잘 보시라! 또한 더 뛰어난 기교로
소재를 떠받친다고 해도 놀라지 마시길!
우리는 부서져 벽이 갈라진 틈처럼 보였던 한 구석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 다다르자 문이 하나 보였고, 밑으로 이어지는 각각 다른 색깔의 세 계단과 문지기가 보였습니다.
세 개의 계단은 회개의 세 요소를 상징합니다. 첫 번째 계단은 하얀 색으로 자신의 죄를 비추는 맑은 양심과 두 번째 계단은 흑자색으로 자신의 죄의 고백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 계단은 벌겋게 이글거리는 색으로 죄의 형벌을 달게 받으려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바로 그 위에 하느님의 천사가 문턱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선한 의지로 나를 안내하면서 “자물쇠를 열어 달라고 정중하게 여쭈어라!”하십니다.
나는 거룩한 발 앞에 경건하게 엎디어서
자비의 이름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간청했다.
무엇보다 나는 가슴을 세 번 두드렸다.
가슴을 세 번 두드리는 것은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를 반성하는 의미입니다.
그러자 그는 깔 끝으로 내 이마에
일곱 개의 P자를 그었다.
“들어가거든 이 상처를 씻어 버려라!”
P는 이탈리아어로 ‘죄’를 의미하는 'Peccato'의 첫 글자로 연옥의 일곱 비탈에서 씻어야하는 오만, 시기, 분노, 태만, 인색, 낭비, 애욕의 죄를 가리킵니다. 비탈을 지나면 하나씩 하나씩 죄가 씻기고 새겨진 P자도 사라집니다.
천사는 열쇠 두 개로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가 거룩한 문을 뒤로 밀어 열면서 말했다.
“들어가라! 그러나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밖으로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 말은 비유적으로 죄로 돌아가거나 참회를 견지하지 않으면 죄의 사함이 소용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열쇠가 열리는 큰 소리가 마치 “천주여, 당신을 찬미합니다!‘라는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 노랫말이 때로 들리다 사라지다 했습니다.
단테의 박물관에 있는 연옥도PURGATORIO입니다.
단테의 박물관은 이탈리아 라벤나에 있습니다. 이곳 라벤나에서 단테가 죽고 1321년 성 프란체스카 성당에서 장례를 치르고 이곳에 단테의 무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