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명의 편작(扁鵲) 이야기
- 임 종 호 -
중국 위(魏)나라의 왕 ‘문후’가 전설적인 명의(名醫)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 삼형제들은 모두 의술에 통달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누구의 의술이 가장 으뜸인가?” 편작이 꾸밈없이 답했다. “맏형이 으뜸이고, 둘째형이 그 다음이며, 제가 가장 부족합니다.” 그러자 문왕이 의아해 하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자네의 명성이 가장 고명(高名)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가? 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편작이 왕에게 이실직고 했다. 「맏형은 모든 병을 발병도 하기전에 예방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표정과, 찰색(察色)과, 맥진(脈診)과, 문진(問診)을 통해 장차 큰 병이 닥칠것을 알아내고 미리 방지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맏형이 자신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되어 명의로서의 명성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또한,「둘째 형은 병이 나타나는 초기에 치료합니다. 아직 병이 깊지 않은 초동 단계에서 치료하므로 다들 그 병의 위중함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환자들은 둘째 형이 대수롭지 않은 병을 다스렸다고 생각할 뿐이어서 둘째 형도 세상에 명성을 날리지 못했습니다.」
이에 비해 저는 병세가 웬만큼 진행된 다음에야 병을 치료합니다. 「병세가 위중 단계에 접어들었을때 맥을 짚어 보고, 침을 놓고, 뜸을 뜨고, 독한 약을 쓰고, 피를 뽑아내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까지 하는것을 지켜 보게 됩니다. 환자들은 치료 행위를 직접 보았으므로 제가 자신들의 큰 병을 고쳐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심각한 병을 자주 고치다 보니 저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라고 실토 했다.
자신의 공을 부각시켜 돋보이고 싶은 심사가 없지 않을 터임에도 편작은 겸양의 자세로 일관하여 한층 공감도를 높여 주고 있다. 이 일화가 시사 하는바는 사건사고나 재난은 사전 예방이나 초동단계 대처가 최선책임에도 생색이 안나보이고, 위중단계 대처는 하선책임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는 역설을 환기시켜 주고 있는듯 하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것을 가래로도 못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제때에 손을 썼더라면 힘들이지 않고 해결할수 있었을 것을 타이밍을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썪힌다” 라는 속담이나 “큰 방천(防川)도 개미 구멍으로 무너진다” 라는 속담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 할수 있다. 또한 화근이 될만한 것은 뿌리째 뽑아 버려야 한다“ 라는 사자성어 ”발본색원(拔本塞源)도 같은 유형(類型)의 경구라고 여겨진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를 구가(謳歌) 하고있다. 첨단의학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다가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을 과신 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검진 기회를 미루다가 어느날 적신호가 포착되어 병원을 들렸을 때는 골든타임을 놓쳐 손댈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수가 있다. 그 정도는 아니드라도 증세가 위중하여 장기간 병원 신세를 져야할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라는 구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교훈이라 할 것이다.
전쟁의 경우 「싸우지않고 이기는것이 최선의 승리」라는 병법은 금과옥조라 할수있다. 싸우지않고 이기는 선제적 조치는 안보태세를 철통같이 강화하는 것이다. 외침은 국방이 허술하고 국론이 분열상을 보일때 야기 되었던 것이 역사의 기록이며 교훈이다. 천년사직을 자랑하는 로마제국은 「평화를 원하면 전쟁 준비를 하라」는 모토로 한시도 전쟁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침략, 6.25동란등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참화를 입어, 금수강산이 쑥대밭이 되고 백성들이 도륙(屠戮)을 당하여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루는 치욕을 겪었다. 돌이켜 보면 미리미리 예견하고 대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에 미치지 못하여 천추에 한을 남겼다.
“하인리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윌리암 하인리가’ 펴낸 ‘산업재해예방’이라는 책자에서 소개한 통계법칙으로서 1:29:300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재난사고는 우연히 또는 한순간 갑작스럽게 발생 하는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이상 징후들이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 발생 한다는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법칙이다. 따라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 하드라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발단의 원인을 면밀히 살펴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치명적인 대형 사고나 실패를 미연에 방지 할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돌이킬수 없는 참화로 이어질수 있다는 것이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타이타닉호 침몰사고, 세월호 침몰사고도 ‘하인리법칙’의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외환위기사태의 경우도 어느날 갑자기 외환보유고가 부족 해서가 아니라, 극열한 노조의 반발로 구조조정을 못한것을 비롯하여 안좋은 조짐과 적신호가 여러차례 있었음에도 초동단계에서 발빠르게 대처 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한다. 제빨리 알아체고 유효적절하게 대처 했더라면 충분히 피해갈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사람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말하기를 "어리석은자는 직접 경험한후 깨닫고 현명한 사람은 남의 경험을 통하여 배운다" 라고 하였다. 직접 경험한후 깨닫는자는 하수에 속하고 타인의 경험을 통하여 깨닫는자는 상수에 속한다 할 것이다. 여러 가지 경우를 직접 경험한후 습득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대가 지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나 인재를 망론하고 사전 예방이 최선책이고,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할 것인바, 면역력을 강화함이 상책이나 차선책으로 초동 단계에서 다스려야 할 것이다. 또한 전쟁의 참화를 피할려면 외적이 넘볼수 없도록 막강한 힘을 비축해 놓아야 할 것이지만, 불가피하게 외침을 당할 경우 일격에 격퇴할 만반의 대비책을 구축해 놓아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약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