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의 차이~
요즘 캥거루족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사실 캥거루족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자식들 얘기를 하면 80%는 아직도 자식에게 생활
비를 보낸다고 한다. 이미 자식은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지만
부모에게 생활비를 보내드리기는커녕 거꾸로 부모에게 용돈
을 받듯이 생활비를 받는다.
"애들 유치원비는 얼마나 비싼 줄 아세요? 자식들 월급으로는
절대 손주를 키울 수 없어요." 아이를 키우는 3대요소가 할아버
지, 할머니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과 운전실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덕분에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우리 세대는
이중으로 고초를 당하고 있다. 젊어서는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보
내고 늙어서는 자식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50대인 A씨는 효자로 소문이 자자했다. 맞벌이 부부인지라 가계수
입도 꽤 높았다. 하지만 A씨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중
풍으로 4년째 요양소에 계시고 아버지는 살짝 치매가 오는 바람에
부모님 병원비로만 한 달에 300만 원 가까이 나간다. 게다가 자식
들 교육비도 상상을 초월했다. 대학등록금에 유학을 준비하는 자식
을 위해 적금을 하나 들다보니 월급날만 되면 카드값 걱정에 한숨만
쉰다고. "저희 집은 오남매입니다.
그 중 저만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요. 왜 다른 형제들은 전혀 도와주
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A씨의 고충은 백번 이해됐다. 그러나 부모
는 40년이 넘도록 자식을 보호해주는데 자식은 10년 남짓 부모의 병
구완을 했다고 모든 슬픔을 다 짊어진 사람처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
만 자식은 단 10년도 부모를 위해 희생하기 힘들어한다. 이것이 부모
와 자식의 결정적 차이다. 자식은 오랜 시간 부모로부터 받는데 익숙
해졌고 항상 더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면서도 부모를 봉양하거나 모시기는 꺼린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의 관계는 평생채무자·채권자라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은 죽을 때 신세지지 않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다거나 중
환이 생기면 아무리 짧은 시간 아프더라도 자식을 고생시킨다. 그 고
생마저 시키지 않으려고 보험에 들고 부지런히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다. 그런 부모의 노력은 자식이 부모의 나이가 되어봐야
만 안다.
부모가 걸어온 길을 똑같이 걸어 봐야 비로소 부모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
했으며 많은 것을 줬는지 깨닫게 된다. 매번 백일기도를 올릴 때마다 다
음에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효도하려는 자식들의
기도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그들도 모르는 것이 있다. 살아생전 뿐 아니라
돌아가신 뒤에도 부모는 자식을 영원히 돌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