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猶豫)
망설여 결행하지 않음 또는 시일을 늦춤을 말한다.
猶 : 오히려 유(犭/9)
豫 : 미리 예(豕/9)
출전 : 노자(老子)
사전의 뜻은, ①망설여 일을 결행하지 아니함. ②일을 결행하는 데 날짜나 시간을 미룸 또는 그런 기간. ③법률 소송 행위를 하거나 소송 행위의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일정한 기간을 둠 또는 그런 기간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노자(老子)15장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도를 잘 실천했던 선비는 미묘하고 아득하고 깊은 곳까지 환하게 깨달아 그 깊이 알 수가 없었다.
古之善為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아! 헤아릴 길이 없으니, 억지로 형용하여 표현하자면,
夫! 唯不可識, 故強為之容;
머뭇거리기를 마치 겨울 냇물을 건너는 것 같고, 조심(망설임)하기는 마치 사방의 적을 두려워 살피는 것 같고,
豫兮, 若冬涉川;
猶兮, 若畏四鄰;
의젓하기는 마치 모든 걸 받아들이는 것 같고, 풀어지기는 마치 얼음이 장차 풀어지는 것 같고,
儼兮, 其若客;
渙兮, 其若冰之將釋;
두텁기(돈독)는 다듬지 않은 통나무 같고, 넓기(텅 비기)는 마치 계곡과 같고, 뒤섞인 모습은 흐린 물과 같다.
敦兮, 其若樸;
曠兮, 其若谷;
混兮, 其若濁。
누가 감히 혼탁하면서 조용함으로써 서서히 맑아질 수 있으며, 누가 편안하면서 움직임으로써 서서히 생동하게 할 수 있는가.
濁而靜之, 徐清;
安以動之, 徐生。
이 도를 지닌 사람은 가득 차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직 채우려하지 않기에 덮어주지만 새로 만들지는 않는다.
保此道者, 不欲盈。
夫唯不盈, 故能蔽不新成。
(老子/十五章)
유예(猶豫)
중국의 사상가 양계초(梁啓超)는 자신의 당호(堂號)를 음빙실(飮氷室)이라 했다. 차디찬 얼음물을 마시듯 늘 깨어 있자는 뜻에서였다.
그는 사람의 참된 마음이 행동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어디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 주던가.
그래서 수양이 필요하며 그 수양의 방법으로서 그는 신독(愼獨)을 제안했다. 신독은 자기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는 것을 일컫는다.
대학(大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이른바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나쁜 냄새를 싫어하고 좋은 빛깔을 좋아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스스로 만족해하는 것이라 한다.
故君子必愼其獨也.
고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
중용(中庸)에서는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작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으니 군자는 홀로 있을 때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
모름지기 군자라 하는 이는 남이 보건 보지 않건 상관없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임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정치인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이들 정치인의 행동은 어떠해야 할까.
도덕경(道德經) 15장에 보면 '조심 조심 하는구나. 마치 살얼음 낀 겨울 내를 건너는 듯이 한다. 신중하구나. 사방을 경계하듯이 한다'는 구절이 있다.
豫焉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
여기서 '망설이다' 또는 '주저하다'는 뜻의 유예(猶豫)라는 말이 나온다. 예(豫)는 코끼리를, 유(猶)는 원숭이를 가리키는 말로 조심스러운 동물들이 겨울 내를 건너고 사방을 살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유예'에는 망설이다와 함께 신중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줏대가 없어서, 또는 겁을 내서가 아니라 치우침이 없이 여러 상황을 두루 감안하는 자세다.
최진석 서강대 교수는 이를 '어느 한쪽을 경솔하게 선택하지 않기도 하려니와 어떤 상황에서나 그 반대편까지 고려하는 자의 신중한 모습'이라고 풀이한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능사로 아는 우리 정치인들이 꼭 새겨야 할 말이다.
▶️ 猶(오히려 유/원숭이 유, 움직일 요)는 ❶형성문자로 犹(유)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酋(유)로 이루어졌다. 원숭이의 일종으로 의심 많은 성질이 전(轉)하여, 의심, 망설임의 뜻이다. ❷형성문자로 猶자는 '오히려'나 '망설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猶자는 犬(개 견)자와 酋(묵은 술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酋자는 여기에서 '추, 유'로의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猶자는 본래 원숭이의 일종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猶자에 아직도 '원숭이'라는 뜻이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는 관계없이 '망설이다'나 '오히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어찌 보면 의심이 많은 원숭이의 특징이 반영된 글자라 생각된다. 그래서 猶(유, 요)는 ①오히려 ②가히 ③다만 ④이미 ⑤크게, 지나치게 ⑥~부터 ⑦그대로 ⑧마땅히 ⑨원숭이(구세계원숭잇과와 신세계원숭잇과의 총칭) ⑩태연(泰然)한 모양 ⑪허물 ⑫꾀하다 ⑬망설이다 ⑭머뭇거리다 ⑮말미암다 ⑯같다, 똑같다 ⑰그림을 그리다, 그리고 ⓐ움직이다(요) ⓑ흔들리다(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설일 유(冘)이다. 용례로는 조카딸이나 형제자매의 딸을 유녀(猶女), 형제의 자손을 유손(猶孫), 조카나 편지에서 나이 많은 삼촌에게 자기를 일컫는 말을 유자(猶子), 망설여 결행하지 않음을 유예(猶豫), 아버지의 형제를 유부(猶父), 아직도 모자람을 유부족(猶不足), 물고기와 물과의 관계처럼 임금과 신하 또는 부부 사이가 친밀함을 이르는 말을 유어유수(猶魚有水), 오히려 모자람 또는 싫증이 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유위부족(猶爲不足), 아니함보다는 나음을 일컫는 말을 유현호이(猶賢乎已), 조카들도 자기의 아이들과 같이 취급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유자비아(猶子比兒), 물건을 얻었으나 쓸모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유획석전(猶獲石田), 두려워 할 바 못 됨을 이르는 말을 유공불급(猶恐不及), 다른 것보다는 오히려 훨씬 쉬운 편으로 앞으로 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유속헐후(猶屬歇后), 아버지 같고 자식 같다는 뜻으로 삼촌과 조카 사이를 일컫는 말을 유부유자(猶父猶子),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을 과유불급(過猶不及), 위급한 경우에는 짐승일지라도 적을 향해 싸우려 덤빈다는 뜻으로 곧 궁지에 빠지면 약한 자가 도리어 강한 자를 해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곤수유투(困獸猶鬪),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등에 쓰인다.
▶️ 豫(미리 예, 펼 서)는 ❶형성문자로 預(예)와 통자(通字), 予(예)의 본자(本字)이다. 象(상; 코끼리)과 음(音)을 나타내는 予(여, 예)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코끼리가 자신(自身)이 죽을 때를 미리 알고 무덤을 찾아간다고 한다. ❷형성문자로 豫자는 ‘미리’나 ‘먼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豫자는 予(나 여)자와 象(코끼리 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予자는 실패에 줄이 감긴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여→예’로의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코끼리가 일찍 사라져서인지 한자에는 象자가 쓰인 글자가 그리 많지 않다. 豫자는 象자가 들어간 몇 안 되는 글자 중 하나로 ‘미리 예측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豫자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코끼리는 자신이 죽을 것을 미리 알고 무덤을 찾아갔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해석과 코끼리는 본래 의심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에 미리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는 해석이 있다. 그래서 豫(예, 서)는 (1)예괘(豫卦) (2)중국 하남성(河南省)의 딴 이름 등의 뜻으로 ①미리 ②먼저 ③기뻐하다 ④즐기다 ⑤놀다 ⑥편안하다 ⑦머뭇거리다 ⑧싫어하다 ⑨참여하다 ⑩괘(卦)의 이름 ⑪땅의 이름, 그리고 ⓐ펴다(서)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결단할 결(決)이다. 용례로는 이제부터 할 일에 하여 미리 정하여 두는 것 또는 미리 예상하여 두는 것을 예정(豫定), 어떤 일을 직접 대하기 전에 미리 상상함 또는 그 상상을 예상(豫想), 필요한 금액 따위를 미리 한 계산을 예산(豫算), 미리 일러서 알게 함을 예고(豫告), 미리 대처하여 막는 것을 예방(豫防), 앞으로 있을 일을 미리 추측함을 예측(豫測), 미리 갖춤을 예비(豫備), 앞으로의 일을 예상해서 미리 알림 또는 그 보도를 예보(豫報), 어떤 것을 확보하기 위하여 미리 약속함을 예약(豫約), 무슨 일이 있기 전에 미리 짐작함을 예견(豫見), 무슨 일이 있기 전에 미리 느낌을 예각(豫覺), 앞에 올 일을 미리 말함 또는 그 말을 예언(豫言), 미리 내린 판단을 예단(豫斷), 시기가 되기 전에 미리 삼을 예매(豫買), 연습으로 미리 함을 예행(豫行), 앞으로 닥쳐 올 일에 대하여 미리 생각하고 기다림을 예기(豫期), 미리 앎이나 사전에 앎을 예지(豫知), 정식으로 뽑기 전에 미리 뽑음을 예선(豫選), 어떤 일을 사전에 미리 느끼는 느낌을 예감(豫感), 미리 정한 갈 길을 예정(豫程), 배울 것을 미리 익힘을 예습(豫習), 본 심사에 앞서 예비적으로 하는 심사를 예심(豫審), 미리 보여 줌을 예시(豫示), 미리 바침을 예납(豫納),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미리 손을 써 막는 일을 방예(防豫), 편치 않음을 불예(不豫), 기뻐하고 즐거워 함을 열예(悅豫), 편안하고 화평함을 강예(康豫), 멋대로 즐기며 놈을 일예(逸豫), 망설여 결행하지 않음을 유예(猶豫), 이상과 같이 마음 편히 즐기고 살면 단란한 가정을 열예차강(悅豫且康), 세상이 태평성대라는 뜻으로 백성이 행복을 누림을 풍형예대(豊亨豫大), 집안에 무슨 경사가 있을 때에 먼저 조상에게 아뢰는 굿을 예탐신사(豫探神祀), 즐긴다는 뜻으로 황제의 유행을 이르는 말을 일유일예(一遊一豫)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