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제 첫 졸업생 특혜 의혹
- 어려웠던 모의고사도 한 몫
종전 4년제 약학대학이 6년제로 전환된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올해 약사국가고시(약시) 결과 합격률이 지나치게 높은 것(본지 23일 자 1면 보도)으로 나타나자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쉽게 문제를 내 6년제 학제 전환 후 첫 졸업생에게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합격률 이례적 급상승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치른 제66회 약시에는 전국에서 1716명이 응시해 1668명이 합격, 97.2%의 합격률을 보였다. 논란은 탈락자 48명 중 47명이 외국 대학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이 붙었다. 국내 6년제 약대 출신 응시자 1615명 중 탈락자는 단 1명에 불과해 사실상 전원 합격이라고 봐야 한다. 과거 4년제 때는 약시 합격률이 80%대였다. 학제 전환으로 제대로 시험이 치러지지 않은 지난 2년을 제외한 합격률은 2012년 88.9%, 2011년 84.2%에 그쳤다. 올해 약시 합격률은 다른 의료인의 합격률보다도 높다. 올해 의사국가고시(의시) 합격률은 94.6%, 치과의사국가고시 96.5%, 한의사국가고시는 94.6%였다. 약사 안모(40) 씨는 "의시 합격률은 의대에서 유급 등 제도를 통해 미리 관리된 결과"라며 "약대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 됐는데도 약시 합격률이 의시보다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첫 시험이라 난이도 기준 없어
종전 4년제 약시 과목은 총 12개였으나 6년제 전환 후 처음 치러진 올해 약시 과목은 4개로 대폭 줄었다. 다른 과목은 잘해도 한 과목이 과락하면 탈락하는데 과목 축소로 과락의 범위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과락 확률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합격률이 올라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측은 "6년제 약시 과목은 총 4개이지만 종전 12과목이 개편된 4과목 안에 모두 포함돼 있고 여기에 다른 과목도 추가됐다"며 "응시생의 학습부담은 오히려 늘었다"고 반박했다.
약시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처음 치른 모의고사도 '물 약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모의고사는 국시원이 아닌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를 운영하는 한국약학교육협의회가 주관했다. 이 모의고사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약시 난이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어렵게 출제된 모의고사가 실전 대비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이며 6년제 전환 후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수준이 높아진 원인도 있을 것"이라며 "의사 등 다른 의료인의 국시 합격률이 95%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약시도 앞으로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까지는 시험 난이도를 전년도를 기준으로 조정했는데 올해는 6년제 전환 후 첫 시험이라 기준 자체가 없었다"며 "올해 결과를 바탕으로 난이도 출제경향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시험 안정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