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다. 테슬라 주식 시가총액(약 1000조원)이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토요타, 2위 폭스바겐-아우디그룹부터 5위권인 현대기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요즘이다. 전기차는 이제 얼리 어댑터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범한 중산층이 선택하는 패밀리카, 2030 사회 초년생의 첫 차 구매 리스트에 올라갈 정도로 대중화됐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전기차 시대에 가장 고민이 큰 자동차 회사를 꼽으라면 소위 독일 프리미엄 3사인 벤비아(벤츠,BMW,아우디)를 선택할 수 있겠다. 이들 ‘독3사’는 100년 넘은 역사뿐 아니라 자칭이던 타칭이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표하던 프리미엄 브랜드다.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디자인, 인테리어와 소재 등 어느 한 부분에서도 뒤질 게 없이 경쟁자를 리드해왔다. 문제는 전기차 시대의 전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가성비가 돋보이는 아우디 Q4 e-트론
내연기관 시대에 독3사의 최대 강점이자 차별화한 기술은 파워트레인, 바로 엔진과 변속기였다. 기자 역시 2000년대 초반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을 접하고 놀라움에 소유하고 싶던마음이 여러 번이다. 밟은 만큼 응답하는 즉답성뿐 아니라 몸에 전달되는 부드러움이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죽하면 ‘실키식스’라고 불렀을까. 마찬가지로 미국을 점령한 벤츠의 V6 엔진, 폭스바겐 아우디의 V10 엔진까지 모두 부드러우면서 출력과 배기음에서는 놀라움으로 변신하는 괴물이었다.
전기차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지켜왔던 기준이 달라진다. 언급했던 독3사의 파워트레인 기술의 강점과 헤리티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독3사 역시 전기차의 파워트레인인 모터와 배터리는 모두 외부에서 조달한다. 이는 후발 중국 자동차 업체이던 현대기아이던간에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배터리를 수직계열화 한 테슬라의 가치가 돋보이는 뚜렷한 방증이기도 하다. 파워트레인의 강점을 찾을 수 없는, 아니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전기차 시대에 독3사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기자 역시 그런 고민을 안고 아우디 전기차 시승에 나섰다.
제주서 시승한 아우디 Q4 e-트론
전기차의 본고장 제주에서 200km 이상 아우디 Q4 e-트론과 Q4 e-트론 스포트백을 시승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기다려왔던 아우디 Q4 e-트론은 하반기 성공적으로 국내 시장에 데뷔했다. 고객 인도가 시작된 9월 624대를 판매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테슬라 제외) 전기차 판매 2위에 올라섰다. 저온 주행거리가 낮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아우디 본연의 매력을 앞세운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7천만원 정도에 실제 구입이 가능한 가성비도 돋보였다.
Q4 e-트론은 첫 공개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국내에는 작년 11월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먼저 공개됐다. 이후 많은 소비자들이 사전 대기를 하면서 출시를 기다렸다.
우선 디자인은 아우디 매력 그 차체다. 최근 전기차들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면 디자인에 포인트를 준다. 그릴을 없애고 패밀리 룩을 완전히 새로 짜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우디는 이런 변화보다는 기존 디자인 기조를 지켜냈다. 거대한 싱글 프레임 그릴을 그대로 남겨 놨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그릴을 막았지만 모양은 그대로다. 첫 눈에 아우디 싱글프레임이 확 들어온다. 매력적인 헤드라이트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기차지만 아우디 특유의 싱글프레임 디자인을 지켰다
후면 디자인도 내연기관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날카로우면서도 잘 발달된 근육질의 강인한 느낌을 잘 유지했다. 패스트백은 뒤에서 보면 더욱 예쁘다. C필라부터 날렵하게 떨어진 패스트백 특유의 쿠페형 라인이 스포티함을 더한다. 측면 역시 아우디의 디테일을 제대로 살리면서 긴 직선의 간결함을 더했다. 공기 저항계수는 0.28Cd로 수준급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가 적용된 덕분이다. 앞뒤 오버행이 매우 짧아 안정적인 측면 비율을 자랑한다.
도어 포켓에 500ml 페트병을 넣을 수 있다
실내 디자인 역시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비슷하게 수평기조 디자인을 승계했다. 선과 엣지를 강조한 아우디의 최신 트렌드 그대로다. 가로형 와이드 내비게이션과 공조 조작 장치를 분리시켜 조작이 간편하다. 공조 디스플레이를 따로 부착했던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아예 버튼식으로 바꿔 주행 중 조작이 편리하다. 전자식 기어노브와 전기차 특유의 센터콘솔 구조를 사용해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도어 포켓에 500ml 페트병을 넣을 수 있게 한 것은 매력 포인트.
가격을 낮추기 위한 아쉬운 흔적도 보인다. 1열 도어에 사용한 고무 재질이나 마무리가 거칠다. 인테리어를 가장 잘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아쉬운 부분이 여럿 보인다. 전체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원가절감 흔적이 뚜렷하다. 소재 자체가 기존 아우디 고급 트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Q4 e-트론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로 만들었다. 가장 큰 장점은 전장 대비 긴 휠베이스이다. 전장이 4588mm인데 휠베이스는 2765mm에 달한다. 정말 콤팩트 SUV로 보기 어려운 중형급 수준의 넓은 실내 공간을 창출해냈다. 여기에 용량이 82kWh에 달하는 대형 배터리를 달 수 있던 것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이다. 해외에는 사륜구동 모델도 있지만 국내에는 일단 후륜구동만 먼저 들어왔다.
아우디 Q4 e-트론
Q4 e-트론의 가장 큰 매력은 호주머니가 가벼워지는 것을 배려한 돋보이는 가성비다. Q4 e-tron은 5970만원부터 시작해 최상위 프리미엄 트림이 6670만원이다. 겨울철 주행거리가 상온 주행거리의 70% 미만이라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비싼 가격대는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괜찮아 보인다. 아우디 내연기관 모델들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더욱 도드라진다. 비슷한 사이즈인 Q5와 비교해봤다. 2.0L 디젤 엔진이 들어간 Q5는 시작 가격 6888만원부터 7722만원이다. Q4 e-트론의 가성비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2열에 앉으면 주먹 2개반이 넉넉히 들어간다
실제 판매 결과 소비자들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어차피 보조금을 절반 정도(서울의 경우 최대 450만원) 받을 수 있는 가격대라 소비자의 예상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스포트백 e-트론 40 가격은 6370만부터 시작해 최상위 프리미엄 트림은 7070만원이다. 스포트백은 전기차 보조금 289만원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e-트론 40과 가격차이가 없다.
전체적으로 현대차 투싼보다 수치는 약간 작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라 실내는 더 넓다.
기자는 가성비와 디자인까지 고려한다면 스포트백을 구입하겠다. SUV인 Q4 e-트론 대비 실제 구입가격이 비슷하고 매력적인 쿠페형이지만 2열에 성인이 충분이 앉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뒷모습을 보면 스포트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매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Q4 이트론 40 프리미엄(6670만원)이다. 후륜 싱글 전기모터와 배터리 용량은 82kWh다. 프리미엄 트림에는 S 라인 외관,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다이내믹 방향지시등, AR HUD, 20인치 휠이 추가된다.
넉넉한 트렁크 공간
운전석에 앉으면 미래 지향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시트포지션이 매우 좋다. 바닥에 배터리팩이 위치하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라 바닥면이 높지 않아 레그룸이 무척 넓다. 아울러 헤드룸 공간도 상당하다. 운전 포지션이 편할 뿐 아니라 전방 시야가 탁 트여 있다.
2열 공간은 정말 넓다. 178cm인 기자가 여유롭게 앉았을 때 무릎공간은 주먹 2개반이 넉넉히 들어간다. 헤드룸도 주먹 하나 이상 여유가 있다. 트렁크 공간은 520리터가 기본, 2열을 폴딩하면 1490리터까지 확대된다.
운전석 대시보드 상단에 파여진 HUD 프로젝터는 직관적이다. 전방 차량의 위치, 차선이탈 가능성이 있을 경우 해당 차선에 증강현실 효과를 투영해 즉각 경고한다.
가속페달을 지긋이 밟았다. 테슬라 전기차처럼 급격한 토크가 전달되기 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가속을 보여준다. 승차감은 예상했던 대로 아우디 특유의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테슬라 같은 하드한 서스펜션과는 거리가 멀다. 노면의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제대로 흡수해준다. 2열에 탑승하면 편안하게 낮잠을 즐기기에 딱인 승차감이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 최고속도는 160km/h다. 공차중량은 2160kg로 다소 무거운 편이다. 204마력의 출력은 모자라지 않지만 넉넉하지 않은 평범한 수준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설계해 탁 트인 전방 시야 굿!
인증 주행거리는 368km(도심 393, 고속 338), 전비 4.3km/kWh(도심 4.6, 고속 4.0)다. 실제 주행에서 급격한 가속과 시속 120km이상 고속 주행만 피한다면 400km 이상 주행거리는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겠다. 특히 시속 90km 정도에서 항속 주행을 하면 주행거리가 500km에 달할 정도로 올라간다.
독특한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사용해봤다. ADAS를 작동하면 함께 동작한다.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 HUD)는 아우디에서 막 시작한 새로운 기술이다. ‘와우’하고 놀랄 만한 구석은 당장 없지만 앞으로 갈고 닦으면 아우디 만의 프리미엄을 느끼게 해 줄 요소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바닥에 대용량 배터리팩이 위치해서인지 요철 흡수능력이 내연기관보다 한 수 위다. 여기에 2톤이 넘는 공차중량으로 제대로 바닥을 눌러 움켜쥔다. 롤링과 피칭 역시 무거운 중량을 이겨내면서 잘 잡아준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멀미를 유발하는 테슬라 와는 확연히 다르다. 강한 제동을 통한 에너지 회수보다는 자연스러운 타력주행을 통해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방식이다. 2열에 탑승했을 때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멀미를 줄여준다. 반자율주행 ADAS 시스템도 매우 부드럽고 차선유지 실력도 뛰어나다.
각종 버튼 조작이 편리한 시트포지션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무거운 중량 덕분에 안정적이다. 고속으로 몰아붙이면 후륜구동이라 앞 타이어에 살짝 슬립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제대로 노면을 움켜쥔다.
제주 시내와 천백고지 산악 도로를 200km 이상 주행하는 시승 코스에서 Q4 이트론은 500km에 근접한 주행가능거리를 보여줬다. 어느 누구라도 인증 복합 주행거리(368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우디 Q4 e-트론은 세 가지 장점이 확실하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인데도 7000만원 내외에 구입이 가능한 가성비, 중형 SUV 수준의 넉넉한 실내(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좋다), 아우디 특유의 디자인(패스트백)과 부드러운 승차감은 매력을 더한다. 패밀리 프리미엄 SUV로 전기차를 찾고 있다면 아우디 Q4 e-트론, 스포트백은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선택이다.
한 줄 평
장점: 가성비와 부드러운 승차감, 아우디 특유의 디자인
단점: 프리미엄으로 아쉬운 마무리와 소재..가성비와 반비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