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산불 13일만에 하와이 찾아… 주민 싸늘
카트리나때 부시처럼 늑장 논란
트럼프, 24일 제 발로 구치소행
이미 보석 합의… “체포 쇼” 지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부인 질 여사(왼쪽)가 21일 미 하와이주 마우이섬의 산불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8일 화재 발생 후 13일 만에 현장을 찾은 그의 늑장 방문에 일부 주민은 손가락 욕설을 하며 불만을 표했다. 마우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유례 없는 산불 피해를 겪은 하와이주 마우이섬을 방문해 연방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8일 화재 발생 후 13일 만에 이뤄진 대통령의 늑장 방문에 일부 주민은 손가락 욕설을 날리며 반발했다. 이번 산불로 최소 114명이 숨지고 850여 명이 실종됐다.
미 서부 네바다주의 유명 휴양지 타호 호수에서 휴가를 즐기던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휴가를 일시 중단하고 이날 마우이섬에 도착했다.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하이나 일대를 둘러봤다. 첫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장남을 뇌종양으로 앞세운 바이든 대통령은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며 “나도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다. 가슴이 텅 비고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안다”고 했다.
주민 반응은 차가웠다. 일부 주민은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트럼프가 이겼다’는 팻말을 들었다. 또 다른 주민들은 손가락 욕설로 불만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 또한 현장 방문을 미뤘다 지지율이 급락한 사례를 거론한다. 2020년 대선 당시 자신이 패한 조지아주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던 시도로 조지아주 검찰에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현지 구치소에 자진 출두할 계획이라고 CNN이 21일 보도했다. 다만 이번 출두가 지지층 결집을 노린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검찰과 20만 달러(약 2억6000만 원)의 보석금에 합의해 출두 직후 곧바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