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성탄절 전야에 23세 여성 대나 아일랜드를 납치,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하는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올해 57세의 미국 하와이 남성이 며칠 뒤 극단을 택해 세상을 등졌다고 ABC 뉴스가 31일(현지시간) 전했다.
하와이경찰청에 따르면 알버트 라우로 주니어의 뺨에서 채취한 DNA가 33년 전 범죄 현장에서 수거된 DNA 증거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현장에서 수거한 DNA 증거는 아일랜드 시신, 병원으로 후송하는 데 쓰인 시트, 현장에서 발견된 셔츠 등에서 채취한 것들이었다.
아일랜드는 1991년 12월 24일 하와이 섬의 카포호 지역에서 납치돼 성폭행 당한 몸으로 발견됐다. 그녀는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다음날 숨지고 말았다.
하와이 경찰청의 리오 아몬윌킨스는 ABC 뉴스에 "이 사건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알버트 라우로 주니어가 DNA로 피해자와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정확히 어떻게 연루됐는지 는 여전히 수사 중이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부검 결과 자살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33년 전 수사 당시는 어떤 DNA 데이터베이스에도 일치하는 DNA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다 2008년 DNA 증거들을 캘리포니아 포렌식 분석 범죄연구소(랩)에 보냈고, 추가 DNA 증거를 셔츠에서 추출했는데 범행 현장의 다른 샘플들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DNA 전문가들은 이제 DNA 샘플로부터 나온 데이터로 가계도를 그릴 수 있었다. 연초에 미 연방수사국(FBI) 하와이 지부 요원은 경찰 수사관에게 DNA 샘플과 일치할 수 있는 라우로 주니어를 비롯한 몇몇 사람의 이름을 알렸다.
라우로 주니어는 살해 사건 당시 카포호 지역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를 감시하며 그가 사용한 뒤 버린 식기들을 모았다. 식기에서 수거한 DNA는 범죄와 연결된 DNA 증거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증거들은 성폭행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폭행 공소 시효는 이미 지났지만 수사관들은 계속해서 살인 사건 수사를 할 수 있었다. 살해 동기를 밝혀낼 수 있는 정도의 증거는 아니어서 라우로 주니어를 체포할 근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수사관들은 용의자의 뺨에서 DNA 샘플을 검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 명령을 얻어내 그에게 경찰서에 출두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그는 구금되거나 하지 않았고, 그는 샘플을 검출한 뒤 귀가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그를 돌려보냈다. 그 샘플은 캘리포니아 랩에서 분석됐는데 33년 전 범죄 현장에서 수거된 DNA와 일치했다. 벤저민 모스코비츠 하와이 경찰서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잔인하게 살해된 젊은 여성 대나 아일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가 이 사건에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 진실을 찾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