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풀꽃사랑 님이 머위 한 상자를 보내주셨다.
여인의 여린 손으로 한 손 한 손 집어 내어 모았을 텐데
참 깨끗하고 싱싱한게 봄처녀 옷고름 같기도 하이.
시인 김정래 님이 '선물'의 귀중함을 이야기 했다.
시간도 선물이요, 이렇게 정갈하게 뜯어 보낸 나물도 선물이니
밥상에 귀하게 올려야겠다.
어제는 여행작가를 만났는데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여주더라.
양평 주읍리 산수유꽃, 이천 백사면 산수유 꽃
그 꽃단지가 참 좋더라고 자랑하더라.
그거 좋은 걸 누가 모르랴.
같이 가보자고 하면 어디 덧날까?
삶의 방 진객들이여!
좋은 거 먹었다고, 보았다고 자랑도 좋지만
같이 먹자고, 같이 가보자고 노래도 해보시라.
서울에서 가까운 이천 산수유 축제는 이미 끝났지만
몇 해 전 축제장에서 써본 못난 글 아래에 붙여보며
내년엔 함께 가보자고 노래하리라.
산수유 꽃 축제장에서
김 난 석
양평 개군면의 산수유 꽃 축제장이 개장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여기저기 드나드는 길목에 현수막을 걸어놓는가 하면
얼어붙었던 마을 안길과 도랑을 쓸고 치우며
바람에 날리는 폐비닐들을 모아 불을 놓기도 한다.
노란 꽃망울 아래 깔아놓은 자리 옆의 가마솥이
구수한 토장국 내음을 토해내는 것을 보면
곧 새참도 있을 모양이요,
한참이나 삭아진 괴목 아래 허리를 굽히고
흙갈색 덤불을 헤치며 푸릇푸릇 돋아난 쑥이며 달래
냉이를 찾아내는 여심들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언 땅 뚫고 일어서는 싱그러운 새싹 같은 여인을 나네라 한단다.
(백기완의 미인론에서)
연둣빛 꽃망울이 찬 기운을 뚫고 이제 막 노랗게 터지고 있다.
바로 나네다.
도랑네는 칠흑의 밤을 무너뜨리는 한 점 불빛의 여인으로 보면 된단다.
연둣빛 꽃망울이 모두 터지면
온 들판은 한 폭의 환한 파스텔화가 되리라.
바로 도랑네다.
너울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던져 일한 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제 길을 가는 여자란다.
머지않아 떨어진 꽃잎을 자양으로
빨간 산수유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매달리려니
떨어진 꽃잎은 바로 너울네라고 하리라.
산수유는 산수유과에 속하는 낙엽소교목인 산수유나무의 성숙한 열매로
그 꽃은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까지 피며
10월에 빨간 열매를 맺는다.
산지는 중부 이남에서 자생하며
특히 전남 구례와 경북 봉화, 그리고 경기 양평과 이천이 유명하다.
열매의 약리작용은 이뇨작용과 혈압강하작용, 항암작용이 있으며
단백질의 소화를 돕고 혈중 백혈구의 숫자를 증가시키는 작용이
밝혀졌다 한다.
한약계와 민간요법에서 말하기로는
주로 간과 신장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신장이 허약해 발생하는 유정과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땀이 그치지 않고 월경이 과다한 증상에 효과가 있으며
근골을 튼튼하게 하여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플 때나
팔다리에 힘이 없을 때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간의 기운이 약하여 눈이 침침하거나
어지러움증이 나타날 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열매를 생으로 먹으면 땀을 멈추게 하는 작용이 강하고
술에 쪄서 쓰면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강하다 한다.
다만 금기사항으로는 평소에 몸에 습기와 열이 많은 사람이나
발기지속증이 있는 사람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고도 한다.
이곳 산수유 꽃 축제는 이천 백사면의 축제와 함께 도심에서의 접근성이 쉬워
매년 서울의 많은 인파가 몰리곤 하는데
내일과 모레 이틀에 걸쳐 펼쳐진다고 한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간헐적으로 밀어닥치는 꽃샘추위로 인해
화사하고도 온화한 분위기가 많이 훼손되기도 하고
근래에 들어와서는 황사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봄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들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산수유 꽃은 날씨 탓하며 그 화사한 꽃 빛을 잃을 것도 없이
황사를 마다 할 것도 없이 봄을 날 것이며
곧 푸른 잎으로 갈아입고 튼실한 열매도 맺으려니
뒤틀리는 기상이변 앞에서도 나네, 도랑네, 너울네라 할 것도 없이
네, 네, 네라며 고개 숙여 답할 뿐일 게다.
이맘때쯤이면 으레 찾아오는 황사현상도 걱정할 상태는 아니어선지
올해는 예년에 비해 꽃 빛도 한결 선명한 것 같고,
꽃잎이 그렇게 샛노란 것도 아니요 그렇게 화사하달 것도
또 그렇게 탐스럽달 것도 없지만
약속이나 한듯한데 어울려 피어 눈길을 끄니
평범한 듯 대견스럽다고나 해야겠다.
하나하나의 꽃잎엔 마치 분가루를 거칠게 쏟아놓은 듯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면 짧은 주축(主軸)에 꽃꼭지들이 방사형으로
무수히 피어나 장관을 이루고 있음을 본다.
영화(榮華)라면 귀하게 되어 세상에 드러나고 빛남을 이르지만
그 중 영(榮)은 나무 한그루에 두어 송이 꽃이 피어있음을 뜻하고
화(華)는 열십자 여섯에 한일자로 구성된 것처럼
여러 송이의 꽃이 피어있음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영(榮)이나 화(華)나 모두 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앞엣것은 홀로 피어나, 뒤엣것은 함께 피어나
빛남을 이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기에 영예(榮譽)는 홀로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때로는 치욕이 따르기에 영욕(榮辱)이란 말도 생긴 것 같고,
번화(繁華)는 함께 번성하여 화려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오니
화사(華奢)나 화려(華麗)란 말들을 할뿐
달리 잘못되는 일을 상정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나 만행(萬行) 만덕(萬德)을 닦아
덕과(德果)를 장엄하게 하는 일을 두고 화엄(華嚴)이라 하는 걸 보면
한가지로 피어나 빛남보다 함께 어우러져 빛남을 제일로 치는 게 아닐까싶다.
자고로 여인네들은 꽃같이 예쁘길 좋아하고
왕후장상들은 꽃밭에서 노니는 걸 제일 호사스럽게 여기기도 했지만
화발(華髮)의 나그네는 그저 옷깃에 꽃잎을 살짝 스치며
조용히 지나갈 뿐이다.(2019년 봄날에)
지난 주말에 개장 예정이었던 축제가 다시 취소되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가 수그러들지 않아 주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는데
이로써 3년 째 축제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죄는 인간들에게 있는데 산수유들이 무슨 죄란 말인가.
찬바닥에서 한겨울 내내 물을 길어 올려
榮과 華를 꽃 피워 냈는데
보아줄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허망하랴.
겨우내 골방에 앉아 털털한 짚세기를 삼았어도
시장에 나가 주인을 만나야 보람이 있는 건데
치장하고 허허벌판에 혼자 서있는들 무슨 소용이랴.
그래서 나는 혼자라도 마중나가보리라.
가뜩이나 벌도 드물다는데
가지 몇 개라도 흔들어 주면 산수유 열매로 보답하려니.
첫댓글 난석님~
머위 선물받아 좋으시겠습니다
머위 항암에도 좋고 입맛 돌아 오는데도 좋으니
맛나게 드시길 바랍니다
네에 나눔이 그렇게 좋으네요.
풀꽃님 솜씨도 야무저요 머우한 2킬로쯤 되어보여요
무쳐머어도 맛나고 쌈싸먹으면 더맛나지요
두끼 잘먹고 장아찌 담았다네요.ㅎ
직접 농사지으신 귀한 선물을 받으셨습니다
머위쌈이 봄날 밥맛없을때 입맛을 돋구게 합니다
그맛을 기정수님이 아시는군요.ㅎ
풀꽃 사랑님의 머위선물
최고의 선물을 받으셨습니다.^^
해남이라는데
한번 찾아가봐야겠어요.
같이 가실까요?
머위쌈 쌉싸름한맛이 일품이지요 오가피순하고 머위 저는 일순위로 꼽지요
오가피순 그거 눈독 들여야겠네요
먹어본 일이 없지만.
단테님~
오가피 가시 식겁합니다
중순이면 제철입니다
솔직히 머위란걸 몰랐고ㅡ머구로만!
잎은 아예~남쪽은 다른 잎채소가 많아서
내가 아는 머구란 상당히 귀한 한약재입니다
잎이 아니고 뿌리를 말하는데 해독에 특효이고 뼈에 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마 머위를 경상도 문자로 머구라 하지 않을까?
여하튼 머위가 약초라 해요.
차곡 차곡 쌓인 머위 잎을 봅니다
정성으로 보내셨으니 맛있게 드시지요
네에 두어번 먹고 장아찌 담았다네요.ㅎ
밑반찬으로 한동안 즐거울것 같습니다.
머위 너무 싱싱해보입니다.
귀한 선물을 받으셨네요.
난석 선배님 좋아하시는 모습
상상해보면서.....
ㅎㅎㅎ ~^^
오잉? 나는 왜 안주는겨? ㅎㅎ
(농담 입니다)
오잉? 아직 안 받았나요?
웃자고 해본 소리랍니다.ㅎㅎㅎ
난서님 글솜씨도 뛰어 나십니다.
맛과 멋을 알으시는
작가님 이셨네요.
봄을 맞이 하늣 마음도
어여 뿌시고
소중히 여기시니
세상만사가 평화롭고
베품을 귀이 여기시니
만복이 가득 하실겁니다
건강 하시고
건필 하소서
네에, 아주 귀한 선물을 주시고 받았네요.
이제 풀꽃사랑 님이 확실히 각인되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