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태양의 수명을 100억년 안팎으로 본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45억~55억년 후 중심부의 핵융합 연료가 소진되면 태양은 적색거성이 되어 처음의 100~1000배까지 부풀어 오르게 된다. 과학자들은 태양에 가까운 수성과 금성은 물론 지구도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팽창할 것으로 본다. 그런 다음 별의 바깥층에 있는 물질은 우주로 방출돼 행성상 성운을 형성하고, 별 안쪽의 극히 밀도 높은 물질을 백색왜성이 된다.
백색왜성의 반지름은 지구 정도로, 애초 태양 반지름의 100분의 1로 쪼그라들게 된다. 질량이 태양의 3배 이내인 별들은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친다. 과학자들은 이론상 우리 태양계의 소행성대(화성~목성 사이) 밖에 있는 외행성들은 별과의 거리가 워낙 멀어서 별이 적색거성 단계에 진입하더라도 별에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별의 질량이 줄어 중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살아남은 행성들은 별에서 더 먼 궤도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1992년 첫 외계행성 발견 이후 지금까지 확인한 5천여개의 외계행성 중에서 주계열성 단계를 지난 별을 도는 행성을 찾아낸 사례는 거의 없었다. 주계열성이란 수소를 연료로 삼아 안정적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시기, 즉 별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청장년 시기에 속한 별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의 태양이 바로 주계열성이다.
미국과 캐나다 천문학자들이 태양계의 미래 모습 가운데 하나로 볼 만한 사례를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관측을 통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올랐다가 백색왜성으로 쪼그라든 별을 공전하는 행성들을 발견해 사전출판논문집 아카이브에 게재했다. 연구진이 지구에서 75광년 거리 이내에 있는 4개의 백색왜성을 관측한 결과, 2개 왜성 주변에서 행성으로 볼 수 있는 천체를 각각 하나씩 발견했다. 백색왜성은 밝기가 태양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변의 희미한 행성을 찾아내기가 수월하다.
두 행성은 태양계의 거대 외행성과 비슷한 궤도를 따라 별을 돌고 있었다. 하나는 34광년 거리에 있는 WD 1202-232란 백색왜성을 토성과 비슷한 궤도를 따라 도는 목성 질량 1.3배의 천체였다. 다른 하나는 53광년 거리에 있는 WD 2105-82란 백색왜성을 해왕성보다 약간 더 큰 궤도를 따라 도는 목성 질량 2.5배의 천체였다.
연구를 이끈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의 수전 멀랠리 박사(천문학)는 사이언스에 “이는 목성이나 토성 같은 행성은 중심별이 백색왜성으로 진화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최초의 증거”라고 말했다. 이는 또 이들 천체보다 별에서 더 가까운 행성들은 부풀어 올랐던 별이 이미 삼켜버렸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천체가 행성임을 입증하려면 후속 관측을 통해 별과 한 그룹을 이뤄 움직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난해 미국 천문학자들은 칠레 제미니사우스 망원경을 이용해 1만200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른 것으로 보이는 별이 행성을 삼키는 것과 같은 현상을 처음으로 관찰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별이 약 10일간 100배 밝아진 점으로 보아, 삼켜진 행성은 목성 크기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발견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강력한 적외선 관측력 때문에 가능했다.
케플러나 테스 같은 기존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방법은 백색왜성 주변에선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희미해지는 현상을 통해 행성을 확인하는 표면통과법은 별빛 자체가 희미해 별 효과가 없고, 행성 중력의 영향으로 별빛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감지하는 시선속도법ㅗ 백색왜성의 스펙트럼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이런 우회적 방법을 쓰지 않고 적외선으로 백색왜성에서 멀리 떨어져 공전하는 거대 행성을 직접 포착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